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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ㄴ초등학교 교장실에 캠코더가 설치된 후 문 위에 붙여진 안내 문구.
 인천 남구 ㄴ초등학교 교장실에 캠코더가 설치된 후 문 위에 붙여진 안내 문구.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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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일부 학교에서 학부모나 지역주민들의 민원에 대처하기 위해 전화 통화내용을 녹음한다거나 민원 제기 장면을 캠코더로 촬영·녹화하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는 악성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민원 처리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학교 교사나 학부모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학교에 불만 사항이나 민원을 제기할 수가 있겠는가"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부평의 ㄱ초등학교의 경우 몇 년 전부터 학교에 전화를 걸면 "이 통화 내용은 대국민서비스를 위해 녹음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음성이 나온다. 이 학교는 몇 년간 계속된 학부모의 악성민원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악성민원 때문인 것은 알지만, 학교나 교사에 관한 불만 사항이나 민원을 제기하고 싶은 게 있어도, 통화내용이 녹음된다는 생각에 전화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남구의 ㄴ초교 교장은 최근 교장실에 캠코더를 설치했다. 교장실 출입문 위쪽에는 '안내 : 민원 상담의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면담과정을 녹화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도 부착했다.

이 학교는 "일요일에 운동장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운동장을 왜 빌려줬는가. 쉬는 날 너무 시끄럽다'는 항의를 받았고, 태풍으로 나무가 쓰러져 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넣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민원 상담과정을 캠코더로 녹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학교 교장은 "민원인에게 '민원 제기나 상담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녹화하겠다'고 말하고 허락을 받은 뒤 녹화한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말을 나중에 왜곡하거나 불필요한 언행을 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민원인이나 교직원들에게 부담을 줄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에 있던 학교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민원인도 있었고,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학교에서 대처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라고 한 뒤 "녹음도 해봤지만, 캠코더로 녹화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교장단회의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이 방법을 소개받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학교 한 교직원은 "캠코더 설치 시 교직원들에게 아무런 설명이 없었고, 문 앞에 '녹화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보니 교직원들 사이에 '교장실에서 말 조심해야한다'는 자기 검열의 말들이 오가고 있다"며 "심적으로 위축돼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말하기 어렵겠다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또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관계자는 25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학교와 학교 관리자는 학부모나 교직원 등 교육 3주체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서 운영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학교라면 아마 어떤 학부모도 학교를 찾아가거나 전화해서 민원 제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밖에 안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학교 민원, #녹취, #녹화,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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