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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 추진을 비판한 미야자키 감독의 인터뷰를 보도한 일본 <마이니치> 신문 갈무리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 추진을 비판한 미야자키 감독의 인터뷰를 보도한 일본 <마이니치> 신문 갈무리
ⓒ 마이니치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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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 부재와 헌법 개정 추진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아사히>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야자키 감독은 최근 자신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발행하는 소책자 <열풍> 7월호에서 '헌법개정은 언어도단'이라는 제목의 담화 형식 인터뷰 기사를 올렸다.

일본 명문 가쿠슈인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뒤 애니메이션의 길로 들어선 미야자키 감독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제작했다. 인간, 환경, 전쟁 등 무거운 주제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내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잡은 세계적인 거장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헌법 96조 개정을 추진하는 아베 신조 총리를 향해 "96조를 개정하는 것은 사기이며 총리와 당 대표의 역사 인식 부재에 질려버릴 정도"라며 "생각이 부족한 인간은 결코 헌법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는 이른바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 개정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헌법 개정 문턱을 낮추기 위해 '헌법 개정은 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국회가 발의하고, 국민에게 제안하여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96조를 '과반 찬성'으로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아베 정권을 겨냥해 "선거를 하면 득표율도, 투표율도 낮은데 정계가 혼잡한 틈을 악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치도 않다"고 비판했다.

"위안부, 확실하게 사과하고 제대로 보상해야"

'열풍' 7월호 표지
 '열풍' 7월호 표지
ⓒ 지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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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야자키 감독은 위안부 희생자 논란도 지적했다. 그는 "민족의 자긍심이 걸린 만큼 (위안부 문제를) 확실하게 사죄하고 제대로 배상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국제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자 "무라야마 담화를 기본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미야자키 감독은 "도대체 '기본적으로'가 무슨 뜻이냐"며 "사실은 (무라야마 담화를) 전면 부정하고 있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다.

미야자키 감독은 "전쟁을 일으키기 전의 일본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쁜 일 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야자키 감독의 헌법 개정 관련 인터뷰가 담긴 <열풍> 7월호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전국 서점에 무료 배포된 5000부가 곧바로 매진되었고, 추가 배포 문의가 쏟아지자 '스튜디오 지브리'는 특별히 인터넷 홈페이지에 인터뷰 내용을 올렸다.   

미야자키 감독은 최근 5년 만의 신작 애니메이션 <바람 불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전투기를 만든 호리코시 지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꿈을 간직했으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일본 청년들의 고뇌를 그렸다. 


태그:#미야자키 하야오, #아베 정권, #일본 헌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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