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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이모작

고향이 강릉이신 김성규선생님은 어릴 적에 대처로 나오셔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텃밭농사만으로 6년째입니다. 현재 10여 가지 이상의 작물이 이 텃밭에서 자라고 이곳에서 심었던 작물도 이미 20여 가지가 넘습니다. 이제 땅심을 어떻게 키울지는 물론, 작물의 생육특성을 거반 파악하고 계십니다.
 고향이 강릉이신 김성규선생님은 어릴 적에 대처로 나오셔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텃밭농사만으로 6년째입니다. 현재 10여 가지 이상의 작물이 이 텃밭에서 자라고 이곳에서 심었던 작물도 이미 20여 가지가 넘습니다. 이제 땅심을 어떻게 키울지는 물론, 작물의 생육특성을 거반 파악하고 계십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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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프원과 이웃한 땅을 텃밭으로 일구시는 김성규 선생님은 이곳에서의 텃밭농사만 하더라도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서울에서 오셔서 땅에 땀을 흘리고 가십니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땀을 식히던 김 선생님께서 참으로 가져오신 막걸리 한 사발을 그득 제게 따라주시면서 말했습니다. 

"흙을 만질 때는 일체의 상념이 없어져요."  

저의 속가량으로는 노작(勞作)이 자기의 존재를 잊는 경지 즉 '무아(無我)'를 일컫는 무상무념(無想無念)의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는 수행의 도구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번엔 아내와 함께 왔었는데 저 구조물을 보고 저를 나무랐습니다. 이웃집들에게 보기 흉할 수 있다고…. 올해는 마를 좀 심었는데 덩굴이 올라갈 곳을 만들어야 해서요."  

두둑에 몇 개의 나무를 세우고 노끈으로 덩굴이 의지할 줄을 엮었습니다. 그것이 주변의 미관을 해치지 않을까를 염려하신 겁니다.

마를 심은 두둑위에 설치한 구조물로 사모님께 꾸중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구조물이 혹 이웃에게 흉하게 보일까하는 염려였습니다. 마는 김선생님이 만든 구조물을 타고 자라고 있습니다,
 마를 심은 두둑위에 설치한 구조물로 사모님께 꾸중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구조물이 혹 이웃에게 흉하게 보일까하는 염려였습니다. 마는 김선생님이 만든 구조물을 타고 자라고 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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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땅위에 농부가 하는 어떤 것도 인공으로 보이지 않아요. 농부가 자연을 위해서 행하는 그 수고와 조형이 어찌 흉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김선생님과 사모님의 고운 마음씨에 고마운 마음으로 답했습니다. 

"상추가 이제 꽃이 피려고 해요. 잎도 점점 얇아지고요. 그러니 이것을 다음 주에 뽑고 다시 심을까 합니다. 이번 주에 상추 잎을 모두 따 잡수세요."

모든 잎을 사람에게 마치고 줄기만 남은 상추. 이제 막 꽃대를 내고 꽃을 피우려고 합니다.
 모든 잎을 사람에게 마치고 줄기만 남은 상추. 이제 막 꽃대를 내고 꽃을 피우려고 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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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께서 저희 집 몫으로 고추와 함께 심어주신 상추가 이제 꽃대를 만들고 있음으로 더 이상 수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시고 다시 모종을 심어 늦여름까지 상추 수확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배려였습니다.  

다음주, 다시 상추모종이 심겨져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심겨진 상추는 여름비를 맞아 기운을 얻고 한포기의 고사도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사모님이 염려하신 그 구조물에 이미 마도 몇 바퀴 덩굴을 감았습니다.
 
내 밥상을 채운 이웃집 텃밭의 푸성귀

지난 주 이른 아침에 현관문을 열다가 밖에 놓인 큰 채마봉지를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텃밭에서 거둔 야채입니다. 맛 보세요. 장마, 염천에도 즐거운 여름 되세요." 백농스튜디오

한태상?김영희 부부께서 보내주신, 텃밭으로부터 온 새벽선물
 한태상?김영희 부부께서 보내주신, 텃밭으로부터 온 새벽선물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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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한태상·김영희 부부께서 신새벽에 텃밭에서 직접 거둔 채마를 담아 오신 것입니다.

서예가인 한선생님께서는 지난 음력 정월 초에는 '頌春(송춘)'이라는 봄을 칭송하는 신춘휘호(新春揮毫)을 보내주셔서 봄이 당도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여름, 마침 김성규선생님께서 상추밭을 갈이하고 난 뒤의 풍성한 푸성귀선물은 절묘한 때맞춤이었습니다.

채마 봉지를 펴자 땅기운을 담은 싱싱한 텃밭푸성귀 종류가 대여섯 가지가 넘었습니다.

상추, 치커리, 쑥갓, 들깨잎, 방울토마토, 고추…….  

한 두둑씩 가꾼 채마들을 골고루 따 담았나봅니다. 저는 다듬을 필요조차 없는 그 텃밭선물을 물에 헹구워 큰 그릇에 담고 밥을 두 주걱 올렸습니다. 그리고 옹기뜸골 우태영 선생님이 만든 된장을 한 숟가락 넣어 비볐습니다. 연하고 고소하고 향긋한 푸성귀 비빔밥은 여러 가지를 고루 섞어 뜯은 텃밭주인의 세심한 마음까지 담고 있었습니다.

된장과 푸성귀만의 비빔이 향긋하다.
여섯 가지 이상을 섞어 딴 덕에 영양도 균형일 듯….
 된장과 푸성귀만의 비빔이 향긋하다. 여섯 가지 이상을 섞어 딴 덕에 영양도 균형일 듯….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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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성귀로만 이루어진 건강밥상은 온전히 좋은 이웃을 둔 축복이었습니다.  

山不在高, 有仙則名(산불재고, 유선즉명. 산은 높고 낮음이 아니라 신선이 살아야 명성이 나고)
水不在深, 有龍則靈(수불재심, 유룡즉령. 물은 깊고 얕음이 아니라 용이 있음으로 신령스럽다.)  

당나라 중기의 시인인 유우석(劉禹錫)의 시, 누실명(陋室銘)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마을은 집이 넓고 좁음이 아니라 오직 좋은 이웃이 함께해야 지복이 깃들 것임은 유우석이 누실명에서 설파한 내용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도시를 떠난 인생이모작, 이웃으로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텃밭, #이웃, #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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