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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고도 2천미터가 넘는 브로모 화산이지만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오르기 어렵지 않다.
▲ 브로모 화산 해발고도 2천미터가 넘는 브로모 화산이지만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오르기 어렵지 않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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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최다의 섬을 보유한 도서국가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자연의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곳이다. 그 중의 하나인 브로모 화산을 가는 중이었다. 족자카르타는 워낙 여행자들이 많은 곳이기에 다른 장소들을 가기 위한 교통수단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다. 시간을 갖고 가격과 혹은 투어상품들이 갖고 있는 조건들만 잘 비교한다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을 차는 소년의 모습이 유적지가 더이상, 과거의 공간을 회상하는 곳이 아닌듯 느껴진다.
▲ 유적지에서 공을 차고 있는 소년 공을 차는 소년의 모습이 유적지가 더이상, 과거의 공간을 회상하는 곳이 아닌듯 느껴진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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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에서 브로모 화산을 가기 위한 프로볼링고까지는 대략 400킬로미터 내외. 서울과 부산을 가는 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도네시아 도로상태 그리고 오토바이와 차들이 뒤섞인 교통체증을 감안해도 서울에서 부산가는 거리보다 '조금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은 얼마나 순진했던가.

프로볼링고에 도착하니 밤 10시. 약 30~40분의 점심시간을 포함해 꼬박 12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우리의 귀성길처럼, 막히는 차 안에서 답답해하며 늘어선 차량의 뒤꽁무니만 감상했을까. 그 차 안에서 만나 일행이 된 8명은 아마도 그 날, 살아생전 최고의 긴장감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싶다.

주로 우리는 봉고차라고 부르는 승합차가 미니버스가 되어 여행객들의 교통수단이 된다.
▲ 미니버스 주로 우리는 봉고차라고 부르는 승합차가 미니버스가 되어 여행객들의 교통수단이 된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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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지체된 10시에 족자카르타를 출발한 미니버스는 도시를 벗어나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차와 오토바이가 혼재된 도로에서 자주 정체가 됐었고, 그도 그럴 것이 가고자 하는 교통수단들은 많았지만 도시를 벗어나서는 대부분의 도로가 일차선 혹은 많아야 이차선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보기만 해도 지루한 그 상황이 직접 운전을 하는 기사의 입장에선 어땠을까. 그는 슬슬 한 번, 두 번 추월을 감행했다. 다만 추월이 역방향 추월이라는 점! 자연스럽게 잠에 빠져든 몇몇은 몰랐지만 맨 정신으로 깨어있던 사람들은 처음엔 살짝 손에 땀을 쥐는 정도의 긴장감이 추월의 시도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리고 역방향에서 오는 차량과 가까워지는 물리적인 거리만큼 긴장감은 점점 높아만 갔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축축해진 손으로 잡을 무언가를 찾았으며 특히나 조수석에 앉은 스위스 남자 둘은 측은할 정도였다.

각 나라에서 인도네시아를 경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한 버스 안에서 만나는 것도 다 인연이 닿아야 가능한 일 아닐까.
▲ 미니버스에서 만난 8명의 승객들 각 나라에서 인도네시아를 경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한 버스 안에서 만나는 것도 다 인연이 닿아야 가능한 일 아닐까.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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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점차 스톡홀름 증후군에라도 감염되어가듯 변한 것일까. 손에 쥔 무엇들을 빼지는 못하고 어딘가에 몸은 의지한 상태였지만 차 안의 사람들은 모두 레이싱을 방불하는 그 상황에 빠져들었다. 스릴을 맛보기 위한 승차가 아님에도 기사가 역운행하는 차량을 교묘하게 잘 피해서 원래의 도로로 돌아오면 "하아~" 하는 탄성을 내쉬며 안도하고 이내 또 상황에 몰입했다.

화산들과 일출등을 경험 할 수 있는 투어의 장소를 지도와 그림으로 표시해놓은 그림.
▲ 지프차 투어 화산들과 일출등을 경험 할 수 있는 투어의 장소를 지도와 그림으로 표시해놓은 그림.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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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운전사에게 아무도 뭐라고 말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듯이 도착해보니 이해가 되는 상황. 프로볼링고에서 또 다시 브로모 화산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 1시간 반이 걸렸기 때문이다. 각 장소를 연결하려면 가는 시간이 통제되어야 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결코 안전한 방법은 아니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전에 확인이 가능할까에 대한 것엔 회의적이다.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는.

모두들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고 있을만큼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 브로모 화산 근처의 숙소 모두들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고 있을만큼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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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에 앉은 스위스 청년들이 쪽잠도 이룰 수 없었던 추월 운전을 기억하기 위해 유튜브 사이트에 올리겠다며 한바탕 동영상 촬영을 했다. 어차피 기사는 적절한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듯 했다. 화장실을 다녀오라며 묵묵히 승객들을 휴게소쯤으로 보이는 곳에 내려준다. 입장료를 내고 화장실을 이용한 후, 인스턴트 커피를 사려는 생각으로 점원에게 물었다.

"얼마죠?"

"안녀엉하세요."

영어로 묻는 내게 한국어로 인사하는 청년이 놀라워서 그를 쳐다보았다.

브로모 화산을 오르던 중 시야를 돌리니 바톡 산과 브로모 화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 브로모 화산 중턱에서 브로모 화산을 오르던 중 시야를 돌리니 바톡 산과 브로모 화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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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한국어를 할 줄 알아요? 아니, 어떻게…?"

"한국에서 일했었어요. 3년간."

"아, 그렇군요!"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인스턴트 커피를 샀으므로 따뜻한 물을 부어준 것이 다였다.

브로모 산에서 본 바톡 산.
▲ 바톡 산 브로모 산에서 본 바톡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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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큰 도시도 아닌 도로의 한 휴게매점에서 한국말 인사를 듣게 되다니 놀라웠고 그와 좀 더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왠지 그는 나만큼 반가운 것 같아 보이진 않았으므로 더 이상 그를 귀찮게 할 순 없었다.

이 또한, 생각이 너무 많은 나의 편견이길 바라면서 문득 한국을 다녀가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간직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인도네시안들은 이렇게나 순박하고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는데…. 한국을 경험한 인도네시안들은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적극적으로 그를 귀찮게 하지 못한 나의 행동 또한, 편견 많은 나의 한 잡념에서 비롯되었길 바란다(다음 회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2012년 4월부터 2013년 4월에 걸친 2회의 인도네시아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태그:#브로모 화산, #프로볼링고, #인도네시아 자연, #외국인에게 한국의 이미지,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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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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