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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이 톡톡지역문화연구소가 개최한 '문화이야기-시에게 길을 묻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도종환 시인의 강연회 모습 도종환 시인이 톡톡지역문화연구소가 개최한 '문화이야기-시에게 길을 묻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김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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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인(국회의원)이 5일 대구를 찾아 우리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좌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톡톡지역문화연구소(소장 박창원·언론학 박사)가 마련한 '도종환의 문화 이야기 - 시에게 길을 묻다'는 펼침 마당 자리였다. 오후 7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대구 남구 대명동 꿈꾸는 씨어터에서 펼쳐진 이날 강연에서 도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로 말문을 열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지난 2007년 도 시인이 펴낸 시화선집의 제목으로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에 들어있다.

좌절이야말로 문학을 밀고 가는 원동력

도 시인은 자신의 문학은 좌절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시작된 청년시절의 좌절, 그리고 암울했던 시대의 좌절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좌절은 포기로 끝나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좌절과 시련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쓴 약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좌절이야말로 자신의 문학을 밀고 가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좌절이 찾아올 때마다 긴장할 수 있었고,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도 시인은 이를 한마디로 "절망 속에 있었기 때문에 희망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표현했다.

도 시인은 절망 뒤에 피는 희망의 꽃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꽃이 피는 시기는 꽃마다 다르지만 먼저 피었느냐 늦게 피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보다는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롭게 피는 꽃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늦게 피지만 황량하고 쓸쓸한 들판을 아름답게 바꾼 채 곱게 피어 있는 가을꽃을 예로 들었다. 우리 생의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올 때 언젠가는 꽃 피울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듯 말이다.

도전하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강연회에 앞서 식정 행사로 열린 판소리 한마당
 강연회에 앞서 식정 행사로 열린 판소리 한마당
ⓒ 김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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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면서 쓰지 않는 시는 남들도 울면서 읽지 않는다."

도 시인은 또 자신이 진정으로 아파해야 다른 사람이 그 아픔을 눈여겨 봐준다고 했다. 처절함, 진정성, 믿음은 가식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내 인생, 내 고통, 내 절망 앞에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 역시 이 같은 아픔과 힘든 과정을 거쳐 시인의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학으로 돈을 벌기보다 가치 있는 길을 가고자 했고 눈앞의 이익보다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길, 그런 길을 선택하려 했다는 것이다.

도 시인은 우리가 겪는 혹독한 시간을 견디어 낼 때 한 송이의 꽃이 핀다고 했다.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끈질기게 생을 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실패하면 또 시작해야 하고 한 번의 실패로 무너지지 말아야 하듯이 말이다. 수없이 깨지고 다시 일어서는 일, 갈망하고 동경하고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걸고 싸우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란다.

숙명처럼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고 부모를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도 시인이 작년 12월 겪은 경험과 지금 처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 말은 여기서 끝났다.

"도전하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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