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터키 전역의 반정부 시위를 보도하는 <허핑턴포스트>
 터키 전역의 반정부 시위를 보도하는 <허핑턴포스트>
ⓒ 허핑턴포스트

관련사진보기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도심 재개발 반대 운동이 수만 명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뉴욕타임스> <허핑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은 2일(한국시각) 터키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와 국제사회의 비난에 터키의 에르도안 정권이 집권 1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고 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닷새째 계속되고 있는 시위로 1천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수천 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한 일부는 실명을 당했으며 사망설까지 나오고 있어 시위대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이스탄불 도심을 장악한 뒤 5천여 명이 다시 총리 공관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즉각 강경 진압에 나섰고, 총리 공관의 유리창이 깨지고 경찰차가 불에 타기도 했다.

터키의 무암메르 귈레르 내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최소 939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를 연행했고 일부는 조사를 마친 뒤 귀가시켰다"며 "경찰에 연행된 정확한 인원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귈레르 장관은 "이스탄불 외 전국 48개 도시에서도 90건이 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시위대는 언론의 축소 보도에 불만을 나타내며 방송국 중계차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이스탄불 도심 탁심 광장의 '게지 공원'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자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가 지난 달 28일부터 공원을 점령하고 중장비 진입을 막으면서 시작됐다.

터키 정부는 최근 게지 공원에 녹지를 없애는 대신 오스만튀르크 시대의 병영을 재건하고 쇼핑몰을 세우는 재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공원에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였다.

처음에는 공원에서 묘목심기 행사를 벌이고 콘서트를 여는 등 소규모의 평화적 시위로 시작됐으나 이틀 만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과잉진압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분노한 시민들이 몰려와 터키 민주화의 상징인 탁심 공원을 비롯해 이스탄불 도심을 장악했고, 수도 앙카라, 이즈미르, 에스키세히르 등 전국의 주요 도시로 번지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에르도안 총리 "재개발 계속 진행할 것"

경찰의 과잉진압이 계속되고 시위대도 폭력으로 맞서면서 터키는 국가적 혼란에 빠졌다. 주요 도심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수많은 관광객이 터키를 빠져나가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국제사회도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의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며 터키 법무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강경 진압을 고집하던 터키 정부는 경찰 철수를 지시했다. 또한 귈레르 내무장관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고, 법원은 시민단체의 재개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도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경찰에 실수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탁심 광장에 쇼핑몰을 세우는 계획은 철회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시위대를 향해 "다수가 소수에게 강요할 수 없듯이 소수도 다수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쇼핑몰을 제외한 탁심 광장 재개발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세속주의-이슬람주의 갈등 폭발?

이번 사태는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배경이다. 터키의 최대 갈등인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해묵은 앙금이 결국 반정부 시위로 터진 것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슬람주의 정의개발당(AKP)을 이끌며 지난 2003년부터 정권을 잡고 있다. 그러나 귄위주의적이고 보수적 성향의 정책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이유로 세속주의로부터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도 공공장소에 음주와 흡연을 금지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세속주의 세력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경찰이 철수한 뒤 도심에서 보란 듯이 음주와 흡연을 즐기며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총리는 연설에서 "나의 목적은 오로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라며 "나는 독재자의 피가 전혀 흐르고 있지 않은 국민을 위한 공복(servant)"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터키를 이슬람과 민주주의를 융합 모델로 내세우려는 에르도안 총리의 계획이 힘을 잃었다"면서도 "터키에는 강력한 야당이 없어 정권 붕괴의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태그:#터키, #에르도안, #이스탄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