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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제,교육공무직 쟁취 전국학비노조 간부결의대회
▲ 학비노조 호봉제,교육공무직 쟁취 전국학비노조 간부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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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곳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철탑농성이 6월 1일부로 228일이 됐기에 지난 2010년 3월 중순께 현대차 하청업체로부터 부당하게 정리해고된 상태라 그곳에 가봐야 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서울 현대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불법파견 인정하라며 41일째 노숙농성 중이라 그곳에도 가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송전탑 걸립을 반대하는 밀양 어르신들도 찾아 가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 1일 오전 7시 일어나 서울로 가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것도 양재동 본사가 아니라 서울 교육부 앞으로 가려고 말입니다. 그것은 한 통의 휴대전화 문자를 본 뒤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6월입니다. 6월은 노조와 울산교육청 단체교섭을 시작합니다. 정부는 6월 말 임금체계(호봉제) 발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교육공무직 법안이 논의됩니다. 6월 첫날인 오늘 지부임원들은 전국간부대회에 참여합니다. 그곳에서 우리 학비노조 임원이 삭발식을 거행하고 노숙농성에 돌입합니다. 호봉제·교육공무직·단체교섭이 6월에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 10년이 달려 있습니다. 우리 모두 6월 22일 총력 투쟁에 합께 합시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

6월 1일 학비노조는 교육부 앞에서 간부결의대회를 진행 했습니다.
▲ 6.22.총력투쟁 승리하자! 6월 1일 학비노조는 교육부 앞에서 간부결의대회를 진행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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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제·교육공무직 쟁취를 위한 6월 22일 총력 투쟁을 위한 전국간부결의대회'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울산 학비노조에 연락하니 1일 오전 10시 고속열차를 타고 간다고 했습니다. 케이티엑스(KTX)라 불리우는 특급열차는 양산에 있습니다. 5002번을 타면 남목에서 특급열차 울산역까지 갑니다. 1시간 조금 더 걸렸습니다.

가보니 울산에서 가는 학비노조 간부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울산은 모두 8명이 올라갔습니다. 낮 12시 30분께 서울역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근처인데 어딘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택시에 내려 찾아간 곳은 뒷골목 같은 좁은 찻길이었습니다. 좁은 인도에서 집회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교육부라고 했습니다. 경찰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방패를 앞에 두고 서 있기도 했습니다.

"전국에서 올라오신 학비노조 동지들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이곳 과천정부청사 교육부 앞에서 호봉제와 교육공무원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민중의례를 시작으로 낮 2시부터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민중의례는 민주·민족·노동 열사들에 대한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입니다. 민중의례 후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이석기 국회의원이 차례로 나와 격려사를 했습니다. 두 분은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 풀어 보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두 분은 "6월 22일 학비노동자가 총파업 투쟁 성사시켜 호봉제 도입과 교육공무직 전환을 반드시 쟁취하자"며 "학비노동자의 투쟁은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정희 대표는 매월 3000원의 회비를 내는 학비노조 명예조합원이기도 하다는 사회자의 설명도 있었습니다.

"1년 다니나 10년 다니나 같은 임금, 바꾸자!"

이 대표는 전국학비노조의 명예조합원 이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이 대표는 전국학비노조의 명예조합원 이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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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우리를 어떻게 부르고 있습니까? 회계직원이라 부르고 있죠? 지난 2004년 5월 '학교회계직원'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일당 잡부,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말입니다. 연봉제 10년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1년 다니나 10년 다니나 매월 받는 급여가 똑같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것이 바로 연봉제가 아니라 호봉제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학교에 회계직원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둘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1996년부터 생겼다고 합니다. 현대 대한민국 초·중·고등학교에는 20만여 명, 수십여 업종의 비정규직이 종사하고 있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그날 16년된 인간차별 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4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사 합의하에 근속년수 반영한 임금체계를 만들라고 권고했다고 했고, 새누리당도 지난 5월 22일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생색만 내는 호봉제 안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봉제 10년, 이제 끝장내야 합니다. 6월 22일 이후 학비노조의 역사가 바뀔수도 있습니다. 계속 학교 회계직 일당 잡부로 살 것인가 아니면 교육공무직 쟁취할 것인가. 그 첫 투쟁의 시작을 오늘 합니다. 오늘 전국의 학비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갖고 학비노조 대표인 위원장·수석·사무국장 세 명의 동지가 결연한 의지로 삭발식을 단행합니다. 6월 22일 이전까지 우리의 요구안이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더 간고한 단결의 힘을 모아 호봉제 도입과 교육공무직 시행을 위한 더 큰 투쟁을 이어 나갈 것 입니다."   

삭발식을 한다고 했습니다. 학비노조 대표단 세 명이 단상에 오르고 이어 가위를 든 세 명의 조합원이 올랐습니다. 대표들은 의자에 앉아 학비노조 깃발로 몸을 감쌌습니다. 그리고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라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엄숙한 고요가 잠시 흘렀습니다. 단상에서 머리를 깎는 사람도 머리를 갂이는 사람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다 보니 참석한 수많은 여성 노동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사회자의 이야기는 집회에 모인 사람들을 더욱 슬프게 했습니다.

교육부 쪽 장소가 협소해 길 건너에서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는 학비노조원들.
▲ 장소가 협소해 교육부 쪽 장소가 협소해 길 건너에서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는 학비노조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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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수석부위원장님의 딸이 결혼식을 합니다. 그럼에도 오늘 이렇게 삭발식을 할 수밖에 없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현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무장님은 무릎이 많이 아픕니다. 병원에 가서 진찰 결과 입원하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었지만 우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더 절실하므로 병원 입원을 승리하는 그날까지 뒤로 미뤘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반드시 6월 22일 총투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염원인 호봉제 도입과 교육공무직 실시를 반드시, 반드시 쟁취해야만 하겠습니다. 동지들, 할 수 있습니까?"

삭발식이 끝나고 임원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위원장은 "비정규직 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현실을 중단시키기 위해 우리는 결단 했다"며 "오늘 삭발과 동시에 우리 임원단은 교육부 앞에서 무기한 노숙 철야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수석은 "어제 무릎 수술하라며 병원 입원을 권유 받았지만 뒤로 미뤘습니다, 수술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문제 바로 우리의 인간차별을 철폐시키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사회자는 그 상황을 구호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참을 만큼 참아왔다, 호봉제를 도입하라!"
"더 이상 못참겠다, 교육 공무직 전환하라!"

남의 일 같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학비노조 대표단은 호봉제 도입과 교육공무직 전환 실시를 박근혜 정부에 청원하며 삭발식을 거행 했습니다. 삭발하는 동안 많은 참석자들이 훌쩍이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 삭발하는 학비노조 학비노조 대표단은 호봉제 도입과 교육공무직 전환 실시를 박근혜 정부에 청원하며 삭발식을 거행 했습니다. 삭발하는 동안 많은 참석자들이 훌쩍이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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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노조 임원단은 삭발식 후 조합원과 일일이 악수를 했습니다. 교육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간다는 소식을 전하자 "힘내세요"라고 했습니다.
▲ "힘내세요" 학비노조 임원단은 삭발식 후 조합원과 일일이 악수를 했습니다. 교육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간다는 소식을 전하자 "힘내세요"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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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집회 후 학비노조 임원은 참석한 전국의 500여 조합원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622 총파업 성사 시키자"고 했습니다. 임원과 인사를 나누는 전국의 학비노조 간부들 중 어떤 사람들은 감정이 복받치는지 임원들을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다른 사람도 울먹였습니다.

울산에서 간 우리는 오후 5시 울산가는 열차를 다시 타야 했습니다. 우리가 왔던 길로 가려 하자 경찰들이 "이곳으로는 못 가니 저 뒤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아까 왔던 길 가려는데 왜 못가게 하느냐고 항의 했으나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무조건 차로를 막고 못가게 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먼 길을 돌아서 나가 서울역으로 향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30분이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학비노조 간부 결의대회를 지켜보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현실이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저 또한 지금 학교 일용직으로 다니고 있고 6월 말이면 계약해지 될지 모르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처럼 고용 불안 속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거기 모인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남 같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차를 타러 가려하자 무조건 막았습니다. 그리고 먼 길로 돌아가라 했습니다. 우리는 공권력의 무력에 멀리 돌아서 서울역으로 가야 했습니다. 한 여성 조합원이 삭발한 임원과 악수를 나누고 나오며 감정이 복받혀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 차타러 못가게 막는 경찰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차를 타러 가려하자 무조건 막았습니다. 그리고 먼 길로 돌아가라 했습니다. 우리는 공권력의 무력에 멀리 돌아서 서울역으로 가야 했습니다. 한 여성 조합원이 삭발한 임원과 악수를 나누고 나오며 감정이 복받혀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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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비노조, #호봉제 쟁취, #교육공무직 쟁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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