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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2가 쪽에 있는 인사동 관광 안내소 옆에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십시오'라고 적힌 푯말이 있다.
▲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종로 2가 쪽에 있는 인사동 관광 안내소 옆에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십시오'라고 적힌 푯말이 있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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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2가 입구에서 안국동 사거리까지. 흔히 '인사동 거리'로 불리는 850여 미터에 이르는 중앙 통로에는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다. 종로 2가 입구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 들러 인사동 거리에 쓰레기통이 몇 개 있는지 물었지만,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쓰레기통이 있었다고 주변 상인들이 말했다. 어느 날부터 하나씩 없어지더니 어느새 쓰레기통이 모두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쓰레기통은 1995년 7607개에서 2012년 4724개로 그 개수가 대폭 줄었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거리의 쓰레기통 수는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는 쓰레기통 줄이기 정책도 실시한 바, 현재 서울시에는 버스 정류소와 지하철역 인근 위주로 쓰레기통이 설치된 상황이다.

올 1월 서울시는 주민의 편의를 위해 거리의 쓰레기통을 늘린다는 발표를 했다(한국일보 1월 28일자 기사). 쓰레기 무단 투기와 쓰레기통 주변으로 쓰레기가 몰려서 도시 미관을 해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음에도 시민의 편의를 위해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관리 주체는 지방자치법시행령 제8조에 의해, 서울시가 아닌 자치구에 있다. 따라서 인사동의 쓰레기통 관련 업무는 종로구에서 관할하고 있다.

안국사거리 쪽에서 인사동에 들어오다 보면 이 마대 자루가 보인다. 구가 관리하는 인사동의 유일한 쓰레기통이다.
▲ 인사동에 있는 마대 자루 안국사거리 쪽에서 인사동에 들어오다 보면 이 마대 자루가 보인다. 구가 관리하는 인사동의 유일한 쓰레기통이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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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훈 종로구 청소행정과 담당자는 "서울시의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외려 자치구에서는 쓰레기통을 늘리지 않는 추세"라고 말한다. 이어 "상인들의 민원이 많기 때문"이라며 "특히 유동인구가 많아서 쓰레기통이 더 필요한 곳일수록 상인들이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또 "길거리 쓰레기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 곳에 쓰레기통이 생기면 그곳에 흡연자가 몰리고, 쓰레기통 주변으로 쓰레기가 심하게 쌓여서 인근 상인으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사동의 경우 작년 5월경에 다섯 개의 쓰레기통이 있었지만, 점차 철거하여 지금은 안국동 사거리 쪽에 마대자루 두 개가 설치되어 있다.

상인들은 쓰레기통 철거 이유에 수긍하면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한곳에 설치된 마대에 상인들이 전혀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구청에서 단속한다는 것. 상인들은 자기 가게 앞에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거리의 미관을 위해 자발적으로 수거해서 버리는 것이고, 이는 거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청 입장에서는 종량제 봉투외의 쓰레기는 처리할 의무가 없으니 상인들이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다. 문맹훈 담당자는 "단속을 하면 파 뿌리나 상품 포장용 밴드 등 업소용 쓰레기가 분명히 나온다"고 한다. 상인들이 업소용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다는 것이다.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박아무개씨(47)는 구청의 입장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한다. "손님이 들어와서 가게에 버려달라고 하는 쓰레기도 과연 업소용 쓰레기인지 의문"이라며 구청의 태도를 의아해했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다 보니 주말같이 유동인구가 많을 때는 하루에도 수십 명이 쓰레기를 자신의 가게에 와서 버린다고 한다. 또 실제로 자기 가게 앞의 쓰레기를 직접 치우는 상인들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인사동거리 인근에 하나 있었다. 사진 속의 쓰레기통은 쌈지길에서 관리하는 쓰레기통.
▲ 설마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을까 그나마 인사동거리 인근에 하나 있었다. 사진 속의 쓰레기통은 쌈지길에서 관리하는 쓰레기통.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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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현재의 길거리 쓰레기통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쓰레기통이 다시 생기면 과거처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흡연자와 쓰레기통이 끌어들이는 쓰레기 때문에 거리가 더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양날의 칼'이라고 했다. 그래도 두어 군데 설치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생각하는 대안은 현실적으로 시정해야 할 문제는 분명히 있다고 한다. 관광객 대부분이 쓰레기를 어디에 버릴지 모른다는 것. 한군데 설치된 마대자루의 위치라도 정확하게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길 끝에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있다는 식의 표지판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어려운 문제지만 길거리에 방치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태그:#종로구, #인사동, #쓰레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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