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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변덕을 부리던 날씨가 모처럼 화창합니다. 따뜻한 햇살이 반가워서 옥상 빨래줄에 하나 가득 빨래를 널고,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집안 청소를 합니다. 구석 구석 먼지도 털어내고, 쓱쓱싹싹 걸레질도 마칩니다.

모처럼 만족스러운 청소를 끝낸 후,  제 마음도 개운합니다. 기분 좋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하고 있는데 손 위 작은 시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올케야~ 어딘고? 지금 많이 바쁘나?"
"아니오~."
"나 밭에 왔는데, 너도 밭에 돋나물 뜯으러 올래?"
"네! 지금 바로 갈게요!" 

기분 좋게 시누이와의 전화통화를 마치고 저는 곧장 모자를 챙겨 쓰고, 창고에서 장화를 꺼내 신고 시누이네 텃밭을 향해서 집을 나섭니다.

우리 집에서 도보로 10분 정도의 거리에는 시누이네 밭이 있습니다.  경남 창원시 소계동 천주산 자락에 200여 평이 넘는 그 밭에는 단감나무가 제일 많고, 여러 그루의  매실나무가 잘 자라고 있으며, 두릅나무들로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시누이 내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텃밭에 들러서 단감나무와 매실나무의 가지를 쳐주기도 하고, 거름과 비료를 주기도 하고 약을 치기도 합니다.  아직 농사일에 서툰 저는 가끔 시누이 내외의 바쁜 손길을 거들어 주면서 그 밭에서 자라는  채소들로 우리집 식탁을 가득 채우기도 합니다.

정구지와 취나물·머위·달래 그리고 돋나물과 민들레가 지천이어서 그 밭이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밭을 더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장화를 신고 터벅터벅 주택가 골목을 지나서 본격적으로 그 밭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에 도착하면 저는 마치 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돌계단을 오르고, 약간 굽은 길을 걸어 가다보면 소나무가 무리지어 잘 자란 솔밭을 만나게 됩니다. 소나무에서 까치가 "깍깍" 하고 저에게 반갑게 아는 척 하기도 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새들이 즐겁게 노래를 하며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그 굽은 길을 조금 걸어 가면 돌담길을 만납니다. 그 돌담길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제가 먼저 새로운 계절을 앞서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들꽃들이 피어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텃밭으로 가는 길
▲ 돌계단 길 텃밭으로 가는 길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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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을 올라서면 만나는 굽은 길
▲ 굽은 길 돌계단을 올라서면 만나는 굽은 길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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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들어서면 돌담길이 시작됩니다.
▲ 돌담길 초입 이 길을 들어서면 돌담길이 시작됩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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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으로 가는 돌담길
▲ 이어진 돌담길 텃밭으로 가는 돌담길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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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텃밭의 입구가 보입니다.
▲ 돌담이 끝나는 곳 저만치 텃밭의 입구가 보입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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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향기로 그 돌담길을 지나는 저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던 으름꽃은 이제 비록 꽃잎은 지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 향기는 남아 있습니다.  으름꽃이 지고 나면 곧 바로 자신의 향기를 채우겠다는 듯 아카시아꽃이 꽃봉오리를 맺어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화사한 싸리꽃도 그 돌담길 주변을 여기 저기 아름답게 수놓고 있고, 주인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밭에는 금낭화가 활짝 피어 그 곁을 지나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텃밭을 일구던 사람들이 밭에서 발견된 돌맹이들을 옮겨와 하나둘 쌓아 오랜 기간에 걸려서 만들어졌을 돌담길. 그 길을 걷다보면 세상의 온갖 어지럽고 골치 아픈 이야기들조차 말끔하게 잊게 하는,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돌담길을 오르다보면 이마에 잠깐 땀이 맺히기도 하고, 가쁜 숨을 내쉬게도 하지만 그것 마저도 기분좋게 상쾌한 기분으로 바꾸어줍니다.

그 돌담길에서 즐거움은 저 혼자만이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잠시 쉬었다 가시죠.

돌담길에서 만난 으름꽃
▲ 으름꽃 돌담길에서 만난 으름꽃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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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에서 만나는 아카시아꽃
▲ 아카시아 꽃봉오리 돌담길에서 만나는 아카시아꽃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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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에서 만나는 싸리꽃
▲ 싸리꽃 돌담길에서 만나는 싸리꽃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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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으로 가는 길, 금낭화가 피었습니다.
▲ 금낭화 텃밭으로 가는 길, 금낭화가 피었습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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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텃밭, #돌담길, #돌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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