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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광길 변호사, 남문희 '시사in' 기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사회자인 김금옥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왼쪽부터 김광길 변호사, 남문희 '시사in' 기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사회자인 김금옥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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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폐쇄위기에 처한 가운데,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에 '흥미'를 잃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해결을 위해선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정상화를 연계하는 게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25일 저녁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와 시민평화포럼이 공동주최하고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후원으로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시민정치콘서트는 딱딱한 토론회 형식을 버리고 남북관계 및 개성공단 전문가들의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남한 사람들 앞에 서니 좀 부끄럽다"는 농담으로 자기소개를 한 김광길 변호사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남한 사람이지만 최근 몇년 동안은 개성공단에 체류한 날들이 서울에 있던 시간보다 길었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2009년 3월에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했던 때와 현재 상황을 비교했다. 그는 "당시에도 이번처럼 한·미연합 키리졸브 훈련을 할 때였고 북한은 '군통신선을 차단했으니 공단 출입을 못 한다'고 차단 조치를 내렸다"고 말한 뒤 "그러나 그때는 일주일에 걸쳐 하루 이틀씩 출입을 차단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한 반면 이번에는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을 20일 넘게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과 비교해서 굉장히 긴 기간 동안 진입차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또 2009년에는 북한이 출경과 입경을 다 막았지만, 이번엔 남한으로 가는 건 열고 북한으로 가는 건 막고 있다"며 "2009년에는 남한의 공단 기숙사 건설 약속 미이행과 출입자유화 등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가 계획대로 안되는 데에 불만이 컸던 것이라면, 이번에는 남한에서 얘기하는 '개성공단 인질론'이 맞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걸 보여주는 동시에 5·24조치로 인해 북한 입장에선 땅까지 내줬는데 사업에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겸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이 잠정 중단을 발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면서 "이번 발표는 김양건 스스로 사업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그걸 통보하는 성격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원래 북한 군부는 개성공단을 반대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겨서 만든 것이고 공단을 만드는 문제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도 엄청난 논의가 있었다"며 "휴전선 근처에 민간인이 왔다갔다 하는 게 군 입장에서는 여간 귀찮은 게 아닌데, '북한 경제 활성화에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해서 결국 하게 됐지만, 사업이 계획대로 된 것도 아니고 북한 내에서는 '결국 노동력 착취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통일전선부 조선아태평화위원회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어 "북한쪽 얘기는 개성공단에서 이익을 보는 건 남쪽이지 자기들이 아니라는 것이고, 공단 개발 약속은 1단계 2단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니 차제에 공단을 닫든지 하자는 군부 측의 압력이 상당히 크지 않았나 한다"며 "아마도 이런 사정을 (남한이) 헤아리라고 김양건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잠정중단을 발표한 것 같은데, (남한 당국이)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 임금 더 받는데 개성에 아쉬울 게 있을까"

남문희 <시사in> 기자는 북한이 중국 동북3성 지역에 노동력을 송출하고 있는 상황을 전하면서 개성공단이 북한에 더 이상 매력을 끌만한 요소가 적어젔다는 점을 지적했다.

남 기자는 "보수 언론들이 '북한은 개성공단 임금으로 1년에 8000만 달러를 가져가지 때문에 개성공단을 어쩌지 못한다'라고 했지만 이들은 자신들도 크게 보도했던, 북한이 몇년 전부터 중국에 근로자를 송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북한 인력이 동북3성에 파견돼 받는 임금이 200달러에서 많이 받으면 300달러정도 인제 개성공단 임금은 134달러다. 적어도 60달러 이상의 차이가 나고 앞으로 파견되는 북한 근로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숙련된 노동자를 중국으로 송출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남 기자는 "북한은 이명박정부 등장 이후 (개성공단 개발이 어려워지자) 자구책을 강구하면서 근로자 중국 송출을 돌파구로 방향을 잡았고 이에 중국이 호응했다"며 "북한은 금강산관광이 폐쇄되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고, 그렇다면 개성공단도 안전하게 갈 수 있느냐에 대해 당연히 회의가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2009년부터 인력 송출 길을 본격적으로 열어주면서 1만 명 단위로 인력송출을 시작해 계속 늘고 있다"며 "북한은 노동자 송출을 2015년까지 30만 명까지 확대할 계획도 있다. 중국으로 가면 임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개성에다가 노동자를 잡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김광길 변호사도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손실은 남한이 더 크다는 입장이었다. 김 변호사는 "개성공단 투자금액이 거의 대출을 받은 것이고 정부가 다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은행빚을 갚으면 기업 입장에선 남는 게 없는 셈"이라며 "기업에 더 중요한 자산은 같이 일한 숙련노동자들"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8년 동안 전동미싱을 못 다루는 사람들을 다룰 수 있게 해주고 프레스기계도 조작할 수 있게 만드는데에 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투자했겠느냐. 이제 숙련공들이 나왔는데 공단이 폐쇄되면 그걸 보상할 길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양보, 남한은 금강산 양보, 신뢰구축의 시작"

이날 콘서트에서는 개성공단 문제뿐 아니라 현재 남북관계 위기를 타개할 방안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문정인 교수는 "5월 7일에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데에 방점을 두고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나 미사일 방어 공조 강화 등 확장억지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치중한다면 남북관계는 중장기적으로 어려워지고 중국과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로 박 대통령이 대선 때 말한 것처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책적 목표다, 미국이 도와달라',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풀어가겠다'고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 교수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상상력을 동원하는 '그랜드 어프로치'가 필요하다"며 "한·미정상회담 뒤에 북한과 물밑 접촉을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개성을 연결시키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2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관광객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문서 형태로 제의했지만 남한 당국은 소극적인 태도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문 교수는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양보를 해서 풀고, 금강산관광은 우리가 양보를 해서 재개를 하게 된다면 신뢰구축을 물꼬가 트일 것"이라면서 "금강산관광 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도 안 풀린다면 무슨 신뢰구축이 되겠느냐. 박근혜 정부의 통 큰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태그:#개성공단, #남북관계, #시민정치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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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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