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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동안 기자생활하면서 별의별 모임을 다 보았다. 오늘 내가 만난 이 모임은 뭔가 특별함이 느껴졌다. 처음엔 그게 뭔지 시원하게 잡히지 않았다. 그게 뭘까. 

사랑의집 고치기 멤버들 중 자신이 제일 한가하다며 수리 준비를 도맡아 하는 최진상 팀장. 130두의 젖소를 매일 같이 건사하는 농장주인이 하는 말이다. 팀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그는 유태근 단장을 도와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최진상팀장 사랑의집 고치기 멤버들 중 자신이 제일 한가하다며 수리 준비를 도맡아 하는 최진상 팀장. 130두의 젖소를 매일 같이 건사하는 농장주인이 하는 말이다. 팀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그는 유태근 단장을 도와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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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짓돈 모아 집 고친다

지난 18일, 안성 미양면 고지리에 있는 진숙농장에서 최진상 팀장(사랑의집 고치기)을 만났다. 안성의료생협 내에는 '사랑의 집 고치기'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팀이 있다. 최 팀장은 생업에 바쁜 단장(유태근) 대신 자신이 인터뷰에 응한다고 했다. 4년 전 어느 날, "단장님 혼자서 준비하기 벅차니 누가 함께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란 의견을 그가 냈고, 의견을 낸 사람이 하라고 해서 자신이 팀장이 되었다.

자원봉사 팀의 멤버는 10명. 그들은 평소 자신의 생업(건축업)을 한다. 최 팀장이 유일하게 농장을 한다. 출동 신호가 떨어져야 그들은 모인다. 그나마 서로 맡은 분야가 달라 하루 동안 멤버 전원을 보는 건 기대조차 못한다. 자기 분야의 일을 하고 '치고 빠지는' 형태다.

이 일의 재료비는 후원자들의 손길로 마련된다. 수십 명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600여만 원의 후원금을 만든다. 그것을 4군데로 쪼개 집을 고친다. 연간 집을 고치는 횟수다. 그것이 팀원들이 얼굴을 보는 횟수이기도 하다. 바로 연간 4회.

집고치기 신청이 들어오면 안성의료생협 위원회에서 검토해 고칠 집을 선정한다. 사무실에서 단장이나 팀장에게 사전답사를 하라고 연락한다. 사무실 직원과 함께 현장을 답사를 한다.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한다. 팀원들이 모이도록 공지한다. 최소한 하루 전에는 미리 재료를 준비한다. 현장에 출동한다. 공사를 한다. 이것이 그들이 모이는 시스템이다.

최 팀장이나 유 단장이 해야 할 일은 사전준비 작업이다. 현장답사와 재료 준비다. 아무리 사소한 공사라도 사전 준비가 제일 중요하다. 건축을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간혹 사후에 전화가 오면 A/S도 나간다. 물론 최 팀장이나 유 단장의 몫이다.

수리 장면을 부탁했다.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고 했다. 11년간 40집 이상을 수리하고도 변변찮은 사진 하나 없는 이들을 뭐라고 해야될까. 수리하느라 열심인 그들. 평소 건축이 생업이라 하루나 이틀을 비우기가 쉽지 않은 그들이다.
▲ 집 수리 중 수리 장면을 부탁했다.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고 했다. 11년간 40집 이상을 수리하고도 변변찮은 사진 하나 없는 이들을 뭐라고 해야될까. 수리하느라 열심인 그들. 평소 건축이 생업이라 하루나 이틀을 비우기가 쉽지 않은 그들이다.
ⓒ 안성의료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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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공사가 늘 하루를 넘기는 이유는?

일을 하러온 그들에게 독거어르신은 "일 하시는 김에 이거 좀 봐 주실라우"라고 하기 일쑤다. 그럼 그들은 "아 네. 뭐 봐드리쥬"라기 일쑤다. 이렇게 하나둘 봐주다 보면 이틀은 기본이고 사흘이 소요되기도 한다.

한 번은 출동한 어르신의 집에서 "우리 집 방에 자꾸 물이 고인다"며 봐 달라고 해서 봐드렸다고. 그 원인을 밝히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알고 보니 수도 배관이 터진 것. 그 어르신은 지난 겨우내 상수도를 잠그고 바깥에 나가 떠온 물로 생활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을 보는 그들이 "이건 예정에 없는 일이니 못 해드려유"라고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이유들로 인해 당초 예정인 하루공사는 늘 하루를 넘긴다. 멤버들의 생업을 위한 배려보다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가 우선이다.

이들은 현장에 출동하면 일부러 독거어르신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르신이 필요해서 말을 걸어오지 않으면 일만 묵묵히 한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지나치게(?) 고마워하는 모습이 왠지 쑥스럽고 미안해서 그렇다고 했다. 

시간 남아서 봉사한다는 이 남자, 알고 보니...

인터뷰 내내 최 팀장은 시간이 남아서 봉사를 한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그의 젖소농장엔 130두의 젖소가 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젖을 짜고, 저녁 5시에 또 젖을 짠다. 수시로 청소하고, 돌보고, 밥을 준다. 1년 365일 소와 함께 한다. 물론 자신이 일이 생기면 아내가 그 일을 대신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렇다.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남아서였다. 타인에 대한 여유, 바로 그것이었다.

이 모임이 특별하다고 느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사랑의 집고치를 11년 째 해오면서 팀원끼리 친목 모임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올해 들어서 석 달에 한 번 정도 친목모임을 해볼까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모임이라도 '회원의 친목도모'는 '약방에 감초'일 텐데 말이다.

안성의료생협에서 보내온 단체사진이다. 겨우 찾았다며 보내온 사진 속엔 팀원들은 거의 없다. 평화원 식구들과 사무실무자와 후원자들이다. 그것도 2009년도 사진이다.
▲ 단체사진 안성의료생협에서 보내온 단체사진이다. 겨우 찾았다며 보내온 사진 속엔 팀원들은 거의 없다. 평화원 식구들과 사무실무자와 후원자들이다. 그것도 2009년도 사진이다.
ⓒ 안성의료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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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 전체가 모여 찍은 단체사진 한 장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공사 후 찍는 제대로 된 '인증샷'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11년이면 40집은 넉넉히 고쳤을 텐데 말이다. 어렵게 찾은 이 기사의 단체사진조차도 팀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해주고 '생색내기'보다 오히려 미안함이 있다고 했다. 최 팀장이 마지막으로 내게 들려준 말이 그들의 마음 아닐까 한다.

"예쁘게 실어 줘유. 혹시 알아유. 후원금이 조금이라도 더 들어올지. 그람 한 명의 어르신이라도 더 따뜻한 겨울을 나지 않것시유."

덧붙이는 글 | 사랑의집 고치기 신청하세요.
- 사업대상 : 기초생활수급권자, 독거노인, 노인부부
- 사업기간 :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 사업예시 : 전기공사, 수도공사, 난방보강(단열)공사, 문짝수리 등
- 신청방법 : 안성의료생협 홈페이지(http://www.asmedcoop.or.kr)를 방문해서 첨부파일을 다운받아 방문, 우편 또는 E-메일 접수
- 담당자 : 안성의료생협 서안성지점 조합사업부 이성빈(메일: sblee92@hanmail.net/전화문의: 031-651-6121



태그:#사랑의집고치기, #안성의료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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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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