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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사찰, 노조탄압 등 불법행위와 관련해서 지난 2월 7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청 조사팀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신세계그룹 이마트 본사와 지점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7일 오전 점심식사를 시간이 되자 성수동 이마트 본사 직원들이 사무실을 오가고 있다.
▲ 노동청, 이마트 본사와 지점 압수수색 직원사찰, 노조탄압 등 불법행위와 관련해서 지난 2월 7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청 조사팀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신세계그룹 이마트 본사와 지점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7일 오전 점심식사를 시간이 되자 성수동 이마트 본사 직원들이 사무실을 오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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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확산되기 시작한 비정규직 문제. 고용불안정에 따른 불안감, 낮은 처우에 따른 생활고 등 비정규직 확산으로 파생하는 사회 문제에 보수, 진보는 모두 입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런 점에서 지난 1일 시행된 신세계 이마트의 도급사원 대규모 정규직화는 지난 15년 동안 이어진 비정규직 문제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번에 이마트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도급 사원은 9100명이다. 비록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적발된 불법파견 인력을 직접고용하라는 명령에 따라 조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기존 민간 기업에서 찾을 수 없는 사례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측은 불법적인 고용관계 논란을 일으킨 판매전문사원(SE)도 오는 5월 1일자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인원 역시 2000여 명에 달한다.

이런 조치가 취해졌음에도 여전히 현장은 소란스럽다. 이 정도 규모의 정규직 전환 사례가 없었다는 점, 여론을 의식한 이마트가 정규직 채용을 서둘렀다는 점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 위의 이마트' 기획으로 이마트 사태를 집중 보도한 <오마이뉴스>에도 다양한 문제 제기가 접수됐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인력이 줄면서 발생한 업무강도 증가, 도급직원 때보다 낮아진 경력과 임금 등의 문제다.

이마트 측은 이런 문제에 대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며 "전국 매장에서 동시에 많은 인력이 정규직화 되는 과정에서 일부 제대로 설명이 안 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직원들의 처우를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정규직 전환을 시행했다"고 해명했다. 물론 본사와 각 매장 현장의 온도는 다를 수 있다. 이마트의 정규직 전환이 최종적으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이 차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정규직 된 도급직원] "인력충원 시급"... 사측 "사원모집 공고한 상황"

경기도 권역의 매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도급사원으로 2년 가량 일을 하고 이번에 정규직이 됐다. 그는 이마트의 정규직 전환 시행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인력이 줄어들어 업무강도가 높아진 것은 문제라고 인식했다.

"정규직이 돼도 하는 일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 전에도 관리직원들이 업무지시를 해왔고, 예전에는 눈치를 좀 봤다면 지금은 그냥 하면 되니까. 아직 급여를 받지 않아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전환된 것에 만족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다 같은 동료라는 생각도 들고요.

문제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진 거예요. 정규직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퇴사한 분들이 있어요. 저희 매장에 100명 정도가 도급이었는데 열댓 명은 나가셨어요. 그런데 인력보강이 안 되고 있습니다. 줄어든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하려니까 업무량은 당연히 높아지죠. 그래도 회사에서는 언제 충원할지 얘기가 없습니다. 물어봐도 이번 달은 안 된다고 하네요.

일이 많아서 연장근무를 하려고 해도 못하게 해요. 저희도 '칼퇴근'하면 좋죠. 하지만 그 일을 다 하려면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못한다는 겁니다. 그게 점장 지시사항이라고 해요. 지난달 말에 정규직 전환 교육을 한다면서 일주일에 12시간까지 연장근무 할 수 있다고 했어요.(법으로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바꿔 6시간만 할 수 있다고 하더니 지금은 아예 안 된다고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이와 관련해 이마트 측은 "인력 충원을 위해 지금도 사원 모집 공고를 한 상황"이라며 "한꺼번에 보충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현장에서도 알아줬으면 한다, 정규직 전환 이후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면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장근무 문제에는 "법으로 당연히 할 수 있는 연장근무를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며 "연장근무가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수당도 당연히 지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력 줄어든 팀장급 직원과 AS직원] "그동안 열심히 일한 게 서럽다"

이번 정규직 대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진열 업무 도급 직원은 대부분 '전문직2'라는 직군으로 전환됐다. 그밖에는 기존 도급직원을 관리하는 도급업체 팀장급 직원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각 도급업체에서 이마트로 파견된 상태에서 상당기간 일한 경우가 많아 기존 경력을 얼마나 인정하는지가 관건이었다. 결과는 대부분이 기존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정규직이 될 수는 있지만 그동안 이마트에서 일한 직원이 아닌 '신입사원'이 되는 격이다.

"전 이마트 도급사원을 관리하는 현장팀장이었습니다. 이마트가 정규직 전환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나은 대우를 받게 됐지만 그동안의 근속 경력은 날아가고 다 신입사원으로 채용됐네요. 도급사원을 채용하고 관리하던 현장의 팀장급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4년제 대학 나오고 5년 이상 근무했지만 다 인정이 안 됐어요. 입사한 지 2년 미만인 팀장하고 그 이상 재직한 팀장하고 동일한 수준을 받게 됐습니다.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도 연봉이 낮아진 사람들이 있어요. 다들 고용불안에 어쩔 수 없이 사인하고 있지만 일은 일대로 다 부려먹고 이런 대우를 하다니 너무 서럽습니다."

진열 도급사원이 아닌 특수한 직종에 근무했던 직원들도 비슷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들은 "기존 직종 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획일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해 정규직화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이마트 정규직 전환의 대상자로 AS코너에서 책임자를 하고 있는 사원입니다. AS사원은 전문수리기사입니다. 이마트 협력업체에서 정규직 경력사원으로 오랫동안 일해왔습니다. 하여 기존 상품진열 사원과는 다르게 급여와 호봉이 책정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마트가 정규직으로 전환을 함으로써 많은 급여삭감을 감수하며 근무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장기근속으로 업무 능력이 향상된 경력사원임에도 진급도 되지 않는 전문직2로 배속됐습니다. 어떠한 사람이 어떠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단순하게 정규직 전환이 이뤄 졌다고 봅니다. 때문에 이마트는 각 사원들의 직무형태를 제 정립하여 조속히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마트 측은 이와 관련해 "팀장급 직원들의 경력 문제는 연차에 따라 차등적으로 경력을 인정해 처우를 달리했다"면서도 "회사 쪽에서도 보완해야 될 지점이 있다면 파악하고 판단해 조치할 수 있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앞둔 SE] "정규직 임금 지금과 비교하면 택도 없다"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노조탄압 사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이마트 매장앞에서 직원들이 상품이 든 박스를 정리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노조탄압 사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이마트 매장앞에서 직원들이 상품이 든 박스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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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판매전문사원(SE)은 고용관계를 회피하기 위한 불법적인 계약관계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판매전문사원은 본래 가전, 의류, 브랜드(골프, 아웃도어, 나이키 등) 분야에서 매출액의 일정 수수료를 지급받는 상품판매위탁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사업 독립성과 영업 자율권이 거의 없고, 사실상 이마트 측의 업무지시를 받는 다는 점에서 불법 운영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도 도급사원 불법파견 적발에 이어 판매전문사원 부분도 조사에 들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는 지난달 말 판매전문사원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1년에 한 번 재계약을 실시해야 하는 판매전문사원들은 재계약이 안 될까 걱정했던 부분이 해소된다. 하지만 역시 일을 하면서 소득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규직 이전에 해왔던 일과 똑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은 감소하는 것이다.

브랜드 분야 한 판매전문사원의 말이다.

"일단 브랜드 분야에서 일하는 판매전문사원은 패션분야에 일하시는 분들보다는 많이 받는 편입니다. 그분들은 정말 힘들게 일하시죠. 1년에 한 번 계약을 하다보니까 매출을 높이기 위해 이마트가 요구하는 모든 걸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도 계약하지 않겠다고 하면 재계약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정규직을 원할 수 있어요. 정규직화 자체에 불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득이 줄어드는 문제는 우리에게 정말 큰 문제입니다. 회사는 일정 연봉을 지급하고 매출에 따라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는데, 정말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요. 제가 2011년에 비해 2013년에 15% 매출을 인상했는데, 회사 측이 현재 제시한 인센티브 조건을 맞춘 적이 없습니다. 이미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정해놓고 있는 거예요. 그걸 달성하고 최대 인센티브를 받아도 지금보다 수입이 줄어듭니다.

또 4월 7일까지 정규직 지원을 하라고 해요. 생각할 시간도 없습니다.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쓰겠다는 거죠. 아직 저희 매장에 지원한 사람은 없습니다."

"판매전문사원 정규직화는 기본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얘기"

이마트 측은 "판매전문사원은 다른 직군과 다르게 연봉을 책정하고 인센티브도 지급하기로 했다"며 "정규직이 돼서도 매출을 높이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설령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마이너스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매전문사원이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기본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얘기"라며 "이 사안은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고 아직 방법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규직 지원은 받고 있지 않다, 아직 계획을 마련 중이기 때문에 4월 중순까지 미룬 상태"라고 덧붙였다.


태그:#이마트, #신세계, #정규직, #비정규직,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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