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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지원 및 서민의 과다채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국민행복기금이 공식 출범한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행복기금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국민행복기금 상담 받는 시민들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지원 및 서민의 과다채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국민행복기금이 공식 출범한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행복기금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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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요? (채무 독촉)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거죠."

29일 오전 국민행복기금 출범식이 막 끝난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강남 본사 강당. 주요 내빈과 취재진이 모두 빠져나간 자리에서 '서민대표' 10여 명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희망드림, 한마음, 바꿔드림론 등 기존 캠코 서민금융지원 시스템을 이용해 빚을 갚은 이른바 '모범 채무자'들이었다.

한마음금융(신용회복기금)을 통해 8년 만에 빚 4~5천만 원을 모두 갚은 김영욱(여·54)씨는 국민행복기금 출범을 반기면서도 채무 연체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 심정을 안다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빚을 지고 갚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채무자만 도덕적 해이? 마구 돈 빌려준 금융사 책임도 따져야"

29일 오전 서울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열린 ‘국민행복기금’ 출범식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상담창구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국민행복기금 상담창구 방문한 국무총리 29일 오전 서울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열린 ‘국민행복기금’ 출범식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상담창구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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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이날 축사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금 운영에 엄정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다만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은 "도덕적 해이를 많이 우려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빚 갚으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방치하면 국가 사회에 더 큰 짐이 된다"고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은 이날 금융업계 대표들과 연체채권 매입과 채무조정 협약을 맺고 오는 10월 말까지 7개월간 대장정에 들어갔다. 장기 연체자는 채무 조정을 통해 최대 50%까지 채무를 감면해주고 고금리 대출도 저금리로 전환해 주기로 했지만 갈 길은 멀다. 기금 규모가 애초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18조 원에서 1조 5천억 원으로 1/10 이상 줄어들면서 채무조정 대상자도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자 등으로 제한돼 322만 명에서 32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른 한편 금융업계와 언론에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와 '성실 채무자' 역차별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출범 하루 전인 28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주최한 국민행복기금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도 이런 상반된 시각이 충돌했다.  
 
채무 불이행 상황에 직면한 서민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온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채무자 도덕적 해이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국민행복기금을 축소하는 하나의 근거가 됐다"면서 "단 1개월만 연체해도 독촉 전화 폭탄이 쏟아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인데 (채무조정 신청자를) 의도적인 부채 상환 회피자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제 대표는 오히려 "채무자보다 약탈적 대출을 한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더 크다"면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돈을 빌려준 금융권은 놔두고 채무자만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도덕적 해이 방안은 없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고민하다 1차 대상자가 1/10로 줄어 가계부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지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다만 조 연구위원은 "성실하게 빚 갚는 사람은 수혜를 못 받는다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신용회복 기준 완화, 전환대출 대책을 넣었지만 이 정도만으론 채무 원금을 50%까지 탕감받는 수혜자들과 비교해 충분한 이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번 지원이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 2, 3차로 더 좋은 대책이 나오리란 기대감이 형성되면 현재 채무 감면 대상이 아닌 사람들까지 채무불이행에 나서 도덕적 해이가 확산되고 금융기관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주선 참여연대 서민금융보호사업단장은 국민행복기금 자체에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백 단장은 "(빚을 갚는 게 불가능한) 채무자에게 가장 우호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은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과 파산 제도"라면서 "채무조정을 한다고 소득이 증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채무조정 이후 빚을 갚을 수 없는 한계 상황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의원은 이날 "국민행복기금이 일회성이어도 문제고, 일회성이 안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라면서 "일회성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 축하용 빚잔치 꼴이고 가계부채 근본 해결과 무관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것이 되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면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엉망이 돼 제도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면서 공정대출법 제정, 파산 절차 개선 등 종합적인 가계 부채 해결 대책을 촉구했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앞에 국민행복기금을 알리는 대형현수막이 걸려있다.
▲ 국민행복 시대를 위한 국민행복기금 출범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앞에 국민행복기금을 알리는 대형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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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민행복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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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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