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서리 내린 것을 보니 오늘 날씨가 따뜻할 것 같다. 꿩꿩~ 하고 아침부터 뒷산에서 꿩이 울어댄다. 배가 고픈가?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게 행복하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어제부터 매일 200여 평의 텃밭을 파기로 마음 먹고 있었기에 오늘 아침도 거르지 말아야 한다. 해빙이 되어 언 땅이 녹았으니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어제는 열 평 정도의 텃밭을 파냈다. 그곳에는 상추, 오이 등을 심을 자리다.

쇠스랑으로 200여평의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하루에 10평씩 파내기로 했는데 오늘 아침은 20평을 파냈다. 흙, 물, 햇빛, 바람은 만물을 존재케 하는 요소다.
▲ 텃밭 쇠스랑으로 200여평의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하루에 10평씩 파내기로 했는데 오늘 아침은 20평을 파냈다. 흙, 물, 햇빛, 바람은 만물을 존재케 하는 요소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오늘 아침에는 현관문 앞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작년에 한 번 파고 돌을 골라냈기에 땅 파기가 훨씬 수월하다. 쇠스랑으로 땅을 찍어 파 뒤집으니 풋풋한 흙냄새가 향긋하게 콧속으로 스며든다. 흙 냄새를 맡으면 언제나 아련한 고향의 향수가 느껴진다. 우리에게 흙은 마음의 고향이요, 향수다.

태양이 안개 속을 뚫고 희망의 섬광을 비추어 준다. 햇빛은 하얀 서리 속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흙을 뚫고 들어간다. 쇠스랑으로 땅을 찍어 뒤집을 때마다 햇빛, 맑은 공기가 흙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아, 마치 내가 숨을 쉬는 것 같다. 내가 흙이 되고 다시 흙이 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흙과 나는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흙을 파내어 뒤집으니 햇볕과 바람이 들어간다. 흙에게 신선한 공기와 태양의 에너지가 스며들게 해 주어야 한다.
▲ 텃밭 흙을 파내어 뒤집으니 햇볕과 바람이 들어간다. 흙에게 신선한 공기와 태양의 에너지가 스며들게 해 주어야 한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서리가 하얗게 내린 것을 보니 오늘 날씨는 따뜻할 것 같다.
▲ 서리 서리가 하얗게 내린 것을 보니 오늘 날씨는 따뜻할 것 같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따지고 보면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져 있다. 흙, 물, 햇빛, 바람 이 네 가지 요소는 만물을 존재케 하는 기본 요소다. 네 가지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생명체가 살 수 없다. 우리의 심신도 이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 네 가지 요소에 마음, 즉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이 죽으면 몸체를 지수화풍으로 다시 돌려주고, 영혼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영혼이 죄에 따라 천당, 연옥, 지옥으로 간다고 하고, 불교에서는 완전한 도를 이루지 못하면 지은 업(業, 카르마)에 따라 끊임없이 육도윤회(六道輪廻-천상, 인간세상,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를 한다고 한다.

어쨌든 흙을 파내는 작업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신성하다. 그것은 네 가지 요소 중에서도 사람이 두 발로 딛고 살 수 있도록 지탱을 해 주고, 야채와 곡식도 심어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물과 햇볕은 만물이 자랄 수 있는 에너지를 주고, 바람은 만물을 썩지 않게 통풍을 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햇빛, 물, 바람은 곧 실체가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땅은 그 실체가 상존한다.

고추와 오이를 심을 텃밭
▲ 텃밭 고추와 오이를 심을 텃밭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1시간 정도 쇠스랑질을 하다 보니 20여 평 정도의 텃밭이 일궈졌다. 하루에 열 평 정도만 일구기로 했는데, 오늘 아침은 그 두 배 작업을 했다. 작년에는 이곳에 가지, 토마토, 고구마를 심었는데, 금년에는 땅콩, 고추, 오이 등으로 작물을 바꾸어 심을 예정이다. 작물은 매년 터를 바꾸어 심으면 더 잘 자라기 때문이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노지에서 싹을 돋아내는 마늘은 위대하게만 보인다.
▲ 마늘 싹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노지에서 싹을 돋아내는 마늘은 위대하게만 보인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작년 가을 심은 시금치가 노지에서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다.
▲ 시금치 작년 가을 심은 시금치가 노지에서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햇볕과 바람이 스며드는 흙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다. 텃밭 한쪽에는 마늘 싹과 시금치가 파랗게 돋아나고 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를 노지에서 견디고, 파란 새싹을 돋아내는 마늘과 시금치게 위대하게만 보인다. 녀석들을 바라보노라니 없던 힘이 팍팍 솟구친다.

아, 상쾌한 아침이다!


태그:#텃밭 일구기, #흙냄새, #마늘, #시금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