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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과협회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대표들이 27일 오전 구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제과점업 동반성장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민회 CJ푸드빌 대표,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
 대한제과협회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대표들이 27일 오전 구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제과점업 동반성장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민회 CJ푸드빌 대표,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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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과 파리바게뜨가 손을 맞잡았다. 대한제과협회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는 27일 오전 구로구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반성장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 5일 동반위의 제과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후 소송전으로 이어진 양쪽의 갈등은 20여 일만에 봉합됐다. 

이날 행사에는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을 비롯해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 허민회 CJ푸드빌 대표가 참석했다. 서로 "고맙다", "축하한다"고 덕담을 주고받는 등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소송은 가맹점주가, 취하는 본사가? "가맹점주들도 동의할 것"

유장희 위원장은 "새 대통령 취임에 맞춰 서로 양보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화합 의지를 보여준 3개 기관 대표들에게 감사한다"면서 "이번 합의가 그간 갈등과 오해를 접고 동네빵집과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 제과협회와 가맹본사 모두 협력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고 밝혔다.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은 "룰을 정하는 과정에선 각자 주장하고 의견도 내겠지만 일단 룰이 정해지면 잘 지켜서 업계 발전에 같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합의 배경을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이미 지난 20일 동반위 권고를 받아들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동네빵집을 대변해온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 역시 "그간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 깨끗하게 화해하고 같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면서 "SPC, CJ 모두 같은 제과점업계로서 상생 발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시장 파이도 커지고 소비자에게도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쪽은 이번 합의를 통해 서로 제기한 법적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앞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프랜차이즈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성모)'는 지난해 말 대한제과협회를 상대로 협회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 감사 청구, 협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에 맞서 대한제과협회는 지난 13일 파리바게뜨 가맹 본사인 파리크라상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정작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과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건 적이 없는데, 본사가 나서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소송 취하에 합의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조상호 대표는 "제과협회에 가입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 주도해서 소송을 냈기 때문에 회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면서도 "제과협회와 회사가 협력 화해했기 때문에 그쪽에서도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고 회사에서도 최대한 화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서중 회장 역시 "우리도 가맹점주와 접촉하고 있고 서로 마무리를 매끄럽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합의하고 취하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를 대표해온 강성모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합의 관련해서 본사와 사전 교감도 없었고 일부 점주들은 반발하고 있다"면서 "협회가 그간 비민주적 결정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한 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협회와 협상은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혀 소송 취하 가능성은 열어뒀다.

"오늘은 상생의 날"... 새 정부 출범 맞춰 동반성장 생색내기

앞서 동반위는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앞으로 3년간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을 연간 2%로 제한하고 기존 동네빵집과 500m 이상 거리 제한을 두도록 했다.

양 당사자들은 이날 합의서에서 ▲ 제과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 성실히 준수 ▲ 상호 비방행위를 자제하고 소송 등 법적 분쟁 모두 취하 ▲ 소비자 후생 증진과 제과점 업계 발전을 위해 상호 협조하는 한편 ▲ 대한제과협회는 소속 회원 의견 수렴과 이해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 본사 차원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제과협회 가입을 독려하기로 했다.

"오늘은 상생을 모색하는 날이다.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밝은 쪽으로 해 달라."

이날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의 '당부'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실제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빵집의 상생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한제과협회 집행부와 프랜차이즈 본사 간 갈등만 봉합했을 뿐 구체적인 제과점업계 상생 방안은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파리바게뜨가 동반위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한 상황에서 이날 합의서 서명하는 장면까지 이끌어낸 것은 새 정부 출범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마침 수년째 이어진 홈플러스 합정역 출점 갈등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정리되는 분위기다. 골목 상권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도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대기업들 입장에선 새 정부의 '동반성장 직격탄'은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포지역 중소상인들과 홈플러스는 합정점 출점 관련 상생안에 합의하고 이날 오후 5시 마포구청에서 협약식을 열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합정역 출점을 조건으로 망원시장과 가까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점을 폐점하는 한편 15개 품목 판매를 제한하고 상인회 건물 2채를 지원하기로 했다. 


태그:#동네빵집, #파리바게뜨, #제과협회, #동반성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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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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