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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교수의 '2013년체제론'은 작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연이어 패배함으로써 힘을 잃었고 보수신문들은 이를 조롱거리로 삼기도 했다. 과연 '2013년체제론'은 아무런 역사적 역할을 못하고 폐기되어야 하는 운명일까. 냉정하게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면 박근혜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2013년체제론은 살려서 쓸 부분이 있다.  

표지
▲ 창비 2013년 봄호 표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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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13년 봄호(이하 '창비')가 나왔다. 대선 후일담이 빠질 수가 없다. 창비는 이번 호에서 '대화'와 '특집'을 통해 작년 대선을 검토하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의 한국 사회의 앞길을 예견한다. 특히 '대화'에는 2013년체제론를 개창한 백낙청 교수가 직접 2013년체제론의 명칭 포기를 선언함과 동시에, 이상돈 교수를 비롯한 대화 참여자들이 여전히 2013년체제론의 유효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어서 주목을 요한다.

지난 대선의 의미와 과제

'대화'는 우선 지난 대선부터 점검해본다. 대선이 남긴 의미와 과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안철수 캠프의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이일영 한신대 교수는 야권의 4월 총선 패배가 기존 야당의 역량 부족을 드러낸 것이며 그 결과 혁신을 위한 새로운 인물을 찾게 되었고 그 열망이 안철수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한다.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장은 민주당이 뼈아프게 귀담아들을 만한 의견을 개진한다.

"민주당을 지켜보면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열정적인 비전이나 몰입이 나오지 않았지요. 후보가 결정된 후에도, 대통령 후보라면 당에 대한 전권을 갖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당의 혁신방향이 나올까 했더니 결국 안 나왔죠."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고 야당의 어젠다를 대폭 수용해 자신들의 것으로 삼은 것에 비해서 민주당은 별다른 "학습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새누리당이 백척간두의 위기를 느끼게 된 계기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어리석은 행동"을 꼽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실 오세훈이 당을 구한 거죠. 일등공신이에요.(웃음) 박근혜 전 대표가 김종인 박사와 저를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해서 전에 없는 시도를 했던 것이 2012년 1년간 유효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돌출된 행동이 야기한 여권의 위기가 오히려 신속한 재정비와 혁신의기회를 주었다는 해석이다. 이상돈 교수는 이에 덧붙여 통진당 사태와 김용민 막말파문 같은 야권의 자중지란 때문에 "운도 따랐"다고 한다.

대화 참여자들
▲ 2012년과 2013년 대화 참여자들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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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체제론은 유효한가?

백낙청 교수는 그 특유의 거시적 안목에 따라서 2013년체제론이 총선 패배로 말미암아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불가능하지 않다는 논지를 폈"다고 고백한다. 원래의 논리대로라면 총선에 실패하면 대선에 실패한다는 것인데, 의지와 염원으로써 그 논리를 돌파해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선 이후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는 현재 2013년체제론은 유효한가? 이 질문에 대해 이상돈 교수는 약간 의견을 달리하지만 세 명의 대화자는 대체적으로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왜냐하면 박근혜 대통령도 시대교체라는 슬로건을 걸고 야권의 어젠다를 대폭 수용해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이상돈 교수는 여권의 고정 지지층 중에 개혁과 쇄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별로 없다는 점을 들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다시 말해서 '합리적인 보수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시대교체는 남았다

대선 이후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과 시민사회는 '2013년체제' 혹은 그것의 박근혜정부 버전인 '시대교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용구 원장은 이명박정부가 심각하게 훼손한 공공성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요즘 다시 논의되는 공기업 민영화는 심사숙고하고 삼가는 게 좋다고 봅니다. 민영화라고 하지만 결국 사영화고 재벌체제로의 편입이거든요."

백낙청 교수는 분단체제론에서 설파했던 바대로 현재의 남북 분단이 한국 사회의 모든 병폐 현상 배후에 존재하고 있음을 강변하면서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진일보된 남북관계를 주문한다(이 '대화'가 이뤄진 시점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있기 전인 2013년 1월 15일이다).

이상돈 교수는 '평화협정'이 그다지 중요한 의제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뒤, "안정적인 개혁과 쇄신"으로 한국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다소 원론적인 진술을 한다.

이제 대선은 끝났다. 하지만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진보 진영이 패배했다고 해서 한국 사회가 제자리에 머물거나 퇴보할 수는 없다.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다음 선거 때까지 무기력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시대교체라는 슬로건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끝없이 요구하고, 그 요구가 거부될 때는 저항하자. 백낙청 교수가 말하는 "변혁적 중도"이든 이상돈 교수가 말하는 "합리적 보수"이든 이것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시대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과제이다.


태그:#창작과비평, #백낙청, #이상돈, #2013년체제론, #시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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