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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빨리빨리 알려야 다른 사람들도 피해를 안 당해요."

올케가 말을 시작한다. 며칠 전 동생 생일이라 동생 집에 갔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내가 먼저 남편이 설 명절 전에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은 일이 생각나 그 일을 이야기했다.

남편이 낮에 점심을 먹고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 전화의 내용은 '건강에 아주 좋은 식품이 있는데 샘플로 몇 개만 보내 줄 테니 일단 먹어보고 구매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남편은 처음에는 모두 그렇게 말은 하지만 결국엔 돈을 내야 된다며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하니 그쪽에서 무슨 낌새를 차렸는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말고 샘플 몇 개만 맛보고 설명서도 보내줄 테니 집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했단다.

남편은 무슨 자석에라도 끌리듯 집 주소를 가르쳐주고 말았단다. 그리고 난 뒤 괜스레 기분이 찜찜했다고 한다. 당연히 개운하지 않을 수밖에. 나나 아들아이도 그런 이상한 전화를 받으면 아무 대응도 하지 말고 그냥 끊으라고 했다. 그리고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사항이기도 했고.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그날 저녁, 밥을 먹고 나서 뉴스를 보며 남편이 내게 낮에 일어난 일을 말했다. 난 어이가 없었다.

"뉴스를 그렇게 열심히 보면서 주소를 가르쳐주면 어떻게 해,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말도 안 돼. 그 사람들 샘플 보내준다고 하고 그 안에 지로용지 넣어서 보내면 어떻게 할 건데?"

내가 그런 말을  하고 있는데도 남편은 "아니, 그런데 그 사람이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라며 한가한 말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난 그런 남편이 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요즘 전화번호 아는 건 일도 아니니까 거기 전화 걸어 빨리 취소해요, 명절이라 빨리 보낼지도 몰라"라고 말했다.

남편은 오후 10시가 가까워져 늦은 시각이라며 전화 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남편을 보며 "저러니깐 늙은이들 전화번호만 알아가지고 전화를 건 거지, 그 물건 오면 어떻게 해결 할 건데?"라고 물으니 그제야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을 리 만무했다. 남편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나도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나는 다음날부터 택배가 오기만 기다렸다. 택배가 오면 그런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할 생각이었다. 외출할 일이 있어도 하지 않고 택배만 기다렸다. 내가 없는 사이 경비실에 맡겨 놓으면 일이 해결하기가 더 복잡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가 이틀 뒤 도착했다. 마침 우리집에 자주 오는 택배아저씨였다. 나는 그에게 "주소는 맞는데 여기 그런 사람 안 살아요"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집에 온 택배는 모두 내 이름으로 왔으니 그 아저씨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난 뒤 그 업체에서 남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단다. 남편은 그 주소에 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일단 사건은 일단락됐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올케와 언니에게 했다.

스마트폰 소액결제 30만원... 사기당하다

올케는 무심코 인증번호를 눌렀단다. 잠시 후 취소됐다는 문자가 뜨는 동시에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통장을 확인해봤단다. 그 사이에 30만 원이 결제되고 말았다고 한다.
 올케는 무심코 인증번호를 눌렀단다. 잠시 후 취소됐다는 문자가 뜨는 동시에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통장을 확인해봤단다. 그 사이에 30만 원이 결제되고 말았다고 한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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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끝나자 올케가 자신이 당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문자가 한 통 왔다고 한다. 내용은 '게임머니 결제 30만 원'. 올케 자신은 그런 일이 없지만 혹시 아이들이 결제를 했나 해서 문자를 보낸 곳에 전화를 걸었다.

"아니, 나는 게임을 한 적도 없는데 무슨 30만 원을 결제해요?"
"보아하니 연세도 있으신 것 같은데 저희가 잘못 보냈나 보네요. 취소해드릴 테니 인증번호를 눌러주세요."

올케는 무심코 인증번호를 눌렀단다. 잠시 후 취소됐다는 문자가 뜨는 동시에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통장을 확인해봤단다. 그 사이에 30만 원이 결제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걸 확인하고 나니 어찌나 허탈한지 '나도 이렇게 당할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맥이 풀리고 말았다고 한다.

올케가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을 때, 남동생이 퇴근해 돌아와서는 "얼굴이 왜 그렇게 백지장 같아,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묻기에 낮에 벌어진 일을 이야기해줬단다. 남동생도 그날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집에 가서 빨리 말해줘야지'라며 집에 왔는데 이미 일이 벌어지고 난 뒤였다. 최근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몇 명만 모여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당한 일은 어쩔 수 없는 일. 다시는 그런 문자가 오지 않아야 했다. 올케가 정신을 차리고 114에 전화를 해서 소액 결제 취소를 신청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언니와 나에게도 사전에 예방할 것을 권했다.

요즘은 이런 문자 외에도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유도를 하기도 한다. 또 대출 상담을 해준다는 문자가 오기도 한다. 나는 이런 류의 문자를 보낸 번호를 수신거부해놨다. 상황이 이러니 내가 거래하는 은행이나 카드회사에서 오는 문자나 전화도 마음 놓고 받거나 확인하기 겁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9일, 은행에서 새 통장을  만들었더니 확인 전화가 왔다. 난 녹음 준비를 하고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내가 거래하는 은행이 정말 맞았다. 전화를 끊고 나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태그:#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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