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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팔기로 하고 고향에 모인 방광초등학교 동창생들. 이정준, 황의삼, 이종수씨 세 사람이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구례들판을 걷고 있다.
 지리산을 팔기로 하고 고향에 모인 방광초등학교 동창생들. 이정준, 황의삼, 이종수씨 세 사람이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구례들판을 걷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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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친구들입니다. 소꿉친구들이죠. 말썽도 많이 부렸죠. 너나 할 것 없이. 그래서일까요. 눈빛만 봐도 서로 알 수 있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그런 친구들이에요."

금융기관에서 퇴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정준(63·전남 구례군 광의면)씨의 얘기다. 이런 친구 5명이 모였다. 구례 방광초등학교 17회(1964년 졸업) 동창생들이다. 그저 같이 놀자고 모인 것도 아니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공통분모는 산나물이었다.

"동창회 때였어요. 모일 때마다 얘기를 많이 했죠. 나이도 들고 하나둘 퇴직도 하는데, 함께 할 만한 일이 없을까 고민을요. 그러다가 산나물에 필이 꽂혔죠. 고향 뒷산인 지리산과도 잘 어울릴 것 같고요."

38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최근 마친 황의삼씨의 얘기다. 다른 지역엔 없는 비교우위 자원인의 지리산과 산나물이 한데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돈도 벌고 지역에도 도움 되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방광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은퇴 후 고향 구례에 만들어놓은 산나물밭. 어릴 적 뛰놀던 지리산과 연계시키면 마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방광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은퇴 후 고향 구례에 만들어놓은 산나물밭. 어릴 적 뛰놀던 지리산과 연계시키면 마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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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구례에 조성된 산나물밭. 은퇴한 구례 방광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조성한 것이다.
 지리산 자락 구례에 조성된 산나물밭. 은퇴한 구례 방광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조성한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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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걱정을 덜 수 있었던 게 큰 힘이 됐다. 재배도 힘들지만 유통이 더 어려운 게 사실. 그러나 사업하는 친구가 판매를 책임져주기로 해 결정이 한결 쉬웠다. 모임 이름도 지었다. 마을의 옛 이름인 '저메'를 따서 '지리산 저메영농조합'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봄이었다.

"역할을 나눴죠. 도시생활을 오래 한 정준이가 대표를 맡고. 공직생활을 한 의삼이가 실무를 맡고. 전 농사꾼으로 잔뼈가 굵었으니까 재배를 책임지고. 골프장과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이 판매와 유통을 맡고."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지어온 이종수씨의 얘기다.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땅을 마련했다. 임야와 하우스 각 1만㎡를 구하고 거기에 나물을 심었다. 산엔 고사리와 더덕, 잔대, 도라지, 차 등을 심었다. 하우스에는 취나물과 잔대, 눈개승마(삼나물)를 심었다. 씨앗과 모종은 농업기술센터에서 받았다.

산나물 가운데 하나인 눈개승마를 심어놓은 하우스. 겨울을 보내면서 싹이 올라오고 있다.
 산나물 가운데 하나인 눈개승마를 심어놓은 하우스. 겨울을 보내면서 싹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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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밭에 모인 동창생들. 올라오는 산나물의 싹을 살펴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산나물밭에 모인 동창생들. 올라오는 산나물의 싹을 살펴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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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보내면서 산나물의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산나물밭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볍다. 어릴 적 소풍가는 기분이다. 풀을 뽑아도 힘든 줄 모른다.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 봄 첫 출하를 생각하면 마음까지 부풀어 오른다.

"오져요. 친구들이랑 같이 농사짓는다는 게. 좋은 친구들과 늘 함께 할 수 있어서 좋고요. 친구들 만나면 옛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더 좋고. 관심사도 건강과 노후생활로 다 똑같고. 행복합니다."

이정준씨의 말이다. 앞으로는 도시소비자를 겨냥한 산나물 가공에도 나설 계획이다.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산나물부각이다. 취나물과 쑥부쟁이, 깻잎 등을 이용해 부각을 만드는 것이다.

김부각을 만들고 있는 이종수 씨와 마을의 부녀회원들. 앞으로 만들 산나물부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지난 설을 전후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부각을 만들고 있는 이종수 씨와 마을의 부녀회원들. 앞으로 만들 산나물부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지난 설을 전후해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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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설을 앞두고 김부각을 만들어 봤어요. 연습 삼아서 해본 것인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자신감을 얻었죠. 산나물부각을 만들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이종수씨의 말에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산나물 직거래와 도시민 체험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면 마을의 일자리도 자연스레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산나물을 매개로 한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모임이 이목을 끄는 이유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이라면 모든 게 즐겁다는 방광초등학교 동창생들. 왼쪽부터 황의삼, 이정준, 이종수 씨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이라면 모든 게 즐겁다는 방광초등학교 동창생들. 왼쪽부터 황의삼, 이정준, 이종수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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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귀농, #이정준, #황의삼, #이종수, #저메영농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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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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