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날 23cm, 그 다음날 다시 3cm. 26cm의 눈도 2주 만에 대지 곳곳에 맨땅을 드러낼 만큼 녹았습니다. 마에스트로의 머리에도 눈은 베레모로만 남았습니다.
참나무 숲에는 응달에만 잔설이 덮여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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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달의 산은 이미 눈이 녹았습니다. 응달도 반쯤은 녹아 물기 머금은 습설(濕雪)입니다. |
ⓒ 이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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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을 덮었던 얼음이 물길을 드러냈고 실개천의 갯버들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웃집 사모님이 차려낸 상에는 냉이국이 놓였습니다.
오늘(2월 17일) 새벽에 슬그머니, 눈이 내렸습니다. 땅 위에 흰색 명주치마를 펴놓은 듯 얇고 부드러워서 걷어 올려 손을 비벼보고 싶을 만큼….
볕이 잘 드는 책상 위에 작은 상수리나무 화분이 하나있습니다. 몇 해 전에 안상규 화백님께서 정원의 풀을 정리하시다가 순이 한 뼘 자란 것을 보고 작은 분에 담에 주신 것입니다. 필경 안화백님 정원의 오래된 상수리나무 자식일 것입니다.
분에서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자라면 다시 정원에 옮겨 심을 속셈이었지만, 몇 해째 품을 키우는 대신 줄기의 굻기만 불리는 방식으로 여전히 화분을 지키고 있습니다.
매년 집밖 나무들보다는 늦게 단풍이 들고, 일찍 새순을 내어 일 년 세 계절을 방에 푸른 기운을 전하면서….
일주일 전에 작은 가지에서 움을 틔우더니 이제는 여린 잎의 모양을 갖추었습니다.
지난 그믐날 백농스튜디오의 김영희 사모님께서 여전히 따뜻한 현미떡가래를 들고 오셨습니다. 함께 싸여진 서예가 한태상 선생님의 도록 사이에 봄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頌春(송춘)'
동구 밖에서 머뭇거리는 봄을 송찬했으니 그동안 여린박이었던 봄의 걸음도 빨라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