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목동 CBS에서 대담을 가진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의 진행자인 희극인 김미화(위)와 오마이스타 김대오 국장.

16일 서울 목동 CBS에서 대담을 가진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의 진행자인 희극인 김미화(위)와 오마이스타 김대오 국장. ⓒ 이정민


[연예인 김미화씨와 연예기자 김대오의 이 특집대담은 한겨레 신문사의 월간지 <나들>과 오마이뉴스의 연예매체 <오마이스타>가 공동기획한 기사임을 밝힙니다]

연예인과 연예기자. 숱한 인터뷰를 '당해' 왔고, 숱하게 인터뷰를 해온 이들이 자리를 바꿔 앉았다. 약 1시간에 걸친 대담의 주제는 굳이 말하자면 '연예 저널리즘'이었지만, 30여 년을 희극인으로 살아온 김미화와 20여 년을 연예기자로 살아온 오마이뉴스의 연예매체 <오마이스타>의 김대오 팀장의 이야기는 결국 '연예인으로, 그리고 연예기자로 살아간다는 것'으로 흘렀다.

여기, 그들의 이야기를 적는다. 다만 시간의 순서를 따르기보다 덩굴처럼 이어졌던 이야기 중 같은 줄기를 골라 묶었음을 미리 알려둔다.

"'소셜테이너'라는 말, 그 자체도 '낙인'이지 않을까"

처음 약간은 데면데면했던 이들의 표정은 과거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김 팀장이 김미화를 만났을 때의 인상과 많은 연예인의 속내까지 들여다봤다던 '전설적인' 사진기자 회상까지 거치며 눈에 띄게 밝아졌다. 결국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김대오 팀장은 "선배님이라고 부르겠다"는 말로 '호칭 정리'를 끝냈다.

김대오(이하 오): 저는 '소셜테이너'라는 말 자체도 '낙인'이지 않나 싶어요. 조금 더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음에도 언론이나 진영에 선 분들이 규정을 내리는 게 아닌가…. 제가 진보적인 매체라고 외부로부터 규정(?)받고 있는 <오마이뉴스>에 있지만, 일부러 소셜테이너라고 불리는 분에 대해서는 접근을 자제했어요. 이미 (소셜테이너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취재하고 발언을 발췌해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해선 좀….

김미화(이하 화): 소셜테이너가 뭐에요? 기자들이 어떨 때 보면 '정치적인 연예인=소셜테이너'라고 이야기한단 말이에요. 소셜테이너는 사회에 참여하고 어려운 사람들 옆에 같이 있는, 이런 행동을 하는 사회적인 연예인이에요. 그런데 그야말로 '재단'되어서. '곧 바뀌겠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안 바뀌더라고요.

오: 소셜테이너 속에서도 협의적인 구분이 안 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마이스타>는 세분화를 위해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거든요. '발룬테이너'(기자 주-봉사활동 및 기부 등 나눔에 꾸준히 참여하는 연예인을 지칭)라고. (연예인도) 사회에 대한 관심도 있을 수 있고, 나눔도 실천할 수 있어요. '너는 이쪽이고, 나는 이쪽이고' 이렇게 편 가르는 건 아니지 않나요.

화: 기자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웃음) 기자들이 하도 많아서 어느 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인터뷰를 당하면서도 '저분이 잘 써 주셔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떨 땐 굉장히 과격하게 나오는 기사도 있어요. 한쪽으로 막 몰아서. '허걱'할 때가 있죠.

  16일 서울 목동 CBS에서 오마이스타 김대오 국장과 대담을 가진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의 진행자인 희극인 김미화.

16일 서울 목동 CBS에서 오마이스타 김대오 국장과 대담을 가진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의 진행자인 희극인 김미화. ⓒ 이정민


"대중연예인은 대중연예인일 뿐이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까지 인터넷 매체에도 좌우가 있는지 몰랐다"는 김미화는 "그러면서 연예인의 활동도 재단 받기 시작한 것 같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예인은 그야말로 대중연예인"이라는 그의 말에 김대오 국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화: 예를 들어 정치적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연예인을 필요로 할 때가 있어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재단 받는 거에요. 왜냐하면 앞에 섰으니까. '잔 다르크'가 되는 거죠. "돈을 받고 가서 행사했다"고 해도, "그래도 정치적인 행사에 갔다는 건 네가 소신으로 하지 않는 한 어려운 거야"라는 거예요. 우리가 일상생활하면서 친구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잖아요. 이런 관계가 연예계에도 있는 건데, 희한하게도 그게 정치적이 되어 버려요.

오: 과거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과거 한 매니지먼트사가 있었는데, 기억하실 거에요. 그 사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소속 연예인이 거의 모두 유세에 다녔단 말이에요. 그것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지시한 게 아니라 밑의 선에서 정리되는 거죠. '(방송에서) 쓰지 말게 하자'고.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음에도 느낌에 따라서 스스로 움직여서 행동하면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생겼겠어요.

화: 맞아요. 대중연예인은 대중연예인일 뿐인데…. 저는 좌우가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야말로 코미디언일 뿐이지. 그래서 새누리당 의원이든, 민주통합당 의원이든 행사가 있으니 도와달라고 하면 가리지 않고 다 해줬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공격을 받을 때 "우리 행사도 와서 해 주신 분인데, 왜 공격해요?"라고 얘기해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고요.

"연예면보다 사회면에 더 많이 나오는 것, 사실 부담된다"

 16일 서울 목동 CBS에서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의 진행자인 희극인 김미화와 대담을 가진 오마이스타 김대오 국장.

16일 서울 목동 CBS에서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의 진행자인 희극인 김미화와 대담을 가진 오마이스타 김대오 국장. ⓒ 이정민


이야기를 듣던 김대오 국장은 김미화가 진행하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기억 한 토막을 꺼냈다. "한 번은 여의도 윤중로에서 열린 벚꽃축제를 생중계하셨어요. 그 방송을 들으면서 '김미화는 우리의 이웃 사람으로서 뉴스를 해석하고 전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자 김미화가 "지난 5년간 너무 힘들었다"며 "기자들이 나를 코미디언으로 보고 많이 기사를 써 줘야 하는데, 김대오 국장이 나를 너무 무시했던 건 아니냐"는 농담으로 일동을 웃겼다.

오: 그러니까, 사실은 저도 피했어요. 선배님을 인터뷰하면 독자들도 그렇고 우리 스스로도 그렇고, '김미화를 인터뷰하면 이런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는 틀이 있거든요. 댓글에도 '김미화를 만났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안 해?'라는 말이 있고. 그런데 저는 그냥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에요.

화: 대중연예인으로서 처음으로 시사 프로그램에서 쓰인 거에요. 그렇게 물꼬를 텄다는 데에는 굉장히 만족해요. 그런데 제가 애드리브에 강한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할 때 대본대로 안 하는 거에요.

청취자를 대표해서 내가 궁금한 걸 "이게 뭐예요? 왜 그러는 거에요?"라고 물어보는 건 만족스러운데, 인터뷰 당하는 분들은 '왜 대본에도 없는 이야기를 물어보는 거야?'하고 당황했던 것 같아요. 결국 지금은 '과연 내가 시사프로그램을 계속해야 하나'하는 피곤함이 있어요. 마구 공격당하다 보니 자기검열 같은 게 이루어지는 거죠. 어떻게 봐요? 내 하소연이 됐나?(웃음)

오: 예전에 첫 방송을 들었어요. 막 떨려 하고,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계속 얘기하시는데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이웃의 시선으로 계속 정치 얘기도 하시고, 즐거운 이야기도 하실 수 있는 거죠.

"사실은 연예면보다는 사회면에 자꾸 많이 나오게 돼 버리니까, 부담이 있다"는 김미화에게 김대오 팀장은 "(시사 프로그램과 코미디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 말에 김미화는 "'김미화가 코미디를 하고 싶어하더라'는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답했다. '소셜테이너의 의미'로 시작해 결국 '민원'(?)으로 끝난 이야기의 큰 흐름은 다시 연예 언론의 내부로 향하고 있었다.

===[특별기획-연예인 김미화, 연예기자 김대오를 인터뷰하다] 관련 기사===

①'소셜테이너' 김미화의 고백…"이 칭호, 부담된다!"
②도합 '연예 경력 50년'…이들의 '연예언론에 대한 앞담화'
③최진실을 비롯한 '나쁜 그들'…'그럼에도 삶은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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