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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정관에서 환경노동위(심상정, 은수미, 장하나, 홍영표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 - 삼성전자,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방향'에서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정관에서 환경노동위(심상정, 은수미, 장하나, 홍영표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 - 삼성전자,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방향'에서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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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24톤이라는 막대한 양의 불산가스가 누출됐다. 하지만 사고 발생 8분 만에 가스 누출이 차단됐고, 주민들은 20분 만에 대피했다. 100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거나 입원했지만, 신속한 대응이 이뤄진 덕택에 사망자는 없었다.

약 30년 후, 비슷한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났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됐다. 그 양은 8~12톤으로 텍사스주 사고보다 적었으나 피해는 더 많았다. 5명이 숨졌고, 1만 3000명이 불안에 떨며 건강검진을 받았다. 사고 발생 후 8시간 동안이나 불산가스가 계속 누출됐고, 주민 공식대피령은 2시간 10분 후에야 내려졌다. 심지어 정부는 하루 만에 '상황 종료'를 선언하며 주민들을 귀가시켰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두 사고의 대응 과정이 이토록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한국에선 최근 상주, 청주 그리고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도 연달아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6일 그 원인을 '허술한 관리·대응체계'와 '형식적인 지역주민의 알 권리 보장'에서 찾았다. 그는 이날 민주통합당 은수미·장하나·홍영표 의원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공동 주최로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삼성전자·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방향' 토론회의 발제를 맡았다.

현재 화학물질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는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8개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 똑같은 화학물질이어도 기체냐 액체냐 또는 작업 도중 사고가 발생했느냐 등에 따라 담당부처가 다르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유해·위험물질'이 아니어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는 '유해화학물질'로 규정된 것도 있다. 불산이 그렇다.

화학물질 관리·감독은 법과 제도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담당 부처의 전문성 마저 부족하다.

이 소장은 "구미 사고 때 환경부는 불화수소가 공기에 노출되면 빠르게 다른 물질과 반응한다는 화학적 특성을 무시, 계속 대기 중 불화수소 농도 측정에만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상주 염산 누출사고 때, 공장에서 겨우 200m 떨어진 소방서가 사고 내용을 몰랐고, 청주에서도 그동안 여러 사례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있었지만 행정당국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관리부터 사고 초기 대응, 원인 조사, 대책마련에 이르는 과정 전반이 문제투성이란 것이다.

허술한 관리체계, 감춰진 정보가 문제... "토론토는 '알 권리' 조례 제정"

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정관에서 환경노동위(심상정, 은수미, 장하나, 홍영표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 - 삼성전자,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방향'이 열리고 있다.
 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정관에서 환경노동위(심상정, 은수미, 장하나, 홍영표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 - 삼성전자,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방향'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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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이 집 근처 공장에서 어떤 유해물질을 다루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인근 주민에게 자체방제계획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소장은 이에 대해 "형식적"이라며 "지역사회 알 권리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역운동이 이뤄져야 하며 조례 제정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삼성전자 불산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지역주민들의 알 권리는 중요한 문제다. 이란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계속 구토와 어지럼 증세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그런데도 화성시는 (사고 3일 후인) 1월 31일에 '외출해도 괜찮다'고 했다"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외출을 자제시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건설플랜트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알 권리'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만지고 있는 유해물질이,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는 일단 현장을 차단, 은폐한다"고 말했다. 구미 불산사고 때는 사고가 난 휴브글로벌 주변 공장에 소식이 알려지지 않아 정상 조업을 한 곳들이 상당수였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은 '알 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시의 '켐트랙(ChemTRAC)'을 참고하자고 제안했다. 토론토시는 2008년 우선순위 유해물질 25종을 다루는 업체들은 매년 시에 보고하는 한편 사용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례를 정했다. 토론토 시민은 누구나 이 연간 보고서를 켐트랙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고,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박석운 원진재단 상임이사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화학)물질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속에 살고 있다"며 종합적인 예방체계 마련을 당부했다. 그는 이를 위해 "유해화학물질 사고 방지를 위한 기본법과 국가계획을 세우는 등 촘촘한 시스템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구미 불산, #삼성 불산, #화학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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