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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 결과는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멘붕(멘탈붕괴)'를 호소하는 목소리 또한 여전하다. 박근혜 시대 5년, 이 사회에서 진보를 고민하는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오마이뉴스>는 정치, 사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진보의 길을 모색하는 기획을 수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말]
서구 정치에서 녹색당은 '새로움'의 상징이었다. 소위 '구좌파'로 상징되는 노동운동과 계급정당의 관료화에 대응하여 나타난 새로운 사회운동들은 탈물질적 가치와 급진적 해방주의, 풀뿌리 민주주의에 입각한 신정치(new politics)를 표방하면서 기성정치에 도전했다. 그 선두에 섰던 것이 바로 녹색당이다.

한국에서도 녹색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하게 진행되었다. 1988년 '공해추방운동연합'이 창립된 이후 1993년 환경운동연합, 1994년 녹색연합이 뒤를 이었다.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녹색평화당'이, 2004년 총선에서는 '녹색사민당'이, 같은 해 6월에는 '초록정치연대'가, 2007년 대선을 전후해서는 '초록당사람들'과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가 만들어져 녹색의 정치세력화도 꾸준히 시도되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비로소 '녹색당'이라는 온전한 이름을 가진 정당이 등장했다. 2012년 3월 4일 창당해 탈핵, 농업, 생명 의제를 대표하는 비례대표 후보 3인과 핵발전 지역인 부산기장을과 경북 영덕영양봉화울진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결과는 정당투표에서 0.48%인 총 10여만 표. 초라했다. 그러나 곧바로 재창당에 착수, 2012년 10월 13일 녹색당+(녹색당더하기. 이하 '녹색당')라는 이름으로 재도전을 선언했다. (정당법에서는 총선에서 2% 이상 득표하지 못한 정당은 등록이 취소되고 다음 총선까지 동일한 정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녹색당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일대 도약을 꿈꾸며 새로운 정치실험을 준비중이다. 바로 당의 최고 대의기구인 당대의원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100%추첨으로 선발한다는 계획이다(그 중 10%는 소수자에게 할당된다). 그동안 대의기관을 추첨으로 구성하자는 아이디어가 꾸준히 제기되었고 2008년부터 진보신당이 대의원 10%를 추첨으로 선발해 오고 있긴 하지만, 추첨으로 대의원 전원을 선발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 정당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추첨민주주의'라 불리는 이런 방식은 소수의 활동가나 정파 멤버십을 가진 당원만이 아니라 모든 당원이 당의 가장 중요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급진적인 내부 민주주의 방식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의원의 참여율과 전문성, 책임성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녹색당 실험, 성공할 수 있을까?

"녹색당, 성장논리를 거부하는 유일한 정당"

 녹색당 김현 사무처장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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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영등포 녹색당 중앙 사무처에서 '진보의 갈 길을 묻다' 세 번째 순서로 녹색당 김현 사무처장을 만났다. 그는 지역 활동가들에게는 익숙한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지역전문가'로 꼽힌다.

- 재기를 준비중이다. 당원은 많이 확보했나?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은 5200명 정도 된다. 당비는 3000원부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 주기 위한 조치다. 한 달에 대략 3000만 원 조금 넘게 당비가 걷히는데 이 돈으로만 당을 운영하고 있다."

- 서구에서 녹색당은 대중적이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녹색당을 왜 만들었나?
"유럽에서 처음 녹색당이 만들어질 때 여성, 인권, 반핵, 평화, 풀뿌리지역운동 등이 결합하면서 다양한 운동가치가 녹아들었다. 녹색당도 운동단체들이 직접 연합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운동을 펼쳐 오신 분들이 모여 있다. 이 분들이 당을 해보자고 모인 이유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녹색당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독일은 탈핵을 공식 선언했다. 우리도 탈핵 국가를 선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런 공감대가 녹색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 언뜻 보면 환경적 이슈를 가장 강조한다는 점 이외에 기성 진보정당과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 녹색당만의 독특한 정치철학이 있다면?
"물론 여러 정책들이 기존 진보정당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별성은 녹색당이 성장논리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기성정당은 여전히 GNP 성장률에만 집착하고 있고 진보정당도 경제발전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성장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복지정책 확대나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만으로는 소에게 소를 먹이는 인간의 야만이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녹색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성장논리를 폐기해야 한다는 게 녹색당만의 생각이다."

"추첨 대의원, 내부 민주주의의 가장 좋은 대안"

- 말한 것처럼 녹색당은 성장에 대한 거부, 지역에 대한 뚜렷한 강조가 특색이지만, 어느 정당보다 급진적인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특징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 당 대의원을 100%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유례가 없는 시도인데?
"추첨제를 활용한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만 논의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녹색당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는 창당 전부터 추첨제를 옹호해 오신 분이 많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정당 차원에서 대의기구를 모두 추첨으로 뽑는 방식은 한 번도 시도된 바 없지만, 제도 자체가 주는 긍정적 효과는 기대해 볼 만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고대 아테네에서도 모두 참여할 권한이 있었던 민회만이 아니라 추첨으로 선발한 500여 명의 평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추첨으로 대의원을 뽑으면 소수 활동가들이 아니라 (추첨될 수 있는 잠재적 대상인) 모든 평당원을 대상으로 한 정치가 강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당 내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규모는 얼마나 되나?
"3월 중순 즈음 첫 당원 대의원대회를 계획하고 있는데, 30명 당 1명의 대의원을 추첨하기 때문에 전체 정원은 146명 정도 될 것 같다. 당원이 늘면 대의원수도 늘어난다. 전체 정원 중 10%는 소수자에게 배정한다. 재창당 시점에서 당의 활력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13년 1월 24일, 녹색당이 100% 추첨으로 구성되는 당원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추첨민주주의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중이다.
▲ 녹색당 토론회 2013년 1월 24일, 녹색당이 100% 추첨으로 구성되는 당원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추첨민주주의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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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추첨민주주의에 대해서는 현실 가능성이나 책임성, 전문성에 대한 반론이 많다.  
"이 정도의 규모로는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제기되는 반론도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내가 예전에 몸담았던)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에서는 운영위원장을 추첨으로 뽑고 있는데 책임성과 전문성에서 어떤 문제도 없었다. 또한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추첨으로 집행기구를 구성하고 있는 추세다. 활동가와 일반회원이 분리되어 버리는 시민운동의 병폐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도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크다. 일반 당원들이 (추첨민주주의를 통해) 녹색당이 하는 일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당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질 것 같다. 또한, 다양한 파벌의 이해관계와 무관한 방식으로 대의원이 선출되기 때문에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의 가치, 탈핵만 있는 것은 아니다 "

- 추첨 대의원대회가 성공한다면 당 내적으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녹색당으로서는 외적인 성과를 남기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녹색당은 운동이 직접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는 민주노동당 모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을 비롯해 자원동원 능력이 뛰어난 대중운동단체가 결합하고 나서야 겨우 원내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녹색당은 그런 자원이 없다. 정체세력화, 과연 성공할 수 있겠나?
"녹색당은 조직력이 출중한 정당이라기보다는 가치 중심적인 정당이기 때문에 표를 얻을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시민사회운동 영역에서 활동했던 분들이 있고, 그 분들의 역량이 당에 축적되어 있다. 또한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의제인 핵, 송전탑 문제를 비롯해 풀뿌리운동에 기반을 둔 생활의제는 구체적인 현장과의 유대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가 녹색당의 버팀목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그렇지만 현실은 소수정당, 게다가 신생정당에게는 녹록하지 않다. 녹색당에 함께할 만한 시민사회 활동가 일부는 일찌감치 기성정당에 흡수되었고, 이런 분들이 녹색당의 가치를 주장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 있는 기성정당을 지지하면 되지, 힘없는 녹색당을 지지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녹색정치는 권력을 보는 시각이 기성정당과 다르다. 기성정당은 권력을 가져야만 이런 저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그런 권력을 해체해 대중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녹색가치, 예컨대 탈핵사회로의 전환, 다소 불편하지만 지속가능한 삶, 가난해도 골고루 사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지받지 못하더라도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기성정당이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녹색당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녹색당은 어느 정당보다 당의 가치를 대중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런데 녹색당이 내세우는 의제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평가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총선에서도 일반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생활친화적 의제보다는 탈핵의제만이 부각됐다. 좀 더 가볍고 친숙한 의제가 필요한 것 아닌가?
"탈핵의제 이외에도 녹색당이 제시하는 다양한 생활의제가 있다. 그러나 말한대로 탈핵이 강조된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 탈핵을 주장하더라도 대중이 더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그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총선 때는 창당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준비가 부족했다. 2014년 지방선거는 녹색당이 가지고 있는 생활의제가 대중에게 드러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2011년 11월 10일, 일본산 방사능 고등어 검출 이후, 광화문에서 거리 캠페인에 나서고 있는 녹색당원들.
▲ 녹색당 캠페인 2011년 11월 10일, 일본산 방사능 고등어 검출 이후, 광화문에서 거리 캠페인에 나서고 있는 녹색당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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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방선거, 양보다는 후보의 질로 승부"

- 결국 2014년 지방선거는 녹색당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선거다. 준비도 남다를 것 같은데?
"얼마 전에 당 차원에서 1박2일 프로그램으로 '풀뿌리정치 워크숍'을 진행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 우리도 놀랐다. 거기에서 '지역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지역 활동이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 때문에 지역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 선거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긴 호흡을 가질 계획이다.

- 후보는 많이 준비할 수 있나?
"아직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다른 정당처럼 거의 모든 곳에 후보를 내는 '규모의 선거'는 지양하고 싶다. 무조건 후보를 많이 내보내 인지도를 높이기보다는 지역에서 신뢰받는 사람, 녹색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사람을 잘 골라 녹색당의 후보로 내세워야 하다. 녹색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지역 풀뿌리 세력과도 연대할 수 있고 녹색당 이름이나 우리 후보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가치와 뜻이 맞는다면 네트워크 형식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도 있다."

- 그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오랜 지역운동과 환경운동의 경험이 있더라도 아직까지 녹색당이 표방하는 가치들, 녹색당에 함께 하는 이들은 마이너다. 한국 정치는 제도적인 장벽에서나 문화적 감성에서 마이너에게 절대 관대하지 않다. 이 한계, 넘어설 수 있겠나?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소한 지지받은 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얻는 제도, 즉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도입이 절실하다. 그래야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고 새로운 세력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총선에서 10.3%를 득표한 통합진보당은 30석 이상의 의석을 배정받는 것이 당연한데 실제로는 13석에 그쳤다. 소수정당 배려는 둘째 치고, 얻은 지지만큼이라도 의석수가 배분되어야 한다. 지금 조건에서 우리 같은 소수정당은 매우 어려운 조건에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 그런 측면 때문에 매번 선거 때가 되면 후보단일화나 합당이 논의되곤 한다. 녹색당도 선거연대에 나설 계획인가?
"우리는 녹색의 가치, 탈핵, 농업정책을 포기하면서까지 (선거)연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런 가치가 공유된다면 다양한 방식의 연대가 가능하다. 지역 녹색당은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대응하는 것을 인정한다. 만일 녹색당이 다양한 지역운동과 연대해 출마할 필요가 있다면, 앞서 얘기했지만, 녹색당이라는 이름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

- 결국 녹색 가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연대는 없다는 의미인가?
"'합치고 보자'식 연대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대선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 아닌가? 집권논리로서의 연대가 아니라 가치를 중심으로 한 연대가 필요하다. 녹색의 가치에 맞지 않는 후보와 무원칙한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 핵을 지지하고 반농업 정책을 펼치는 정치세력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겠나? 그렇게 해서 의원 한 명 확보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그 순간 녹색당은 이미 무덤 속으로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 간혹 학계나 언론에서 나오는 진보판 정계개편 시나리오에는 항상 녹색당이 거론되면서 통합 이야기까지 나온다. 기존의 진보정당도 녹색의 가치를 결합시키는 흐름이 대세다. 다른 정당과 통합할 가능성도 있나?
"이런 저런 인터뷰에서 녹색당 이야기가 간혹 나오는 것 같은데.우리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그 자체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은 없다. 사회주의적 흐름과 생태·환경, 아나키즘 등의 다양한 조합은 누구나 상상해볼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공개적인 지면을 통해 이야기를 할 때는 우리에게 전화라도 한 통이라도 해보고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내부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논의들이 많다.

녹색당 당원 대부분은 생애 처음으로 당에 가입한 분들이다. 이 분들은 우리의 가치를 기반으로 당을 잘 만드는 데에만 관심이 있지, 다른 정당과 통합이나 개편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계산하는 정치공학은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내부 힘을 기르는 것이 당면과제다."

"녹색당, 바닥 정치부터 시작한다"

녹색당 당원들이 지난 2012년 3월 27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최근 심각한 고장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고리1호기 원전 수명연장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비례후보 1번 민병주 후보 규탄 및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이가 김현 녹색당 사무처장.
 녹색당 당원들이 지난 2012년 3월 27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최근 심각한 고장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고리1호기 원전 수명연장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비례후보 1번 민병주 후보 규탄 및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이가 김현 녹색당 사무처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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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대선 이후 기성 정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원내에 진출하지 못한 녹색당도 그런 시각으로 기성정당을 보고 있을지 모르겠다. 기성정치를 냉소하고 있는 이들에게 녹색당이 희망을 줄 수 있는가?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미래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는 문제다. 박근혜가 당선됐다고 해서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큰 비극인가? 10년 후, 20년 후에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전망이 있다면 그것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고쳐야 할 것, 변화해야할 것, 박근혜 시대에도 해야 할 것이 잘 보일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 결과는 바닥 정치의 중요성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녹색당은 긴 호흡으로 바닥에서부터 정치를 일구는 당이다. 이 과정이 매우 험난하고 언론에서도 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절박함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진짜 대안적인 가치를 보여주면 많은 분들이 우리로 인해 희망을 가질 것이라 믿는다."

한국 정치는 소수정당, 특히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에게 매우 가혹하다. 제도적 불리함만이 아니다. 유권자들도 기성정치, 기성정당을 욕하면서도 막상 선거 때가 되면 기성정당만을 선택지에 포함시킨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속에는 막연한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항상 존재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잠재된 열망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종종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대선 이후의 정치지형은 녹색당에게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우클릭의 징후가 보이고 있고 진보정당은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로 대중적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주체에 대한 열망은 더 강해졌지만 이를 투영할 대상은 공백상태다.

녹색당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아마도 3월 중순으로 예정된 첫 당원대의원대회는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기성 정치를 변화시키겠다는 약속에 앞서 자기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려는 녹색당. 만일 그 실험이 성공한다면 올해는 녹색의 돌풍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싶다.


태그:#녹색당, #추첨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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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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