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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히요시오다진자 앞마당에 모여서 볏짚을 추려서 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히요시오다진자 앞마당에 모여서 볏짚을 추려서 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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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시가현 오츠시 사카모토 마을에서 열리는 줄다리기를 보고 왔습니다. 해마다 이 마을에서는 정월 둘째 주 일요일, 마을 사람들이 히요시오다진자(日吉御田神社)에 모여서 볏짚으로 줄과 금줄을 만들어 금줄을 신목에 걸고 그 줄로 줄다리기를 합니다.

이 마을에서 줄다리기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오래전부터 마을사람들이 벼농사의 풍년과 마을의 안녕, 마을 사람의 무병장수를 위해서 해왔다고 합니다.

사카모토 마을 가운데 있는 히요시오다진자는 마을사람들이 관리하는 진자입니다. 이 진자에 속한 마을 사람들을 우지코(氏子)라고 합니다. 우지코는 모두 50호 정도입니다. 이들이 5개 조를 구성해 한 조가 한 해 동안 진자를 돌보면서 대략 여섯 번 정도 열리는 진자 행사의 준비와 진행을 도맡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볏짚을 가지런히 정리한 다음 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줄은 오른쪽으로 감은 다음 세 사람이 가자 가진 줄을 왼쪽으로 돌리면서 꼽니다. 이 때 엔야, 엔야하는 소리를 지릅니다.
 마을 사람들이 볏짚을 가지런히 정리한 다음 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줄은 오른쪽으로 감은 다음 세 사람이 가자 가진 줄을 왼쪽으로 돌리면서 꼽니다. 이 때 엔야, 엔야하는 소리를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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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자를 관리하는 조를 미야반(宮番)이라고 한답니다. 미야반은 나이순으로 돌아가면서 우두머리를 맡습니다. 우두머리는 도가(頭家)라고 합니다. 도가는 다른 미야반원과 더불어 진자에서 행하는 행사의 준비·진행·정리 등을 맡습니다.

우지코는 한 달에 1000엔 씩 회비를 냅니다. 이 돈으로 진자를 관리하고 수리를 하기도 합니다. 미야반은 회비 이외에 여러 가지 진자 행사의 준비와 진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일을 해야 합니다.

정월에 먹는 떡국과 같은 먹거리를 오조니라고 합니다. 지역이나 집에 따라서 끓이는 방법이나 재료가 다르지만 대부분 제사를 지내고 난 찹쌀떡을 자른 다음 구워서 넣어 만듭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찹쌀떡을 잘라 두었습니다. 담백하게 끓인 오조니로 찹쌀떡과 연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검은 콩 조림을 정월음식으로 먹습니다. 집에서 만들거나 사서 먹습니다.
 정월에 먹는 떡국과 같은 먹거리를 오조니라고 합니다. 지역이나 집에 따라서 끓이는 방법이나 재료가 다르지만 대부분 제사를 지내고 난 찹쌀떡을 자른 다음 구워서 넣어 만듭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찹쌀떡을 잘라 두었습니다. 담백하게 끓인 오조니로 찹쌀떡과 연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검은 콩 조림을 정월음식으로 먹습니다. 집에서 만들거나 사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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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9시 무렵. 히요시오다진자에 마을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미야반원들이 미리 준비해둔 볏짚으로 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볏짚 아랫부분을 나무 망치로 부드럽게 한 다음, 가지런히 정리해 한 주먹 씩 묶어 놓습니다. 이렇게 묶어놓은 볏짚으로 줄을 만듭니다.

줄은 세 가닥으로 나누어서 오른 쪽으로 감은 다음, 세 사람이 각자 자기가 가진 줄을 왼쪽으로 돌리면서 꼬아갑니다. 이 때 줄은 꼬는 세 사람은 "엔야, 엔야"라는 소리를 반복해서 내며 줄을 꼽니다. 옛날에는 "못차"라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하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새참을 먹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줄을 만들 때 먹는 먹거리는 술과 안주로 먹는 단무지, 삶은 콩, 삶은 멸치 등입니다. 단무지는 잇켄코로라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새참을 먹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줄을 만들 때 먹는 먹거리는 술과 안주로 먹는 단무지, 삶은 콩, 삶은 멸치 등입니다. 단무지는 잇켄코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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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꼬는 중간에 새참을 먹기도 합니다. 새참에는 차나 정종을 마시고, 안주로는 단무지와 삶은 멸치·삶은 콩을 먹습니다. 이때 먹는 단무지는 5cm 길이로 투박하게 자른 것으로 잇켄코로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줄을 만들기 시작해 세 시간 정도 지나니 줄이 다 만들어졌습니다. 줄다리기를 할 줄은 이곳 단위로 18간이라고 하는데 대략 32m 정도 됩니다. 윤달이 든 해는 19간으로 맞춰 조금 더 길게 만듭니다.

마을 사람들이 신목에 금줄을 치고 있습니다. 신목은 구스노기라고 하는 녹나무로 이백 년 정도 되었습니다. 금줄은 길이가 8 미터로 동쪽으로 매듭을 만들어서 묶어놓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신목에 금줄을 치고 있습니다. 신목은 구스노기라고 하는 녹나무로 이백 년 정도 되었습니다. 금줄은 길이가 8 미터로 동쪽으로 매듭을 만들어서 묶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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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은 줄다리기용 줄 한 개와 금줄용 줄 두 개를 만듭니다. 금줄용 줄은 8m 길이로 만드는데 만드는 방법이나 크기는 비슷하고 길이만 다릅니다. 금줄용 줄은 만든 다음 바로 진자 안에 있는 신목에 감아둡니다. 신목은 200년 쯤 된 녹나무입니다.

줄이 다 만들어지면 진자 앞에 줄을 서려서 감아놓습니다. 이때 사람을 세워놓고 줄을 서려서 감은 다음 줄을 밀어서 줄 안에 있는 사람을 넘어뜨립니다. 이것은 액막이로 예로부터 전해져 온 것이라고 합니다.

마을 젊은이들이 줄을 서려서 감았다가 가운데 사람을 넘어뜨리면서 액막이를 하고 있습니다.
 마을 젊은이들이 줄을 서려서 감았다가 가운데 사람을 넘어뜨리면서 액막이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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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로 액막이가 끝나면 둥글게 만든 줄 머리를 나무 선반에 올려놓고 줄 몸을 서려서 감아놓고 미코(巫女)를 불러서 의례를 거행합니다. 미코는 오른 손에 방울을 들고, 징과 북 장단에 맞춰 춤을 춥니다.

미코의 춤이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줄을 들고 진자 앞 마을 안길에 동서로 줄을 길게 늘어뜨려 놓고 줄다리기를 합니다. 이 마을길은 비와코 호수를 향해서 경사가 심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길 서쪽, 위쪽과 동쪽, 아래쪽으로 나눠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남녀노소 섞여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미코가 춤을 춘 뒤 마을 사람들에게 축수를 하고 있습니다.
 미코가 춤을 춘 뒤 마을 사람들에게 축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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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다리기는 동쪽 아래쪽이 먼저 이긴 다음, 두 번째는 서쪽 위쪽이 이깁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아래쪽이 이깁니다. 그래야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줄은 물을 주관하는 용을 상징하는데 아래쪽 줄 머리가 이겨야 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용의 움직임이 작용해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나오라이(直会)라고 하는 음복을 합니다. 이때 마을사람들은 나이순으로 ㄷ자 모양으로 앉아 나이순으로 술을 받아 마십니다. 그리고 미야반이 준비한 정월 음식과 술을 나눠 먹고 마십니다.

마을 사람들이 두 편으로 나누어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언덕 아래쪽이 이겨야 물 흐름에 따라서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두 편으로 나누어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언덕 아래쪽이 이겨야 물 흐름에 따라서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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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다리기는 일본이나 한국·대만·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손쉬운 놀이이자 시합입니다. 처음 신 앞에서 인간의 힘을 보이고 신에게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카모토 줄다리기는 마을 사람들의 열의와 진자를 중심으로 우지코가 조직돼 있어서 그동안 보존돼 온 것으로 보입니다. 줄을 만들고,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서 나온 마을 사람들이 남녀노소 여러 세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당분간 줄다리기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줄다리기가 끝나고 마을 사람들이 나이순으로 앉아서 술잔을 받고 먹거리를 먹는 음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이곳에서는 나오라이라고 합니다.
 줄다리기가 끝나고 마을 사람들이 나이순으로 앉아서 술잔을 받고 먹거리를 먹는 음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이곳에서는 나오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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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줄다리기, #시가현, #사카모토, #줄 만들기, #줄 액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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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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