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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돌아보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맞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울 때도 많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민주공화국일진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색깔 앞세워 공세 펴는 사람들 여전히 많다. 가난해도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존중해주는 사회가 민주공화국임에도 가난하기 때문에 일터에서 삶터에서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
▲ 겉표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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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과 어떻게 다를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은 이런 물음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왕비가 일본 칼잡이들에 의해 무참히 시해된 뒤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서 1년을 더부살이로 지냈다. 한 나라의 왕이 외국 공사관에 더부살이로 사는 게 수치스럽다며 환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현실적 일본의 위협에 맞서 러시아나 미국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그럴 만한 상황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조선이 독립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위기감은 모든 사람이 공감했고, 변화야말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립신문이 창간되었고,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독립문이 건립되었으며 독립협회 조직으로 이어졌다.

독립협회 회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충군애국만이 살 길이며 왕권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부패한 관리가 물러나고 민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애국심도 높아지고 대동단결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돌아온 후 왕권파를 중심으로 고종을 황제로 즉위시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 청도 일본도 황제를 칭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는 명분에서였다. 고종은 아홉 차례나 거절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결국 황제 즉위를 받아들였다. 대한제국이 탄생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민권파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자주독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굳이 황제 즉위식 거행보다는 독립의 내실을 다지는 게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고, 독립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의회를 설립해서 법에 따라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제로 즉위한 고종은 자주와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민권을 확대하고 의회를 설립해야한다는 요구를 묵살하고 독립협회를 해산시켰다. 그리고 대한제국의 주권은 황제에게 있다고 선포했다.

민권을 부정하고 황제 주권을 선포했던 대한제국은 오래가지 못했다. 을사조약을 거쳐, '한국 황제는 한국의 통치권을 영원히 일본 황제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강제병합조약이 체결되었다. 일본에 굴복하고 일본으로부터 작위를 받은 황실과 정부를 인정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제국'이 아닌 새로운 '민국' 수립을 선언했다.

융희 황제가 주권을 포기한 8월 29일은 즉 우리 동지들이 이를 계승한 8월 29일이니, 그 사이에 순간의 쉼도 없다. 우리 동지들은 주권을 완전히 상속하였으니, 황제권이 소멸한 때가 곧 민권이 발생하는 때요, 구한국 최후의 하루는 곧 신한국 최초의 하루다(대동단결선언, 1917).

황제가 주권을 포기했으니 민권으로 황제 주권을 계승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선언은 3․1운동을 거치면서 민권이 바탕이 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1948년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

2008년 MB 정부는 8월 15일을 건국절로 선포하고 정부수립 6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건국절을 주장한 이들은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으니 건국 주도 세력을 건국의 아버지로 떠받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남한만의 단독정부인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반대했던 김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참가했던 친일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보빙사절단으로 미국에 갔던 홍영식이 돌아와 고종에게 대통령제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설명하는 데서 시작해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까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석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대한민국 정체성' 앞세우는 사람들의 논리가 얼마나 궁색한지 깨닫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김육훈/휴머니스트/2012.8/15,000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 - 우리 민주주의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김육훈 지음, 휴머니스트(2012)


태그:#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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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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