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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오후 11시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선을 불과 3일 앞두고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그것도 보도자료로 발표한 것.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이날 열린 중앙선관위 주관 마지막 대선후보 방송토론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인 직후의 발표였다. 특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서경찰서는 17일 오전 추가 브리핑을 예고했다.

추가 브리핑까지 해야 할 내용을 굳이 서면으로, 방송토론이 끝나자마자 한 것에 대한 의혹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 30분께 컴퓨터 분석이 끝났고, 바로 직후에 관련 자료를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10명 투입했지만 문재인·박근혜 지지·비방 댓글 못 찾아" 

지난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앞, 경찰관이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앞, 경찰관이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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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날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8)씨의 개인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민주통합당이 제기했던 문 후보 비방 댓글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앞서 김씨는 지난 13일 개인 데스크톱 컴퓨터 1대와 노트북 1대를 경찰에 제출한 바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및 서울청 사이버수사대의 전문 증거분석관 10명을 투입해, 삭제된 파일을 포함해 인터넷 접속기록 및 문서 파일 등에 대해 정밀 분석했으나 10월 1일부터 12월 1일까지 관련 게시물이나 댓글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발인 및 신고자 상대 고발인 보충조사를 한 바, (고발인이) '언제, 어느 사이트에서, 어떤 아이디로, 어떤 내용'의 댓글을 게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고 증거로 추가 제출한 자료는 이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CCTV 확인·주변 탐문·통신자료제공 요청 등의 수사를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피고발인을 신속히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했으나 범죄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과 김씨의 변호인이 접수한 민주당에 대한 감금·주거침입에 대해서는 "오피스텔 주변 CCTV와 언론보도 자료 등을 토대로 기초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고소인 조사를 일부 진행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연기를 요청해 향후 재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회신받은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및 확보된 자료·사건 관계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고발내용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2월 17일 오전 9시 수서경찰서에서 상세한 추가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문재인 답할 차례, 선거공작 드러났다"..."기습 발표, 선거개입 의도"

지난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앞에서 대치 중인 상황
 지난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앞에서 대치 중인 상황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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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던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선거공작이었음이 밝혀졌다"고 반색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선거공작진상조사특위' 위원장 등은 지난 14일 경찰청을 방문,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밤 브리핑을 통해 "문 후보는 방송토론에서 민주당 측의 여직원 인권유린·감금에 대해 지적하는 박근혜 후보에게 '지금 수사 중이니 지켜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이제 문재인 후보가 답할 차례다, 문 후보가 지켜보자고 했던 수사결과가 나왔으니 경찰의 수사발표를 인정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수사결과 발표로 진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결국, 문 후보 측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저지른 선거공작이었다"며 "문 후보는 정치공작에 대해 사죄하고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이례적으로 늦은 밤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경찰이 선거개입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박광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이 내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방송토론이 끝난 한밤 중에 기습적으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방송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판단을 호도하려는 명백한 경찰의 선거개입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합적인 수사결과 발표를 지켜봐야하겠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매우 부실하고 정치적 수사라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쪽에서는 경찰의 '한밤중 발표'에 대해 "신문 1면 제목을 바꾸려고 저러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태그:#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 #문재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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