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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기자들이 바빠지고 있다. 취재 때문만이 아니다. 점점 더 노골화되는 보도 편향성을 바로잡기 위해 일일 단위로 내부 모니터를 하는 언론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확한 상황 인식과 전문성이 합쳐진 이 모니터는 현 대선 보도가 얼마나 교묘하고 심각하게 편향됐는지 낱낱이 꼬집어내고 있다.

MBC '모든 기자 모니터' 실시... 박 공약 6개, 문 공약 2개 소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모든 기자 모니터단'을 꾸려 지난 11월 27일부터 가동하고 있다. 취합된 결과는 다음날 내부 게시판에 올린다.

29일 모니터 결과를 보면 보도 편향성이 얼마나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먼저 박 후보 동정 보도에는 "(보육실태를) 살피고" "약속했습니다" "제시했습니다" "호소했습니다" "힘줘 말했습니다" 등 감성적이고 긍정적인 서술어가, 문 후보 보도에는 "공격에 집중했습니다" "입장을 요구했습니다" "공세도 한층 강화됐습니다" 등 부정적 어휘가 사용됐다는 점이 지적됐다.

내용도 박 후보는 공약과 '민생' 위주, 문 후보는 '공격'과 '네거티브' 위주였다. 박 후보 기사에는 '일과 가정 양립', '중산층 살리기', '지역 공약' 부분에 각 2가지씩, 총 6개의 공약이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나열됐지만 문 후보 기사에는 '정치검찰 척결'과 '지역 공약' 1가지가 다였다.

문 후보 부인 다운계약서 보도가 "김병화 전 대법관 후보자 낙마 당시 민주당 반응"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시 김 후보자의 낙마는 저축은행 개입, 투기 의혹 등 다른 이유들 때문", "당시 다운계약서에 '문제될 것 없다'고 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중 잣대는 지적하지 않았다" 등 비판이 나왔다.

이해찬 부각시켜 야권 '틈' 벌리기... 박 카메라 세 번 돌리고 문은 고정

28일자 모니터는 박 캠프의 참여정부 비난은 검증되지 않은 것도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반대로 문 캠프의 비난은 두루뭉술하게 보도한다는 점을 짚었다.

새누리당 쪽 기사는 "실패한 노무현 정권을 거듭 부각시키며" "노무현 정권 때 중산층이 가장 많이 줄었고,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으며 일자리는 50만 개나 줄어 양극화가 심화" 등으로 씌어 졌다. 반면 문 후보 보도는 "문재인 후보는…대전과 세종시, 천안 등을 돌며 현 정부의 실정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식이다. 여기 이어서 이해찬 전 대표의 녹취가 들어간 것도 "27일 보도에 이어 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틈을 벌리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받았고, 그 내용도 하필 "'세종시는 노무현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었습니다. 이제 12월 19일에는 '세종시는 문재인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라는 의미 없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유세 현장 영상에 대한 지적도 상세하다. "각 후보 싱크(녹취)가 나오기 전 화면 구성을 보면 처음과 두 번째 컷은 같은 사이즈 같은 앵글이지만 (박 후보 쪽에) 한 줄의 기사가 더 늘어나다 보니 박의 유세 장면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됐다." "문 꼭지에서는 최초 부감 군중 샷 이후로는 단 한 컷의 군중 풀샷이 보이지 않는다", "박 후보는 세 차례 걸쳐 카메라를 팬(돌림)하며 대규모 군중에 둘러싸인 모습을 보여준 반면 문 후보의 경우 단 한 차례의 카메라 팬도 없이 고정된 샷으로 편집했다" "효과음 편집에 있어 박 후보의 경우는 수차례에 걸쳐 후보 이름이 선명하게 부각되도록 했고, 문 후보의 경우 소리가 작아 명확하지 않도록 했다" 등이다.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화면의 편향성이 지적됐다.
▲ 11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여야 유세화면 비교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화면의 편향성이 지적됐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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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모니터 결과 매일 발표... 뉴스 시작부터 박 후보 배경

KBS 본부 공정방송추진위(이하 공추위)는 11월 26일부터 일일모니터 결과를 홈페이지에 발표하고 있다. 30일자 모니터 보고서는 두 후보 간 화면 구성의 확연한 차이를 지적했다. 박 후보는 '부감샷'에서 '줌인샷'으로 이어지고, 촘촘한 군중이 환호하고 박수치고 웃는 모습이 다양하게 편집됐으나 문 후보는 담담하게 쳐다보거나 심지어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의 군중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이에 대해 공추위는 "대놓고 박근혜 후보를 편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 후보 보도는 후반부에 영화배우, 종교인 등의 지지선언 모습으로 마감한 반면 문재인 후보는 리포트 후반부에 안 전 후보의 심각한 표정을 배경으로 다음 주 캠프 해단식과 입장 발표 예정 소식을 묶었다.

27일 모니터 결과는 뉴스 시작을 알리는 앵커 멘트가 진행되는 동안 배경 화면이 박 후보의 모습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날(26일)의 박 후보 단독 토론 관련 꼭지는 다양하게 제기됐던 비판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 후보 입장에서 철저하게 홍보하는 모양새"라는 비판을 받았다.

"70%의 국민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나라" "약속한 것은 정치 생명을 걸고 지켜"라는 홍보성 주장이 담긴 부분을 녹취로 전하고, "면접관의 송곳 질문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라는 부분에는 "그래서 정치 쇄신을 해야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한 부분을 전했다. 모니터 보고서는 "더욱 가관인 것은 박후보의 약점인 척하면서 상대 후보의 취약점을 강조한 부분"이라며 박 후보가 "NLL에 대해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과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잘 대처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한 부분이 나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YTN '대선 공정방송 감시센터'

YTN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지난 26일부터 '대선 공정방송 감시센터' 활동을 시작했다. 내부 종사자들이 별도 개설한 이메일로 불공정 보도 사례를 제보하면 공추위가 취합해 발표하는 식이다.

이에 활발한 참여가 이어져 28일 벌써 '박근혜 단독토론 생중계 과정에서 드러난 YTN의 편향성'이라는 제목의 공추위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26일 박 후보 토론을 생중계를 위해 80만 원의 대여료를 들여 '지미집' 두 대를 동원하고, 이력과 공약을 상세히 담은 비디오 파일을 제작한 것, 단일화 토론과 때와 달리 홍보성 자막을 캠프 요청 그대로 삽입한 것 등에 대해서다. 공추위는 "특정 후보에 줄을 섰다는 오명을 뒤집어쓴다면 시청률과 경쟁력, YTN의 생존 자체와 직결된다"면서 "향후 보도 또한 면밀히 모니터하고 분석해, 공정성을 침해하는 사례들에 대해 그 책임 소재를 낱낱이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 '사내 대선 모니터팀' 가동

SBS도 지난 총선 때 처음 시도했던 '사내 대선 모니터링 팀'을 26일부터 다시 가동 중이다. 취재·영상취재, 영상편집 기자에 보도 CG팀까지 가세해 총 240여 명이 참여한다.

"양측이 상대를 비방하는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을 그대로 전하는 게 옳은지 고민을 해 보자", "리포트 꼭지가 양측의 비방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지나친 네거티브 보도이며 투표율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등 지적이 나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공정보도, #편향보도, #대선, #MBC, #문재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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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全國言論勞動組合, National Union of Mediaworkers)은 대한민국에서 신문, 방송, 출판, 인쇄 등의 매체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이다. 1988년 11월 창립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를 계승해 2000년 창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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