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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처럼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마음 속에 일말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사람들은 마음의 불안이 없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더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각종 경제연구소들은 매년 다음해 트렌드를 분석해 내놓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보고 위안을 받고 어느 정도 불안을 해소시키기도 한다. 시대의 트렌드가 경제/경영에 굉장히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방증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3
 트렌드 코리아 2013
ⓒ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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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매년 다음해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해 내놓는 팀이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로 유명한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의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CTC, Consumer Trend Center)이다. 이번에도 내년 2013년의 트렌드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트렌드 코리아 2013>(미래의창). 이번에는 어떤 10개의 키워드로 승리의 필살기를 소개해주고 있는지 살펴본다.

2012년 트렌드

책에서와 같이 먼저 작년에 분석했던 올해 2012년을 간단히 돌아보자.

"<트렌드 코리아 2012>는 이무기가 여의주를 쟁취해 용으로 승천하듯 각자가 원하는 소원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DRAGONBALL, 즉 "용의 여의주를 갖는 자, 세상을 얻을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제안했다.(19쪽)

올해는 "중산층의 임금 수준은 크게 오르지 않은 채 체감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쥐어짤 만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스크루플레이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20쪽) 1인당 GDP가 2만 달러에 이르고 국가 신용등급도 올랐지만, 서민의 체감 경기는 최악이었던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흉악범죄가 많았고, 무시무시한 날씨가 괴롭혔으며, 계속되는 사건사고에 하루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2012년 대한민국은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 상태)를 경험했다."(23쪽)

힐링 열풍이었다. 아니, 신드롬이었다. 극닥전 경쟁에 내몰리고, 극단적 궁핍을 체험하고, 극단적 불안에 시달리며 "치유와 보살핌을 갈구했다."(26쪽) 그 결과 출판, 영화, TV 등 문화 전반에서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무겁지 않고 가벼운, 지금보다 옛날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2013년 트렌드 예측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한다. '코리아 트렌드' 시리즈의 특징이다. 그럼 이제 2013년을 예측해본다. 작년에는 2012년을 'DRAGONBALL'의 10가지 키워드로 트렌드 예측을 했다. 내년 2013년도는? 코브라 트위스트, 'COBRA TWIST'이다. 계사년 즉, 검은뱀의 해에 맞춘 키워드이다. 한편에서는 혐오하고 배척하고 한편에서는 소중히 여기고 숭배하는 뱀의 양면적인 면이, 마치 뱀처럼 캄캄하고 배배 꼬인 터널을 지나야 하는 2013년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듯하다고 하면 설명이 되겠는가?

그럼 이 책의 핵심이자 목차인 10가지 키워드를 나열해 본다.

C City of hysterie 날 선 사람들의 도시
O OTL... Nonsense! 난센스의 시대
B Bravo, Scandimom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R Redefined ownership 소유냐 향유냐
A Alone with lounging 나홀로 라운징
T Taste your life out 미각의 제국
W Whenever U want 시즌의 상실
I It's detox time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S Surviving burn-out society 소진사회
T Trouble is welcomed 적절한 불편

마냥 좋은 느낌은 아니다. '날 선 사람들', '나홀로', '상실', '소진', '불편' 등의 단어는 2013년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조금은 불안감이 해소되는 느낌도 든다.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미래의 대한 불안감 말이다.

'날 선 사회'라는 것은 다소 낯선 개념이다. 영어로는 라고 명명하였는데, 여기서 히스테리는 '자기중심적으로, 항상 남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을 바라고, 오기가 있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성격, 또는 현시적(顯示的)인 병적 성격'을 가리킨다. 어쩌면 E. 크레치머Ernst Kretschmer의 말처럼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많든 적든 히스테리적"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히스테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구체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사례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수 있다. 첫째 서로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충분한 완충거리를 확보하고(거리 개념의 변화), 둘째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채 문제를 개개인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한편(문제해결 주체의 개인화), 셋째 무엇인가 하나에 꽂히면 눈과 귀를 닫고 오로지 그것에 대한 정보만 강박적으로 수집하는(편향된 자기확신) 극도의 예민함을 보이는 것이다.(197쪽)

이건 서구의 개인주의와 엄연히 다른 듯하다. '날 선 사회'는 극도로 예민한 사회이다. 곧 폭발할 것 같은 폭풍전야의 상태에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예민함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지만, 불안은 불안을 낳는다 하지 않는가. 점점 사람 대 사람의 대화는 사라지고, 기계를 통한 대화가 많아지는 경향도 여기에서 야기되는 결과인 듯하다. 극도의 개인적 이기주의(여기서 이기주의는 개인주의에 가까운 의미)가 사회를 잠식하고, 이런 경향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무리가 득세할까 두렵기도 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기만의 분위기를 만들며 혼자서 놀기, 새로운 문화권으로 혼자 여행 떠나기, 색다른 음식과 스파 등의 휴양을 통해 재충전하기 등 라운징을 위한 레저와 서비스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중저가 항공업체가 늘고, 나홀로 여행족을 겨냥한 합리적인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라운징을 목적으로 한 1인 여행객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스트레스 산업으로 분류되는 스파 산업도 피부 관리 에스테틱을 포함해 시장 규모만 지난해 이미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경기불황 속에서도 성업 중이다. 이러한 환대산업의 호황은 라운징 트렌드의 부상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274쪽)

기부하는 연예인이 각광을 받고 기부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그만큼 타인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는 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나 혼자 먹고 살고 즐기기도 바쁜 시대이다. 그렇게 혼자라서 행복한 '나홀로족', '싱글족'이 득세해, 각종 산업에서 이에 관련된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A Alone with lounging 나홀로 라운징' 키워드는 이렇게 해서 탄생되었다. 공감이 가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조류라면 내년에도 이런 사회를 치유해줄 '힐링 신드롬'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이전의 힐링은 단순히 지친 심신을 달래는 쉼과 휴식을 강조하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의 정신적·심리적 디톡스는 현대인에게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중독의 요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솔루션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따라서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의 산물들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중독되기를 바라겠지만, 올바른 소비문화를 조성하려면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346쪽)

물론 내년 '힐링'은 올해의 '힐링'과는 다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단순히 정신적, 심리적 힐링이 아닌 구체적인 솔루션이 발동될 것이라는 점. 마치 맞춤정장처럼 말이다. 심리 치유 책을 어느 누가 보더라도 자신의 이야기인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출간 2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아마도 내년에도 계속적인 사랑을 받을 거라는 걸 예측해볼 수 있게 한다.

힐링은 또 '중독'을 치료한다. 중독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한 가지에 매진하는 오타쿠적 기질, 무엇을 잘하고 싶거나 먹고 싶거나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망, 여기에서 파생되는 결핍 등.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을 분석해 중독을 장려하겠지만, 그건 올바른 소비문화를 창출해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중독에 의한 소비성향은 비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으로 나라 전체가 출렁거리고 격변하는 시기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2013년은 어떨까? 어찌되었든 향후 5년을 이끌어 갈 새로운 대통령이 뽑히고,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십 개의 나라에서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 제일 중요한 점 중에 하나이지만, 솔직히 그에 대해 지금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에 키워드 조합 '코브라 트위스트'가 적절해 보인다.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다. 옛날 손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지지 않는다' 했는데, 내년 2013년을 조금이라도 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현재의 우리를 잘 알고 그에 기반해 예측하는 게 맞다고 본다.

내년이 뱀띠해인 만큼, 뱀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추천은 해본다.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이다. 혁신이라 할 수도 있지만 온고지신이라 말하고 싶다. 옛것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옛것의 기반 위에 새로운 층을 쌓아야 한다. 뱀은 어디에서도 살아간다. 사막에서도 살고, 숲에서도 살고, 강에서도 산다. 기막힌 생존력이다. 2013년 트렌드를 읽으며 뱀의 온고지신과 생존력을 익혀보시라.

덧붙이는 글 | <트렌드 코리아 2013> 김난도 이준영 전미영 이향은 김서영 씀, 미래의창 펴냄, 2012년 11월, 399쪽, 1만6000원



트렌드 코리아 2013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3 전망

김난도 외 지음, 미래의창(2012)


태그:#트렌드 코리아 2013, #김난도, #코브라 트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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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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