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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4 결승전에서 로이킴이 자작곡 미션 '스쳐간다'를 열창하고 있다.
 23일 밤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4 결승전에서 로이킴이 자작곡 미션 '스쳐간다'를 열창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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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tv를 없앤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뭐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어쩐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지난주 시댁에서 김장을 해서 겸사겸사 아이들을 데리고 한 주를 머물게 되었는데 TV 채널을 돌리다보니 <슈퍼스타K> 탑3 재방송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금요일에 결승전이 있다고 온종일 광고를 하네요.

로이킴과 딕펑스와 정준영! 그 가운데 로이킴이 자꾸 제 눈을 사로잡습니다. 윤건 노래 <힐링이 필요해>를 부를 때 옷차림과 분위기가 제 마음에 쏘옥 듭니다. 딕펑스가 보여준 자유분방함과 활기 그리고 정준영이 보여준 외로움 가득담은 반항도 흐뭇했으나 로이킴이 입는 저 옷은 마치 그동안 내가 찾아해맸던 그 무언가가 예고없이 딱 나타난 듯해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는데 로이킴이 자꾸 떠오릅니다. 참 오랜만이기도 하고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이 느낌은 뭐지? 이제 겨우 20살짜리 남자아이를 보면서 왜 이러는 거야. 그러고 보니 나이가 30대 중반에 접어 들고 애 둘을 키우면서 TV에서 나온 누군가를 보며 가슴 두근 두근한건 참 오랜만입니다. 아하! <시크릿가든> 현빈 이후로 처음이네요.

애들이 잠들때까지 좀 기다렸다가 엎드려서 휴대전화로 열심히 로이킴을 검색합니다. 여러 사진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흐뭇해합니다. 사람들이 로이킴에게 열광하며 올린 댓글들을 보면서 같이 흥분합니다. 어떻게들 알았는지 사기캐릭터라며 사람들이 올려 놓은 화려한 이력과 배경들이 읽으며 신상을 턴다는게 이런거구나 끄덕끄덕합니다.

그러다가 로이킴이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학생회장 출마를 위해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동영상을 보면서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실력이라며 감탄을 하는 듯했는데 저는 좀 다른게 보였습니다. 로이킴은 유학시절 나의 외로움을 달래준 것은 오직 음악뿐이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족도 없이 그 넓은 땅에서 유색인종으로 공부하며 산다는 현실은 로이킴이 가진 배경도 큰 힘이 되어줄 수는 없지 싶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자기 몫이니까요.

그런데 학생회장에 출마해서 다른 나라 언어로 뭔가를 이야기하는데 사람들을 계속 웃게 만들더군요. 그 분위기에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스펙을 위해 등 떠밀려 억지로 앵무새 외우듯이 연설문을 외운 사람이라면 연출하기 힘든 분위기라 느꼈기 때문이지요. 저는 여기서부터 로이킴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자에서 엄마로 바뀌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 수많은 도전자들은 그때그때 슬프다 울고 기쁘다 울고 자기 한계에 부딪히면서 괴롭다 웁니다. 그런데 로이킴이 우는 모습은 본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움 모르고 구김살이 없이 자라서 저런거라 쉽게 생각했는데 좀 느낌이 달라집니다. '저건 뭘까...? 뭔가에 도전하고 부딪히면서도 크게 자기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집중력 있게 밀고나가는 저 자기 확신 또는 자신감은 어떻게 키워지는걸까...?' 뭐 이런 생각에 가서 닿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은 뭔가 낯선 일을 시도할 때 겁부터 내거나 이솝우화 신포도 이야기에 나오는 여우처럼 말하던 모습들이 떠오르네요. '아~ 크게 키워야겠다.' 생각합니다. 아이가 자기를 둘러싼 세상 앞에 서서 뭔가 발걸음을 내딛기 앞서 세상은 안전하지 못하고 나는 나를 확신할 수 없으며 이렇게 하는건 엄마 아빠가 싫어할꺼라라고 생각 하며 뒷걸음질 치게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금요일. 아이들을 서둘러 재우고 결승전을 봅니다. 딕펑스는 자작곡으로 가면 어떻겠냐며 밴드가 가진 장점을 도드라지게 보여줄 수 있는 제안을 합니다. 이 불리한 제안에 로이킴은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는데 뭐 역시나 물러서지 않고 기꺼이 받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를 뒤흔든 노래는 예상치 않게 자율곡에 있었습니다. 바로 로이킴이 부른 리쌍의 '누굴 위한 삶인가'입니다. 여러 가지로 위험한 시도였으나 꽤 잘해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곡이었는데 저는 로이킴이 그 노래를 자율곡으로 고른 이유를 들었을 때 한방 맞았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주어진 삶이 아니라 내 삶을 살아야겠다는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 노래 자체는 저에게 큰 감흥이 없었으나 제목만은 계속 제 머리에 남아 되뇌이게 되더군요. 저는 그래서 엄마에서 온전한 나로 돌아왔습니다. 저 역시 그즈음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답게 산다는게 어떤것인가에 대해서 머릿속이 복잡한 때였거든요.

그런데 재미로 보기 시작한 TV에서 그것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논리를 환타지스럽게 무장한 프로그램에서 나보다 15살이나 어린 20살짜리 젊은 녀석이 저에게 다시 그 무거운 질문을 던지내요. "저도 제 삶을 찾는 일이 두려웠으나 물러서지 않고 맞서봤어요. 그러니 당신도 용기있게 맞서보세요"라고 매력적으로 속삭이네요.

그래서 좀 씩씩해지기로 했습니다. 저 어린 것들도 자기 삶을 찾기 위해 저렇게 치열하게 자기 모든 존재를 다 받쳐 애쓰는구나.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질문들은 무겁고 좀처럼 답도 잘 안 찾아지지만 하루하루 좀더 활기차고 즐겁게 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길을 찾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던진 숙제가 하루에 글 한편 쓰기와 땀흘리는 일 1시간 하기입니다. 오늘도 그 숙제를 즐겁게 합니다!

PS : 로이킴씨 여러 가지로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사실 그날 문자 투표는 딕펑스에게 했어요. ^^;;


태그:#슈스케, #로이킴, #힐링이 필요해, #누굴 위한 삶인가, #슈스케 우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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