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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論客)'은 여수고등학교 토론 논술 동아리이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논술에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활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그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학기 때에는 '여수 엑스포에서 우리는 이것을 보았다'라는 제목으로 엑스포와 관련된 네 편의 논술을 공감코리아에 실었으며, 2학기 들어서는 '여수의 오피니언 리더에게 듣는다'라는 제목으로 지역 현안의 문제점을 논술로 옮기고 있다.

그래서 만난 분이 여수의 오피니언 리더 네 분이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김종호 베타니아 이사장, 경제정의 분야에서는 변영욱 경제정의실천연합회 여수 사무처장, 실물경제 분야에서는 (주)하이테크엔지니어링의 장영 대표이사, 그리고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제정화 한국민속예술총연합 여수지부장을 인터뷰하였다. 그분들의 주장이 매끄럽게 전달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미숙함에서 연유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 
<편집자주>

베타니아에 가면 사람이 보인다

물어 물어 베타니아에 갔다. 예수가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은 장소로 알려진 '베타니아'의 이름을 빌려와서일까. 긴장도 되었지만, 장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분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옷깃을 여미는 심정으로 갔다.

전화 너머로만 듣던 음성의 주인공을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복지법인 베타니아 김종호 이사장님을 만난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은 휠체어에 앉아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분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분이 운영하는 베타니아에는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이 함께 어우러져 통합 보육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었다. 말씀을 듣고 식사를 하고 다시 말씀을 들으면서, 결론은 부끄럽다는 것, 하나였다. 

 이사장님은 순수하고 열정적이셨다.
▲ 김종호 이사장 이사장님은 순수하고 열정적이셨다.
ⓒ 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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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님, 통합 교육은 왜 해야 하는가요?"

아동, 장애인, 극빈층, 노인을 일컬어 4대 약자라고 한다. 장애아는 아동이자 장애인이기에, 장애 아동에게 차별은 더욱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7, 8만 명의 장애아가 있는데, 보육기관이나 특수학교 등에 있는 장애아는 2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통합 교육의 필요성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이,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보기가 어렵다면서 의아해한다고 한다. 장애인은 격리의 대상이 아니다.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제공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통합 교육은 일반인과 장애인이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배우면서 우리 사회를 더불어 살아가는 융합 사회로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다.

통합 교육을 하면 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을 보며 모델링을 한다.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행동이나, 일반인과 비슷한 행동을 배워 나간다. 또한 통합 교육을 하면 일반 아동의 정서가 함양되고 리더십이 신장되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실험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 통합 교육의 효과가 장애 아동에게만 미치지 않는다는 점은 자못 의미가 깊다.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이 함께 생활하며 학습하게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으로까지 인식이 확장된다. 그리하여 사회에 나가서도 차별과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존재로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공부하며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애인에게도 가을 햇볕을 쬘 권리가 있다.
▲ 다시 찾은 베타니아 장애인에게도 가을 햇볕을 쬘 권리가 있다.
ⓒ 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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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면서,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과 학습 환경은 장애인에게만 편리하고 유익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라는 이사장님의 말씀이 우리의 짧은 생각을 때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여수에 통합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도 내내 마음에 걸렸다. 오래 된 건물이라서 그렇다지만, 우리 학교가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문턱'이 너무 많다는 것도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이사장님, 지금은 공부하는 학생이라서 이 문제를 풀 힘이 없습니다. 다만 기억은 하고 있겠습니다.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을 함께 보육하면서 이사장님이 무엇을 꿈꾸고 계시는가를.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여수고등학교 동아리 '논객' 여팀 / 이진, 안후성, 박진성, 신기호, 장영식, 이승찬]

덧붙이는 글 | 살아 있는 논술을 쓰고 싶어서 여수의 오피니어 리더라고 인정받는 분들을 찾아나섰다. 뵙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져 감을 느꼈다.



태그:#여수고, #논객, #김종호, #베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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