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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현 전국민주연합노조 부위원장
 최봉현 전국민주연합노조 부위원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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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환경미화원들이 지난 9월 3일부터 안양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선별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 환경미화원들은 "최대호 안양시장이 2010년 선거 때 직영화를 약속했다"며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안양시는 가로에서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을 제외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선별업무를 12개 업체에 민간위탁하고 있다. 총 청소용역비는 연간 200억 원에 달한다. 청소용역업체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 등의 인력은 240여 명이나 된다.

청소용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시위가 계속 이어지자 지난 10월 30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양시민참여위원회 주최로 '안양시 청소행정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직영화를 요구하는 환경미화원들과 예산 절약을 이유로 계속 민간위탁을 해야 한다는 안양시의 입장 차이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8일, 안양시 환경미화원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최봉현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연합노조 부위원장을 만났다. 또한 15일에는 안양시 관계자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다.

최 부위원장은 "최 시장이 당선된 뒤 20번 이상을 만나 (청소용역을) 직영화 해줄 것을 요구했는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최 시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최 부위원장은 "최 시장은 시장후보일 때 직영화가 어려우면 우선 안양시 시설관리공단 위탁운영을 하게 한 뒤 단계적으로 직영화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직영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고용안정과 비리 근절이다. 청소대행업체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만료가 되면 고용이 불안하다. 청소대행업체에는 가짜 미화원을 내세워 임금을 부풀리고, 감가상각비 등을 과다 계상하는 등 문제가 생겨 2004년 이후 안양시에서 환수조치를 여러 차례 했다."

최 부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2004년에는 청소대행업체에서 가짜 미화원 12명을 고용한 것처럼 해서 5억 원 이상의 예산을 과다 지급해 안양시에서 이를 환수했으며, 2007년에는 16억 원의 차량감가상각비가 과다계상된 것이 드러나 환수조치가 됐다는 것. 2009년과 최근에도 이런 일이 되풀이됐다는 게 최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최 부위원장은 '안양시의 환수조치'와 관련해 "안양시에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 청소대행업체의 편을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안양시에서 청소행정을 직영화할 경우 이런 비리를 근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9억 원 정도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어떤 근거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가?
"안양시 청소행정과에서 현재 1개 청소대행업체가 1년에 1억2천 원의 수익밖에 내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안양시의 청소업체는 12개다. 그냥 따지면 최소한 13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뿐인가. 용역업체에서 대표를 포함한 관리자들의 임금으로 지급되는 예산도 상당하다. 청소 관련 일은 우리가 현장에서 다 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최 부위원장은 용역업체 대표의 연봉이 8천만 원이 넘는다며 안양시에서 청소업무를 직영·공영화 할 경우 이런 예산은 당연히 절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봉현 전국민주연합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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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시장이 직영화 공약을 했나?
"최 시장은 2007년에 안양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기자회견 할 때 청소대행의 문제가 비리가 많으니 직영화·공영화해야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도 환경미화원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직영화가 어려우면 시설관리공단 위탁을 먼저 하고 단계적으로 직영화를 하겠다고 했다. 최 시장이 취임하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 시장과 20번 넘게 미팅을 했는데 (직영화)는 전혀 준비하지 않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청소행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그런 공약을 한 것 아니겠나. 최 시장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 최 시장에게 기대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 배신감이 생길 것 같다.
"이필운 전 안양시장이 재직 당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화원을 해고했다. 40명이다. 그래서 이 전 시장이 당선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지난 2010년 선거 때 그 사실을 열심히 알렸다. 최 시장이 당선되면 (직영화가) 정말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기대를 많이 했다."

- 현재 안양시 청소용역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양시에서는 매년 200억 원에 가까운 청소용역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면서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예산은 내역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정하고 제대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전체를 뭉뚱그려서 지급하고 있다. 그건 우리가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안양시 공무원들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 직영화를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근로조건이 좋아지고 고용이 안정되면 노동생산성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건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적인 생각이다. 가로 청소를 하는 미화원들은 전부 직영인데 공무원들의 주장대로라면 그들 역시 민간위탁을 해야 한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고, 말이 안 되는 말이다."

- 직영으로 전환하면 매년 연봉이 올라가는 등 문제가 많다고 일부에서 주장한다. 일부 직영하는 시·군에서는 미화원의 급여가 공무원들보다 높다고 하던데?
"공무원 월급보다 많이 받는 사람들도 있긴 있다. 공무원 초임 말호봉과 미화원으로 20년씩 근무한 분하고 임금을 비교하는 건데 말도 안 된다. 우리도 할 말이 많다. 일을 잘한다고 성과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길 위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데 보험회사에서는 위험 직종이라고 보험 가입도 시켜주지 않는다. 매년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위험에 노출된 직종이다."

- 직영화 전환 말고도 시설관리공단 위탁을 주장하고 있는데?
"공무원 총원제 때문에 당장 직영화가 어렵다면 우선 시설관리공단에서 위탁운영을 하면서 단계적으로 직영화 수순을 밟으면 된다. 최 시장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

최 부위원장의 "최 시장이 직영화를 약속했다"는 주장에 대해 안양시 관계자들은 "최 시장이 청소대행업체 직영화를 공약으로 내걸거나 약속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0년 4월 22일, 최대호 시장은 환경미화원들이 '청소 업무 민간위탁과 지방 사무 업무 민간위탁 금지에 대한 조례를 만들어 고용불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에 참석, 이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안양시 청소용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010년 4월 22일, 최대호 시장은 환경미화원들이 '청소 업무 민간위탁과 지방 사무 업무 민간위탁 금지에 대한 조례를 만들어 고용불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에 참석, 이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안양시 청소용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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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최영인 청소행정과장은 "직영화 공약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어떤 약속을 했는지 전해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청소대행업무 직영화와 관련, "예산절감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민간위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직영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는 게 현재의 추세로 직영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직영화를 하게 되면 설비투자를 위한 초기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갈 뿐 아니라, 고용승계 과정에서 환경미화원의 근속 연수 등을 감안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직영화는 어렵다"는 게 최 과장이 밝힌 안양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최 과장은 현재 민간위탁으로 예산절감이 얼마나 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계산해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최 과장은 청소대행업체가 용역비와 감가상각비 등을 부풀려 환수 조치한 사안에 대해서는 "계산이 잘못돼 환수 조치했을 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안양시 홍보실과 비서실 관계자 역시 청소대행업무 직영화와 관련해 "최 시장은 그런 공약을 한 적이 없다"며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해 최봉현 부위원장은 "최 시장이 2007년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이 문제를 거론했다"며 "지난 2010년에는 직영화가 어려우면 시설관리공단 위탁운영을 우선 하고,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최 부위원장은 "정치인들에게 늘 속는다"면서 허탈해 했다.

"선거 때는 믿어달라고, 밀어달라고 하면서 약속을 하고,  당선된 뒤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최 부위원장은 휴대전화에 지난 2010년 4월 22일, 최대호 안양시장이 후보일 때 환경미화원 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때 찍은 사진을 저장하고 있다. 당시 최 시장은 이 자리에서 안양시 청소대행업무 직영화와 관련, 지지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당시, 최 시장은 우리의 직영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이렇게 증거까지 갖고 있는데 최 시장은 직영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태그:#최봉현, #청소대행업체, #최대호, #안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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