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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각 후보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말을 듣지 못하는 국민들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인들이다.

청각장애인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자신들도 대선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듣고 보고' 판단하고 싶은데 각 대선 후보 홈페이지에서 이들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상지장애인' 즉 허리를 기준으로 윗부분의 팔 및 손에 생긴 장애인들의 경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실장의 목소리가 커진다.

"예비후보들은 정책공약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홈페이지를 통해 올리고 있다. 청각장애 경우에는 동영상을 봐야하지만 수화언어가 없어 내용을 알 수 없다."

  대선 예비후보 홈페이지 장애인 접근차별 인권위 진정서를 내기위해 모인 청각장애인들
 대선 예비후보 홈페이지 장애인 접근차별 인권위 진정서를 내기위해 모인 청각장애인들
ⓒ 김아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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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참정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상 입동인 7일 오전. 서울 도심은 바람이 제법 매섭다. 이 가운데 오전 11시쯤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현수막을 펼치고 늘어선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청각장애인들이 모인 것. 대선 예비후보 홈페이지가 장애인의 접근을 차별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실장은 "여야간 예비후보들이 나름대로 정책을 나누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한 활동들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지만 장애인은 그들의 활동과 차기 공약 사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은 계속해서 "장애인도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예비후보들의 활동 사항들을 수화언어 및 수화설명서를 요구하기 위해 차별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며 이날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의 취지를 밝혔다.

김 실장의 목소리에 이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답답함을 느끼고 창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안세준 고문이 수화를 시작했다. 안세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고문은 청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통역사가 함께 했다.

"예비후보들은 정책공약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홈페이지를 통해 올리고 있다. 청각장애 경우에는 동영상을 봐야 하지만 수화언어가 없어 내용을 알 수 없다. 대통령 후보가 복지국가를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이 정말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게 홈페이지 개선이 필요하다. 대선후보들이 이 점을 반영해주실 것을 요구한다."

후보자 홈페이지 청각장애인들 접근성은....

공식적으로 대선 홈페이지를 만든 후보들은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다. 홈페이지 대부분은 시각장애인이나 상지장애인이 마우스 없이 키보드만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와 관련 '수화언어 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박근혜 안철수 심상정 후보 홈페이지의 경우 100% 접근할 수 있었다. 이와 반해 문재인 후보 홈페이지의 경우 7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안철수, 심상정 후보 홈페이지가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한다면 문 후보의 경우 75점에 불과한 셈이다.

또 청각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자막 또는 수화, 화면설명(텍스트) 제공 등은 심상정 후보만이 '일부만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등 이미지에 시각장애인이 알 수 있도록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도 '박 후보 60%, 안 후보 34%, 심 후보 33%, 문 후보 11%' 순으로 파악됐다. 문 후보 홈페이지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장애인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만을 평가한 것이다).

  김세식 이사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김세식 이사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 김아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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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후 기자와 만난 공대위 안세준 고문은 '대선후보를 만나 이 같은 애로사항을 전달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박근혜 후보를 만나러 갔으나 받아주지 않았고,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 연설과 동시에 수화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관심이 없으신 거 같아서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안 고문은 계속해서 "문재인 후보 캠프에 가서는 상담을 했고 도와주시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캠프를 방문해 상담을 했다. 안 후보는 처음에는 통역사를 대동했지만 지금은 (통역사가) 없고, (자신의) 말만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옆에 있던 통역사는 기자에게 "농아인들도 한국 사람이고, 투표할 권리가 있는데 왜 아무 내용도 모르고 투표를 해야되느냐, 대선후보가 어떤 공약을 세웠는지 알고 투표하는 것이 농아인들의 바람"이라 말했다.

김철환 실장은 청각장애인이 홈페이지 등에 수화언어를 필요로 하는 이유에 대해 "청각장애인들이 한국어를 외국어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수화는 조사가 없고 관용구를 쓰지 않아 언어체계가 다르다. 청각 장애인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수화를 접하기 때문에 문장을 읽을 수는 있으나 정확한 문맥 파악이 어려워 수화언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거듭해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NGO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한국NGO신문, #청각장애인, #수화 , #대선후보 , #수화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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