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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2013년 3월 5일 오후 1시 50분]

출판사에서 새 책이 나오면 언론사에 홍보용으로 한 권씩 보내준다. <오마이뉴스>에도 일주일에 적게는 50권에서 많게는 100권 정도의 새 책이 들어온다. 그 책들은 매달 새로 선발되는 '책사랑 서평단' 시민기자들의 손을 거쳐서 서평기사를 만들어내는 거름이 된다.

내 임무는 매주 새로 들어온 책들을 서평단에 소개하는 것. 좋은 새 책이 들어왔을 때 한 번 가슴이 뛰고, 시민기자가 그 책을 읽고 좋은 서평을 써주었을 때 두 번 가슴이 뛴다. 그리고 좋은 책을 좋은 글로 평가해줄 수 있는 실력 있는 '서평꾼'을 만나면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뛸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 사람이 열정 넘치는 젊은 시민기자라면! 이번주에 편집부가 '찜'한 시민기자는 '책동네의 샛별' 박현진 시민기자다.

9월 중순부터 서평기사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다섯 편의 글로 안정적인 '클래스'를 확인시켜준 박현진 시민기자. 시민단체와 야학에서 활동하면서 일주일에 두세 권의 책을 꼬박꼬박 읽고 거의 매주 한 편의 서평을 써낸다는 박현진 시민기자는 "요즘 젊은 것들은 통 책도 안 읽고 무식해!"라는 기성세대의 말이야말로 얼마나 무식한 소리인지 몸소 보여준다. 지난 10월 30일 그의 '책과 글' 이야기를 서면과 전화 인터뷰로 들어봤다.

☞ 박현진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 가기

무슨 기사를 쓸까... "너 책 많이 읽잖아, 서평 써봐!"

박현진 시민기자
 박현진 시민기자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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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부터 간단히.
"책, 야구, 술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어릴 때부터 알던 친구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렇게 대답해주더라. '넌 책을 좋아해서 말수는 줄고 또 고루해졌어. 야구를 좋아해서 시즌 중엔 저녁 6시부터 9시까진 중계방송에 코를 박아. 몸집은 술 때문에 불었고.'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거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 중이고, 기자를 희망한다. 3학년까지 마치고, 지금은 휴학 중이다."

- 회원가입은 지난해에 했는데, 기사는 올 가을부터 쓰기 시작했다. 기사를 써야겠다 마음먹게 된 계기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 학교 다니면서 신문동아리에 참여했는데, 활동이 중단돼서 기사 쓸 기회가 없었다. 내가 쓴 글을 사람들에게 내놓았을 때,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쉽지가 않았다. 막막했다. 뭘 써야 할지 감조차 안 오는 상황이어서, 고민만 하다가 그쳤다.

올 초부터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출신 김경훈·이규정 시민기자를 알게 됐다. 같이 술을 마시다가 물었다. '형들은 처음에 기사 쓰는 거, 어떻게 시작했어요? 난 엄두가 안 나던데.' 대답이 간단했다. '너 책 많이 읽잖아. 서평 써봐.'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다."

- 혹시 독자들의 반응 때문에 상처받은 경우는 없는지. 아니면 반대로 힘이 된 경우는 없는지.
"내 글에 반응이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니까. 원체 무덤덤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상처받을 만한 반응도 없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있다. 두 번째 서평에서 다룬 책이 <자본론을 읽어야 할 시간>인데, 자본론 연구자인 송태경씨가 자신의 트위터와 블로그에 '괜찮은 서평'이라고 추천해줬다(<목숨 잃은 쌍용차 해고자들... '자본론'의 예언>.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의 칭찬이니, 자신감이 좀 생겼다."

- 지금까지 쓴 기사가 모두 메인면에 배치되었다.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하고 '오마이뉴스 스타일'을 파악하기까지 어느 정도 '생나무 시절'을 보내는 사람도 많은데, 스스로 생각하는 비결은?
"서평기사를 쓰기로 결정한 다음에, 다른 분들이 쓴 글을 차근차근 읽어봤다. '오마이뉴스 스타일'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겠더라. 지금도 새로 올라온 서평기사는 대부분 읽는다. 앞서 언급한 두 형의 조언도 주효했다. 특히 경훈이 형이 도움을 많이 줬다. 처음 세 꼭지의 서평기사는 꼼꼼히 읽고, 빼곡하게 의견까지 덧붙여줬다. 밥 사기로 했는데, 맛있는 걸로 사야겠다."

- 보통 한 달에 책을 몇 권 정도나 읽나? 어떻게 짬을 내서 그렇게 부지런히 읽고 쓰는지 궁금하다.
"일 주일에 두세 권은 읽는다.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까지 포함해서. 전철을 탔을 때, 자기 전에 누워서 등 그냥 틈이 나면 책을 손에 잡는다. 어디를 가도 가방에 책 한 권을 넣고 다닌다. 책을 토막토막 읽는 일에 익숙해지니까, 점점 읽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같다.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책, 좀 딱딱하고 불편한 책들을 주로 다뤘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서평은 그 책을 통해서 얻은 '사유'를 내놓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거나 고민할 여지가 많은 책들을 선정하게 되더라. 또 서평기사도 '기사'이기 때문에 현실문제에 닿아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유일 거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한 명의 시민으로서 위기를 느끼기도 했다.

특히 이어지는 언론사 파업, 공영방송에 대한 측근인사 등 언론분야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긴다. 민언련에 가입한 이유도 그 때문이고. 언론분야가 아니더라도 내가 책을 통해서 얻은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싶었다. 평소에는 문학작품도 많이 읽는 편이다."

불편한 책만 읽는다? "현 정권 들어 시민으로서 위기 느꼈다"

- 다른 형식의 기사를 써보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직접 취재한 기사를 써보고 싶다. 다만 서평기사가 현재로서는 '가장 충실할 수 있는 글'이라 여겨져서 서평기사만 쓴다.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겠다."

-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한 감각이 상당히 잘 발달돼 있는 것 같다. 민언련 말고 더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활동이 있나?
"민언련에서 신문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고, 우연한 계기로 청소년 문제에도 생각이 닿아서 6월부터는 탈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야학에서 교사 활동도 시작했다. 두 곳 모두, 책이나 학교에는 없던 배움을 주더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기사를 쓰는 데 있어서 자신이 가진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주변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 '더 짧고, 쉽고, 분명한 문장을 써라.'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도 비슷한 조언을 하더라. 앞으로 기사를 쓰면서 고쳐나가야 할 숙제다. 고 송건호 선생께서 쓰신 <신문과 진실>이라는 글이 있다.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렸을 만큼 쉽고 분명한 글이다. 그럼에도 언론의 최우선 가치인 진실의 중요성, 바른 언론인의 자세를 깊이 전달한다. 그런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 다른 시민기자 가운데 '가장 배울 것이 많다' 싶은 기자가 있나?
"나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이끌어준(?) 김경훈·이규정 기자에게 많이 배운다. 똑같이 직업기자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나보다 한 걸음 앞서 있기도 하다. 매주 만나서 술도 한잔씩 하는 사람들이니 의지도 많이 된다. 기사 쓰는 것만이 아니더라도 형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꼭 얻고 싶은 '구체적인 한 가지'를 꼽자면?
"직업기자를 희망하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꾸준히 기사를 쓰고 싶다. 그리고 김경훈·이규정 두 형들이 <오마이뉴스>에서 '이달의 뉴스게릴라'를 받았던데, 그건 욕심내봐야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마이뉴스>는 광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민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 나도 그 언저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늘 기쁘다."


태그:#서평, #책동네, #책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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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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