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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11일 오후 7시 30분]
"더이상의 국세청 국감은 무의미"... 이현동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질 것"

11일 국세청의 국정감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이날 국세청 국감은 오전 한상률 전 청장의 동영상 파문으로 정회를 거듭했고, 오후에는 야당 의원들이 국감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일부 야당의원들이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과 국감장 옆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하려다 국세청 직원들이 이를 막으면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세청은 내부 경비 인력을 동원해 안 전 국장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의 국감장 진입을 막았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오후 국감은 다시 정회됐다.

안 전 국장은 지난 2010년 한 전 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표적 세무조사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대구지방국세청장 시절에는 '포스코의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는 문서를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오후 6시께 속개된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국세청 국감 방해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한때 국감장에 들어오지 못했던 안민석 의원은 "세계 어느 나라 의회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헌법상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의 국감장 진입을 국세청이 막은 것에 대해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에 나서야 하며 청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의원(무소속) 역시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의 의정활동을 이처럼 조직적으로 방해할 수 있느냐"며 "더이상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고 별도로 국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이현동 청장을 상대로 국세청 국감을 진행하는 것 의미가 없다"며 "국감 방해죄로 이 청장을 고발할 것이며 다음 국세청 국감 때는 이 청장이 아닌 차장이 나와서 국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현동 국세청장은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그동안 청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으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2신: 11일 오후 2시 40분]
야당 의원과 안원구 전 국장, 국세청 본청 로비에서 출입 가로막혀

11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감이 파행을 거듭하고있다. 야당의원과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국세청 본청 1층 로비에서 직원들에 가로막혀 있는 모습. 맨 왼쪽부터 박원석 의원(무소속), 최재성 의원, 안민석 의원(이상 민주통합당)
 11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감이 파행을 거듭하고있다. 야당의원과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국세청 본청 1층 로비에서 직원들에 가로막혀 있는 모습. 맨 왼쪽부터 박원석 의원(무소속), 최재성 의원, 안민석 의원(이상 민주통합당)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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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무엇이 떳떳하지 못해 문도 안 열어주나."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청 로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국세청 직원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오전 국감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들어오던 안민석 의원(민주통합당)을 비롯해 같은당 최재성 의원, 박원석 의원(무소속) 등은 안원구 전 국장과 함께 1층 로비에 도착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1층 로비의 출입문을 봉쇄했다. 이어 국정감사장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가동도 중단시켰다. 이날 오전 한상률 전 청장의 검찰 진술 동영상을 공개한 안민석 의원은 "피감기관이 어떻게 의원들의 국감장 출입을 막을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안 전 국장은 국감장 증인이 아니고 야당 의원들과 별도 공간에서 협의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국세청의 행태를 보니 예전 보안사보다 더 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어떻게 의원들의 출입을 막을수 있느냐"고 따졌다. 박원석 의원도 "국세청의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안 전 국장은 야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2시 35분께 이미 국감장에 들어와 있는 야당의원들이 "의원들을 왜 막고 있느냐"고 따지자, 강길부 위원장이 이현동 청장에게 "빨리 조치하시라"고 말했다. 이후 국세청은 야당의원들을 1층 엘리베이터가 아닌 별도의 비상구를 통해 국감장으로 안내했다.

[1신: 11일 오후 2시 21분]
한상률 "안원구, 태광세무조사 투입하려 했다"

그림로비를 통한 인사청탁 의혹과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011년 2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검찰 출석하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로비를 통한 인사청탁 의혹과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011년 2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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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거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발단이 됐던 지난 2009년 국세청의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논란이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사망을 낳게 한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를 입증하는 동영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동영상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당 땅 문건 등으로 파문을 일으켜 왔던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검찰 진술 내용이다. 안 전 국장은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으로부터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된 언급을 받았고, 청와대의 인사청탁 로비 의혹 등을 폭로했었다.

이날 국감 첫 질의에 나선 안 의원이 동영상을 공개하려고 하자, 새누리당 등 여당의원들이 반발했다. 특히 기재위 강길부 위원장은 "안 전 국장의 증인 채택과 관련해 여야 간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영상을 틀어선 안 된다"고 막았다. 그러자 이번엔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며, 국감은 파행을 빚었다.

결국 안 의원은 이현동 청장을 상대로 질의를 진행하면서, 동영상을 공개했다. 3분짜리 분량의 동영상에는 한 전 청장이 검찰 관계자와의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한 전 청장은 안원구 당시 서울청 세원분석국장을 베트남 국세청장 방한 때 배석시켰고,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투입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진술에서 한 전 청장은 "안 전 국장이 베트남 국세청장을 잘 안다고 해서 (세무조사에) 투입하려 했지만, 베트남 국세청장이 (안 전 국장의) 얼굴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안 전 국장을 태광 세무조사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국세청은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탈루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베트남 국세청의 도움이 필요했었다"면서 "안 전 국장이 베트남 국세청장을 안다고 하자, 한 전 청장이 이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이현동 국세청장을 상대로 "서울청 세원관리국장(당시 안 전 국장의 직책)이 세무조사에 참여한 사례가 있었느냐"고 따졌다. 또 "이번 동영상에서 한 전 청장의 발언은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노 전 대통령을 노린 정치적 조사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원관리국장을 은밀히 불러서 세무조사에 투입하는 것이 (세무조사의) 원칙과 절차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당시 조사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현동 청장은 "태광실업에 관한 교차 세무조사는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면서 "세원관리국장도 내용에 따라 일정부분 (세무조사에) 관여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본청 조사국장은 개별 세무조사의 진행단계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한다"면서 "당시엔 (조사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않았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이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주도했느냐"고 묻자, 이 청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안 의원이 질의가 이어지는 과정에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고 강길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자 야당 쪽에서 거세게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은 "의원의 질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도중에 무슨 의사진행발언이냐"며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안 의원에 이어 질문에 나선 박원석 의원(무소속)도 안 전 국장의 사퇴를 둘러싼 국세청 간부들의 탈법적 행태를 고발했다. 박 의원은 당시 안 전 국장을 감찰했던 국세청 본청 감찰팀 간부의 검찰 진술 조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태그:#국세청, #안원구,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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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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