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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이 9일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재벌총수 증인 채택과 관련해 강길부 기재위원장에게 표결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이 9일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재벌총수 증인 채택과 관련해 강길부 기재위원장에게 표결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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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세우면 안 되는 것일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증인 채택 줄다리기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서 열린 기재위 국정감사는 최태원 SK회장 등 야당에서 요구한 증인 채택 문제로 오전 내 파행을 겪다 결국 정회됐다. 야당 의원들은 강길부 기획재정위원장에게 처리시점을 분명히 정하거나 표결처리 해서 이 문제를 매듭지을 것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강 위원장은 끝까지 말을 흐렸다.

"3일째 같은 얘기... 최태원 국감 증인 출석 왜 안 되나?"

9일 오전, 한국은행 15층 국정감사장. 이날 역시 먼저 마이크를 잡은 것은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었다. 질의 없이 오전 내내 재벌총수 증인채택과 연관된 의사진행 발언만 계속되다 정회한 8일 기획재정부 오전 국감과 같은 모습이었다.

안 의원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가 요즘 화두인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벌 총수 호출 못한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저는 여야 간사에게 요구하지 않겠다"면서 "재벌 총수 증인채택 문제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입장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를 기재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첫날인 지난 5일부터 3일째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애초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최태원 SK 회장을, 조세감면과 관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국세청의 정치 간여와 관련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했었다.

이중 이건희 회장은 국감을 앞두고 출국하는 바람에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을 호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여당의 반대로 셋 중 한 명도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 의원들의 얼굴에는 황당함과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사흘째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정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가 국정감사에 성역을 둬서는 안 된다"면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서 보면 이 문제는 총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문제니 당사자를 부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재벌 그룹의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해야 하고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새누리당 의원들도 인정하는 바다. 무소속 박원석 의원은 "어제 토론에서도 새누리당 의원이 일감 몰아주기 문제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오늘 증인 채택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최재성 의원과 김현미 의원은 이 문제를 기재위 전체 표결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증인 문제로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고, 양당 간사간에 협의를 했지만 협의 결과도 마지막에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표결 결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의원들 말싸움 지켜보던 한국은행 직원들 '실소'

새누리당 소속 강길부 기획재정위원장
 새누리당 소속 강길부 기획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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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흘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강조해왔던 새누리당 소속 강길부 기재위원장은 이날도 표결 요구에 대해서는 답을 피하며 '협의'를 강조했다. 새누리당 소속 기재위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강 위원장의 태도에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안민석 의원은 "도대체 납득이 안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의원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인데 자꾸 여야 간사에게 넘기는 것은 의원들끼리 싸우라는 얘기"라면서 "위원장께서 혹시나 기재위 파행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강 위원장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이 "사흘째 회의가 공전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서 표결을 하자"고 주장하자 강 위원장은 "그 부분도 포함해서 여야 간사들이 협의하도록 하자"고 답했다. 강 위원장이 이렇게 답하자 국정감사 회의장 한쪽에서 대기하며 의원들의 설전을 구경하고 있던 한국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거듭되는 의원들의 발언과 표결 요구로 지연됐던 이날 기재위 국정감사는 오전 정회를 거쳐 오후 2시부터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기재위는 오후 국감을 진행하기에 앞서 재벌 총수의 증인채택 문제는 국세청 감사가 예정된 11일 오전까지 기다려보고, 협의가 안 되면 표결에 부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그:#한국은행, #국정감사, #기재위, #재벌총수,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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