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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오산2리 공동묘지에 있는 무연분묘를 벌초하기 위해 예초기를 돌리고 갈퀴질을 하는 신암면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원들의 손놀림이 가볍다.
 20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오산2리 공동묘지에 있는 무연분묘를 벌초하기 위해 예초기를 돌리고 갈퀴질을 하는 신암면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원들의 손놀림이 가볍다.
ⓒ 김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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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맞아 선영을 찾은 자손들이 여름내 무성히 자란 잡풀을 베고, 비바람이 훑고 간 자리에는 떼를 입힌다. 하지만 찾아올 가족 하나 없는 무연분묘에 쓸쓸히 누워있는 무명씨는 살아서도 외롭고, 죽어서도 또 외롭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흔한 묘비 하나 없는 무연분묘를 찾는 사람들이 생겼다. 매년 명절을 앞두고 충남 예산군내 12개 읍면에 산재한 무연분묘 벌초를 도맡아 온 예산군새마을회 회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20일 예산군 신암면 오산2리 공동묘지에선 신암면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원들이 돌리는 요란한 예초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회원 30여명은 이날 각자 집에서 가지고 온 예초기 10여대와 갈퀴를 들고 이른 아침부터 무연분묘 1000여기를 말끔히 벌초했다.

잡초와 잡목이 어른키까지 자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던 무연분묘는 회원들의 손이 바쁘게 오갈 때마다 하나둘 제 모습을 드러냈다.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생면부지 무연분묘를 뒤덮은 풀을 깎기가 힘이 들 법도 하지만 막걸리 한잔과 두부김치가 어우러진 이들의 벌초작업은 흥겹기까지 하다.

언제 시작됐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지만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회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무연분묘 벌초작업을 벌이고 있다. 어느새 수십년간 이어온 무연분묘 벌초작업은 신암면새마을지도자협의회의 전통이 됐다.

"매년 공동묘지에 와보면 풀이 무성해 무연분묘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라 매우 안타깝다"는 여자지도자 김경순 회장은 "고된 작업이지만 회원들이 해마다 불평 한마디 없이 무연분묘 벌초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태풍 피해를 복구하느라 조상 묘소 벌초도 못한 회원들이 있는데 기꺼이 무연분묘 벌초작업에 동참해 줘 너무 고맙다"며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남자지도자 백종석 회장은 "무연분묘의 주인들은 대부분 연고가 없는 분들이다. 또 자식이 있어도 먹고 살기 바빠서 벌초를 못하는 상황으로 생각된다. 비록 1년에 한번이지만 우리가 벌초를 하면 무덤에 누워있는 분들도 좋아하지 않겠느냐"며 "회원들 모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무연분묘 벌초작업은 새마을회에서만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항상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예산군내 12개 읍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는 12일부터 21일까지 각 지역의 무연분묘 벌초작업을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새마을회, #무연분묘, #벌초, #예산군, #신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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