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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실현과 재벌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이 시대의 화두로 부각되면서 온도 차는 있으나 여야 모두 '중소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경제민주화의 바로미터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의 처지는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대형마트는 448개,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1116개(2012년 7월 말 현재, 체인스토어협회, 중기청 자료)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이 개정 된 2010년 11월 이후 대형마트는 28개가 늘었고, SSM은 200개 이상이 늘었다.

매출 규모로 보면 중소상인들의 처지는 더욱 심각하다. 2003년 19조6000억 원에 달하던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매출은 2007년 28조3000억 원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같은 시기 1600개 전통시장 매출액 26조7000억 원보다 1조6000억 원이 많아졌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더니 급기야 2010년에는 33조7000억 원을 돌파했다. 전통시장 매출액 24조 원보다 무려 9조7000억 원이나 많았다. 2003년 1695곳에 달하던 전통시장은 2010년 1517곳으로 감소했으며, 점포 수도 2005년 23만9200개에서 2010년 20만 1358개로 5년 사이 3만 7000개 이상 사라졌다(중기청 자료).

한해 15만 개 창업했다 폐업, 자영업자 보호는 사회안전망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천지부와 인천도매유통연합회 등은 유통재벌이 지자체를 상대로 '의무휴일 정지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대형마트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사진은 7월 31일 불매운동 퍼포먼스를 벌이는 부평시장 앞.
▲ 유통재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천지부와 인천도매유통연합회 등은 유통재벌이 지자체를 상대로 '의무휴일 정지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대형마트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사진은 7월 31일 불매운동 퍼포먼스를 벌이는 부평시장 앞.
ⓒ 전국유통상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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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통재벌이 대형마트와 SSM을 앞세워 '빨대 효과'로 지역상권을 잠식하자 지자체 중 81.6%에 달하는 186개 지자체가 '유통재벌 규제조례'를 만들어 '대형마트(SSM포함) 의무휴업일 시행과 영업시간 제한'을 지난 4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유통재벌이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지자체들이 패소하면서 8월에 이르러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시행한 지자체의 95%가 영업을 재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형마트 규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 되고 말았다.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일은 사회안전망 확보로 이어지기에 중요하다. 2012년 7월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베이붐세대(1950년대 생)나 정규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이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은 채 영업하는 '1인 자영업자'들이 전체 자영업자 증가폭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들 영세 자영업(서비스업 60~80%)자 대부분의 월매출이 160만 원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보건사회연구원 자료·2012년 8월 13일). 그러다 보니 한해 평균 도소매업 경우 15만 개 점포가 창업을 했다가 15만5천 개가 폐업을했다(현대경제연구원·2012년 7월 29일).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그동안 유통재벌이 무분별하게 지역 상권을 잠식하며 중소상인의 생존권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사회안전망은 무너졌다"며 "그래서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은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다, 그런데 유통재벌이 온갖 소송은 물론 불법·편법 꼼수를 부려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미국계 창고형 할인 매장인 코스트코의 경우 의무휴업 대상임에도 불구 1일 매출이 10~15억 원에 달해 범칙금 1000~3000만 원을 과징해도 보란 듯이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한미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라는 독소조항을 염두에 둔 배짱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효과 없어'... 국회는 개정안만 16개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각 지역 유통재벌입점저지대책위는 지난 4월 여의도 동반성자위원회 앞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특별법제정'과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상인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2012년 4월 2일. 동반성자위원회 앞
▲ 전경련 해체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각 지역 유통재벌입점저지대책위는 지난 4월 여의도 동반성자위원회 앞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특별법제정'과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상인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2012년 4월 2일. 동반성자위원회 앞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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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재벌이 소송을 제기하며 사회적합의를 통해 이뤄진 '유통재벌 규제'가 물거품이 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오히려 '대형마트 규제효과 없다'고 홍보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지식경제부(홍석우 장관·전 중소기업청장)는 지난 12일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영향분석' 설문용역 결과를 국내 언론에 흘렸다. 그러나 설문조사 의도와 용역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가 되면서 중소상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지경부가 설문조사를 의뢰한 용역기관 AC닐슨은 대형마트의 판매데이터를 분석해 그 결과를 판매하는 업체로 조사의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돼 2009년 SSM에 관련한 비슷한 내용의 조사를 했을 때 이미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일었다"며 "그런데 지경부는 또 같은 방식으로 유통재벌 비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이처럼 유통재벌을 비호하는 자세를 취해도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국회는 대선을 앞둔 탓인지,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의만 무성해 관련법인 유통법 개정안만 16개 발의 돼 있을 뿐 지지부진한 모습을 벗어나지고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삼산동대상그룹입점저지대책위와 마포합정홈플러스입점저지대책위·울산코스트코입점저지대책위 등 각 지역 유통재벌입점저지대책위는 18일 오전 11시 울산·부산·경남·광주·전주·익산·청주·대전·광명·수원·서울·인천에서 '경제민주화 실현과 중소상인 살리기 대책 마련을 위한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유통재벌입점갈등지역 입점철회와 의무휴업일 실시 등 '중소상인살리기 3대요구안'과 유통법 개정과 중소기업적합업종특별법 제정,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중소상인 생존을 위한 6대 입법과제'를 발표 한 뒤 유통재벌과 정부·국회·지자체 등에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 10월 말 서울에 상경해 경제민주화를 촉구와 중소상인 살리기를 위한 대규모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있은 뒤 재벌해체를 위한 전국단위 자영업자투쟁단체 발족도 뒤따를 전망이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중소상인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입만 경제 민주화"라며 "개원한 게 언젠데 법안만 16개 올라 왔을 뿐 지지부진하다, 경제민주화와 중소상인 생존권 보장·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600만 자영업자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들과 연대해 개정을 촉구하고 재벌의 무한탐욕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벌의 탐욕은 중소상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한테도 재앙"이라며 "이에 '재벌해체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9월 24일은 자영업자들인 재벌해체 투쟁을 시작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재벌해체, #전경련, #중소상인, #자영업자,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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