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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추운 겨울, 나 홀로 서울에 입성. 이후 대학에서 철학도로 5년, 사회에서 기자(記者)로 7년, 최근까지 비영리단체 활동가로 약 1년, 사이사이 백수와 여행자 신분을 통틀어 타향살이 16년이다. 

어느덧 서른다섯, 어머니 말처럼 "낼 모레면 마흔"이다. 나에게 16년은 매 순간 부딪치고 깨지며 헤매고 아픈 시간이었다. 나름 양심껏 최선을 다한 삶이라 자평하지만 돈, 명예, 애인 뭐 하나 건진 게 없다. 하지만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한 건 최근에 얻은 확고한 깨달음들 때문이다.

"한 조직의 가치를 공감하고 지지해도 그 활동이 '내 방식'에 기인하지 않으면 반드시 한계와 부딪힌다. 조직이 성장하면 몰개성적이며 불필요한 절차와 소음도 늘어난다. 나는 조직의 구성원보다 개인일 때 행복하다. '돈벌이', '사회정의', 그 어떤 이유도 더이상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대체할 수 없다." 

'내가 좋은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일하며 살자!' 


16년 타향살이…, 어느덧 서른다섯…. 정말로 행복해지는 거다!
 16년 타향살이…, 어느덧 서른다섯…. 정말로 행복해지는 거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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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심한 첫 번째가 귀향이다. 아침에 눈을 떠 부모님과 마주하고 밥을 먹고 얘기하며 한 지붕 아래서 잠드는 일상. 이미 3년 전 감행했다 재취업을 이유로 다시 꾸역꾸역 서울행을 택한 바 있다. 어릴 적에는 마땅히 누리는 것인 줄 알았던 삶이 어른이 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됐다.    

대학 진학, 해외 유학, 취업 등등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이 '더 잘 살겠다'는 명목으로 가족과의 생이별을 감수한다. '21세기 신(新) 이산가족'이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더는 미룰 수가 없다. 부모, 형제와 살아서 추억을 만드는 일이 세상 가장 값진 보석을 갖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바닷가 고향 집 근처에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일이다. 이제부터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맘을 먹었을 때 떠오른 것이 '여행'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였다. 갑작스러운 발상은 아니다. 이 계획의 초안은 3년 전 일본 나가사키에서 그렸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아카리'란 게스트하우스에 묵을 때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찾아갔는데 막상 내부로 들어가니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듯했다. 모든 공간이 여행자의 심신을 편하고 즐겁게 해주는 동시에 곳곳에 사색의 구름을 띄우는 장치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 하나가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색종이 상자였다. 옆 벽면에는 학 접는 방법을 그린 설명서가 있었다. TV 보기, 대화하기, 멍 때리기 등이 지겨우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학을 접었다. 알고보니 그렇게 접은 학을 모아 작품을 만들고, 그것이 매년 원폭기념관에 전시되면서 여행자들과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공유,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여행이 자신과 삶을 만나는 과정이라면 그것은 내가 일에서 추구하는 바와 동일하다. 또 여정 중에 머무는 게스트하우스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심신의 위안을 얻는 '집 밖의 집'인 동시에, 공감과 소통과 놀이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바로 그런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

"나와 당신의 '소원돌'을 모아요!"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아카리'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모든 여행자들이 종이학을 접는다.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아카리'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모든 여행자들이 종이학을 접는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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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돈이 없다. 노하우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씩 차근차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두려움이나 망설임 따위 절박함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가장 먼저 퇴사를 했다. 기존에 하던 일과 새로운 일의 준비를 병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한동안 서울살이에 필요한 최소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두 번째 내가 생각하는 바를 내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기로 했다. 그래서 생활 목공과 도심농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폐목재로 의자, 책상 등 생활 가구를 만드는 일과 도심 속 공간을 활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키워내는 일 등등 나중에 내 게스트하우스 안에 담을 중요한 내용의 일부다. 아직 왕초보지만 무척 재미가 있다.  

다음은? 본격적으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되기 위한 초석 프로젝트, 이른바 '소원돌 프로젝트'다. 쉬는 주말을 활용해 국내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퇴사 직전 여름휴가 동안 경기도와 부산 일대 게스트하우스를 둘러봤었다. 그 결과 국내에는 호텔, 콘도, 찜질방, 여인숙 등이 동일한 간판을 걸고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았다.

이제보다 구체적으로 전국 각지 숙박시설 현황을 파악하고, 잘 되는 게스트하우스에는 어떤 묘법이 있는 지, 직접 가서 주인장을 만나 산 노하우를 전수받을 것이다. 또 내가 생각하는 규모와 내용의 게스트하우스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실현 가능할지를 계속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소원돌'이 뭐냐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 가운데 다른 이들의 소원도 빌어주는 조금은 낭만적이고 특별한 이벤트다. 방법은 1. 여행 전 소원 접수(휴대전화 문자메시지, SNS 활용) 2. 감(感)이 오는 장소에서 소원 주인에 알림 메시지 3. 주변의 돌 또는 기타 자연물을 손에 쥐고 간절히 소원성취 기원 4. 인증샷 전송.

이 소원돌 인증샷은 가까운 미래 내 게스트하우스의 '소원벽'을 채우게 될 것이고, 숙박권 등 다양한 쿠폰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저…, 여기 인증샷 있어요." "어머, 그 분이시군요!" "게스트하우스 너무 멋진데요~" "편하게 즐겁게 머물다 가세요" 등등 계획대로라면 내년 여름,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것이다.

자, 이제 시작이다. 1차 소원돌 프로젝트는 오는 19일 일요일 새벽에 실행한다.

"소원 접수 희망자는 페이스북 /2012activist 또는 이메일 gaegosang@naver.com로 메시지 주세요."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했다. 남의 꿈에 감탄만 하지말고 내 꿈을 현실로 끌어당겨 펼쳐보이는 사람이 되자. 파이팅이다!

'꿈은 이루라고 있는 거다!'
 '꿈은 이루라고 있는 거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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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게스트하우스, #귀향, #부산여행, #프로젝트,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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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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