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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가있는 10대재벌의 내부거래 현황
 총수가있는 10대재벌의 내부거래 현황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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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벌들의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금액이 186조 원에 달했다. 작년보다 무려 42조 원이나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비상장회사 등에 대한 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았다. 지난해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대선 앞두고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 요구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앞두고 공정위가 재벌의 아킬레스건 건드리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2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재벌의 내부거래 현황을 자세히 담았다. 그동안 공정위가 발표해온 계열사 간 내부거래 내용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이 큰 업종과 회사 유형까지 담았다. 회사 규모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 선정과정, 대금 결제 방식까지 담고 있다.

분석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오히려 재벌의 내부거래 양상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재벌 총수 일가들의 지분이 많은 회사들에 대한 지원이 높았다. 편법적인 부(富)의 이전이라는 비판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46개 대기업집단의 매출액(1407조 원)을 조사해보니, 이 가운데 계열사간 내부거래 금액이 186조3000억 원이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13.2%였다. 2010년보다 41조6000억 원 늘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의 경우 35조3000억 원으로 내부거래 금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SK가 34조2000억 원, 현대자동차가 32조2000억 원, LG 15조4000억 원, 포스코 14조9000억 원 순이었다. 이들 상위 5개 재벌의 내부거래액은 132조 원으로 46개 집단 전체 내부거래액의 70.9%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액이 아닌 내부거래 비중으로 따지면, STX그룹이 27.6%로 가장 높았다. 이어 SK(22.1%), 현대자동차(20.7%) 순으로 높았다.

총수 있는 재벌의 내부거래 비중 높아... 2세들 업종 수의계약비율 91.8%

주요 재벌의 수직계열화 구조
 주요 재벌의 수직계열화 구조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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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총수가 있는 재벌의 경우 총수가 없는 곳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훨씬 높았다. 이어 총수가 있는 재벌중 상위 10개 재벌의 내부거래 비중은 14.5%였다. 전년 말(13.2%)보다 높아졌다. 내부거래 금액도 139조원으로 30조원이나 급증했다.

특히 이들 재벌 계열사 중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56.3%에 달했다. 이들 계열사는 시스템통합(SI), 부동산, 광고대행, 물류 등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로 비판받았던 업종들이었다. 무엇보다 이들 업종의 경우 경쟁입찰 계약 방식이 아닌 수익계약 비중이 91.8%에 달했다.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역시 수의계약으로 성사된 사례가 89.7%였다. 내부거래 때 대금결제 방식의 경우 절반 이상(54.5%) 현금을 사용했다.

김성상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대기업집단의 경우 수직계열화 등에 이유로 인해 내부거래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불합리한 거래 관행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내부거래의 경우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다른 독립 기업들의 참여 자체를 가로막고, 성장의 기회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당혹스러운 재계... 재벌개혁 요구 목소리 높아질까

재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공정위가 나서 재벌의 아픈 곳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향후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더 높아질 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4대 재벌의 한 고위임원은 "이번 보고서는 한마디로 재벌에 대한 경고 메시지처럼 들린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앞다퉈 재벌때리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보고서라는 점도 유감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재벌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도 내비친다. 현대차 그룹의 경우 내부거래액이 7조1100억 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직계열화를 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부거래가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매출만 놓고 보면 내부거래 비중이 2010년보다 2011년에 감소했다"고 말했다.


태그:#공정위, #재벌개혁, #일감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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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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