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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쓴 <잃어버린 퍼즐>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쓴 <잃어버린 퍼즐>
ⓒ 초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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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강남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적힌 서류를 여러 명이 봤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안 전 국장의 비망록 <잃어버린 퍼즐>(초이스북. 5일 발행 예정)에 따르면, 안 전 국장은 "지난 2007년 포스코건설 정기 세무조사 때 도곡동 땅 3필지의 번지수가 각각 기재되어 있는 페이지의 중간쯤에 '실소유주: 이명박'이라는 글씨가 수기로 기재된 서류를 여러 명의 직원들이 봤다"고 증언했다.

안 전 국장은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강남 도곡동 땅 문건은 나를 포함해 10명 정도의 직원들이 봤다"고 말했다. 즉 당시 대구지방국세청에 근무했던 복수의 직원들이 '도곡동 땅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 문건을 봤다는 국세청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검찰의 조사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어서 주목된다.  

안 전 국장은 지난 2010년 9월 24일 열린 공판과 2011년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 등을 통해 '강남 도곡동 땅 문건'의 존재를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실소유주: 이명박' 적힌 전표에 도곡동 땅 3필지 번지수도 기재"

안 전 국장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을 본 것은 대구지방국세청장 시절이었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했던 그는 같은 해 포스코건설(구 포스코개발)을 대상으로 정기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잃어버린 퍼즐>에 따르면, 당시 포스코건설 세무조사에 참여한 국장과 과장, 조사팀장이 "급하게 보고드릴 사항이 있다"며 청장실에 있던 안 전 국장을 찾아왔다.

"(이들은) 포스코건설 내부 서류철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영치해온 문건 속에 이런 게 들어 있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파일을 들춰보았다. 들춰보니 첫장 상단에 도곡동 땅 3필지의 번지수가 각각 기재되어 있었고 같은 페이지 중간쯤에 '실소유주: 이명박'이라는 글씨가 수기로 기재되어 있었다." - <잃어버린 퍼즐> 44쪽

안 전 국장은 "포스코건설의 경우에도 2007년에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는 하지만 조사대상 연도는 2002년과 2003년이었다"며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두 개 연도의 조사대상 서류들 속에 1995년 포스코개발이 이명박 실소유의 서울 도곡동 땅을 구입한 서류가 끼어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전 국장은 "그 내용을 보는 순간 '국세청이 큰일나겠구나'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당신들 외에 누가 이 서류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들로부터 "우리 세 사람과 세무조사에 참여한 직원들은 알 수도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다시 이것을 가지고 온 그대로 서류 박스에 넣어서 돌려주라고 지시하며, 문건은 1995년도 서류이니 이번 법인조사 대상 기간도 아니고 우리 조사의 본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단단히 교육시켰다. 문건을 본 다른 조사 직원들에게도 보안을 유지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아예 우리가 보지 않은 듯 그대로 돌려주어 '없었던 일'로 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에서였다." - <잃어버린 퍼즐> 45쪽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이명박 의원이 '도곡동 땅'을 처남 명의로 은닉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 <세계일보> 1993년 3월 27일자 보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이명박 의원이 '도곡동 땅'을 처남 명의로 은닉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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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치한 이유와 관련, 안 전 국장은 "민주당은 물론 박근혜 후보 쪽에서도 도곡동 땅 문제를 쟁점화하려고 하는 민감한 상황에서 자칫 이 문건이 공개돼 국세청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비공식적인 자료로 활용하지 않아"... 문건의 현존 가능성 부인

지난 2009년 안 전 국장이 '도곡동 땅 문건'의 존재를 처음 언급했을 때 청와대와 정치권의 관심은 '문건의 현존' 여부에 쏠렸다. 이를 의식했는지 안 전 국장은 <잃어버린 퍼즐>에서는 문건의 현존 가능성을 일축했다.

안 전 국장은 "'도곡동 땅 문건'도 조사 과정에서 생긴 '당시의 세무조사 본질과 관련없는' 자료였기 때문에 나로서는 문제를 삼거나 비공식적인 자료로 활용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일 세무조사를 수단으로 조사의 본질과 관계없는 회사의 문제점이나 경영자의 비리를 캐낼 욕심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 문서를 보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의 올바른 자세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었고, 지금도 그러한 생각에 변함이 없다." - <잃어버린 퍼즐>, 46쪽

다만 안 전 국장은 "'강남 도곡동 땅 문건'은 여러 명이 봤다"며 일관되게 그 문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1년 검찰에 낸 의견서에서 "도곡동 땅 문건의 사실확인을 위해서는 2007년 조사할 당시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맡았던 장아무개 전 조사국장, 안아무개 조사1국 2과장, 현직 국세청 직원인 우아무개씨 등을 대상으로 엄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국장은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주변에서는 '왜 그 중요한 문건을 보관해두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대구지방국세청 직원) 10명 정도가 그 문건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시간이 흐르면 나 이외에도 증언할 사람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진실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안 전 국장을 뒷받침하는 녹취록도 있다. 지난 2009년 9월 안 전 국장과 장아무개 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에 따르면, 장 전 국장은 "세무조사와는 관계없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 일(강남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고 적힌 문서가 발견된 것)이 있었다"며 "(세무조사 관련) 직원들은 (그걸 ) 다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안 전 국장과 장 전 국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지난 2011년 4월 한상률 게이트 수사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안 전 국장에게 도곡동 땅 전표를 보고했다는 국세청 직원들을 모두 조사했지만 그 문건을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안 전 국장이 "강남 도곡동 땅 문건을 본 직원들과 대질신문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7년 8월 16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해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한 뒤, 박근혜 후보쪽에 `오늘 TV토론전까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2007년 8월 16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해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한 뒤, 박근혜 후보쪽에 `오늘 TV토론전까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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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윤 차장은 "전표가 작성된 당시에는 전산화되어 있어서 수기로 기재하지도 않았고 지번도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3필지의 번지수와 '실소유주: 이명박'이라는 글씨가 모두 수기로 기재돼 있었다"는 안 전 국장의 일관된 주장과 완전히 어긋나는 대목이다.    

'도곡동 땅 문건'이 안 전 국장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보안을 유지했던 '도곡동 땅 문건'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안 전 국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뒷조사한 인사"로 분류돼 국세청 안팎으로부터 퇴진압력을 받은 것이다.

<잃어버린 퍼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 14일 국세청 감찰과장이 '명예퇴직 신청서'를 들고 안 전 국장을 찾아와 이렇게 제안했다.

"청와내 내에서 안 국장은 대통령 뒷조사를 한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다른 방법은 없으니, 6월 10일까지 명예퇴직을 신청하시고 6월말 정기 명예퇴직 시기에 (다른 명퇴자들과) 같이 묻어서 나가시면 모양새가 제일 낫지 않겠느냐?" - <잃어버린 퍼즐>, 54쪽

이에 안 전 국장은 "나는 대통령 뒷조사를 한 적이 없고, 오히려 포스코건설 정기 세무조사 때 우연히 발견된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고 표기돼 있는 서류를 문제삼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MB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도왔다면 도운 사람이다"라고 항의했다.

안 전 국장의 항변을 사실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물러서지 않았다. 국세청은 그가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그의 주변을 캐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 전 국장이 세무조사를 빌미로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을 통해 해당기업에 그림을 강매한다는 비리 의혹 등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안 전 국장이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5개 업체에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미술품을 사도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4억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국세청 고위공무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기업들에게 미술품을 강매해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는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도곡동땅 판 돈이 다스 거쳐 BBK로 흘러갔을 것"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와 친형 이상은씨는 지난 1985년 현대건설로부터 15억 여원을 주고 강남 도곡동 땅 4필지를 사들였다. 공교롭게도 매도자인 현대건설의 사장은 이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지난 1993년 강남 도곡동 땅의 차명 소유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국회의원의 재산이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일부 언론들이 "이명박 의원이 도곡동에 시가 150억 원 상당의 땅을 처남 등의 명의로 은닉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차명 소유 의혹에 휘말린 강남 도곡동 땅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95년 포스코개발(현 포스코건설)에 팔렸다. 등기상 소유주인 김재정씨와 이상은씨가 얻은 차익은 247억여 원에 이르렀다. 매입가의 16배에 해당하는 이익이다.

그러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강남 도곡동 땅 실소유자가 이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특히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지난 1998년 감사원의 포항제철 감사에서 "강남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가 이명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내용이 드러나 의혹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검찰과 특검으로 넘어가면서 '실체적 진실'은 은폐됐다.  

검찰은 같은 해 8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지분은 '제3자'의 차명 소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수사결과 내용을 바꾸었다. 이후 특검조차도 "도곡동 땅의 지분 절반은 이상은씨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렇게 강남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와 관련한 실체적 진실이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을 불법감찰하고 사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안 전 국장이 "강남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고 적힌 문건을 봤다"고 주장해 여권을 다시 긴장시켰다.

안 전 국장은 자신의 비망록 <잃어버린 퍼즐>에서 "초기 연매출 수십억 원에 불과했던 (주)다스는 2000년 3월 BBK에 190억 원이란 거금을 선뜻 투자한다"며 "도곡동 땅의 등기부상 소유자인 김재정, 이상은씨가 (주)다스의 1, 2대 주주라는 점을 상기하면 도곡동 땅을 판 돈이 (주)다스로 흘러들어갔고, 이를 다시 BBK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태그:#안원구, #도곡동 땅, #잃어버린 퍼즐, #이명박,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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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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