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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예측이 불가할 정도로. 어느 순간부터 그 변화들을 내가 일일이 이해하고 코드를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서 가수 이름 알기를 포기했던 순간과 시기가 비슷하다.

지난해 말, 송년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나꼼수'를 듣는 낙으로 일주일을 버틴다고 했다. 이 친구들은 내가 정치의식이 제일 높았던 시기에 정신세계가 가장 가까웠던 친구들이다. 친구들에게까지 세대차를 느낄 수는 없었다. 송년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나꼼수' 1회를 다운받아서 들었다. 딱 1회만. 재미있어서 웃었지만 말투가 내 귀에 거슬렸다. 일단 난 "시바"란 말을 계속 듣고 있는 게 거북했다. 이 엄청난 다운로드 수를 보면서 심히 충격을 받기도 했다. '아,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이렇게 즐기기 어렵다니… 내가 살림을 너무 오래해서 그래. 아니면 내가 남들보다 고지식해서 그럴거야.' 그래도 친구들이 왜 나꼼수에 열광하는지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수준 낮은 정치현실에 살다보니 거침없이 까대는 이야기에 열광하게 된 것이리라.

'나꼼수'의 열광은 총선시기와 겹쳐지면서 더 막강한 힘을 발휘했고 급기야 '나꼼수' 맴버가 제1야당의 공천까지 받는 현실을 만들었다. 슬슬 궁금해 지기도 했다. 좋은 시기를 만났기 때문이든 아니 다른 어떤 이유에서든 '나꼼수'는 두꺼운 팬층을 만들며 그들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 파워가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 궁금증에 대한 안내서가 나왔다.

<스마트 권력이 바꾸고 있는 것들> 책표지
 <스마트 권력이 바꾸고 있는 것들> 책표지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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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스마트 권력이 바꾸고 있는 것들>이다. 이 책을 쓴 이승제씨는 일간지 기자에서 머니투데이 방송의 경제증권부장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책을 낸 출판사는 '21세기북스'이다. 기자로서의 경험이 책 속에 녹아 있다.

책은 권력의 특성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역사상 우리 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임금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 세종대왕의 어떤 차별성이 세종대왕을 가장 훌륭한 임금의 자리에 앉힌 것일까?

세종이 소통을 선택한 반면 수양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최악의 선택을 했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뻔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종과 수양제가 아무리 차이가 난다 해도 그들이 갖고 있던 권력의 속성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똑같습니다. 세종과 수양제는 절대봉건 시대의 권력자였습니다. - 본문 27쪽

세종과 수양제는 백성과 소통을 했는가에 따라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책에선 권력과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둘은 가장 오래된 파트너다. 욕망은 사회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시간과 역사가 진행되면서 개인 속에 갇혀 있던 평등의지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밖으로 터져 나오게 됩니다. 지배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등의지가 점점 더 강하게 표출돼 모아졌고 권력자들은 평등의지의 힘을 제어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우리는 근대 이후 평등의지가 용암처럼 터져 나온 때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렇고 프랑스 혁명이 그렇습니다. - 본문 47쪽

역사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평등의지는 높아진다. 하지만 권력의 욕망은 새로운 형태로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 나가려 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경제권력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면서 정치권력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지는 모습들이 포착이 된다. 책에서는 국가와 정치권력 그리고 경제권력이 트로이카 권력을 이룬다고 본다. 물론 언론이나 검찰을 또 다른 권력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하여간 이들 권력은 권력의 욕망을 위해서 국민들의 평등의지는 교묘히 피해간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우리 나라는 스마트 인프라가 잘 형성이 되어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스마트 인프라는 사람들의 평등의지를 실현시키기 더 없이 좋은 조건들을 만들어 주었다. 그 속에서 새로운 국민들이 권력인 스마트 권력이 출연을 한다. '나꼼수'의 등장과 '나꼼수'의 인기는 스마트 권력의 모습을 맹아적 형태로 보여 주었다.

지난 총선에 새누리당은 국민들이 깜짝 놀랄 복지정책을 발표한다. 일부 연령 아동들에 대한 보육료 전액지원제도. 이 제도가 새누리당의 정책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무상급식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새누리당 서울시장은 시장직을 내걸고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를 했다. 그런데 그 새누리당에서 보육료 전액 지원하겠다니 정말 예산이 어디서 나서 보육료 지원을 한다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형평성 논란이 생기면서 보육료 지원 대상이 늘어났다. 이런 새누리당의 변화엔 스마트 권력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책은 바라 본다. 나 역시 스마트권력에 대한 염려로 새누리당 스스로 스마트 권력을 향햔 정책을 폈다고 본다.

스마트 인프라가 구축이 되면서 국민들이 정보에 접근이 용이해지고 sns를 통해서 전보다 쉽게 자신의 의견에 표출하고 조직력을 갖추기 쉬워졌다. 책에서는 직접민주주의의도 스마트 인프라를 통해 실현이 가능하리라 예측을 한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가능해 보인다. 더불어 국회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스마트 인프라가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지 궁금하다. 멋진 미래가 열리길 기대하고 바라지만 스마트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 스스로 경제권력이 되어서 국민의 희망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결론은 어찌 날지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두 눈을 뜨고 바라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찾고 그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 권력이 바꾸고 있는 것들 - 사상 초유의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

이승제 지음, 21세기북스(2012)


태그:#21세기북스, #스마트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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