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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이 지난 20일 열린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84%득표율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되었다. '박근혜 대세론'을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동시에 정치평론가들은 84%라는 압도적인 승리가 오히려 박근혜 후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소신과 불통' 이라는 양날의 이미지와 함께 정수장학회, 5.16과 유신에 대한 역사 인식, 최태민 목사 등 박 후보 주변을 둘러싼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것이며 이것들이 이후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의 분석 중에 하나 빠진 것이 있는데 박근혜 후보와 사립학교법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돈 10원도 내지 않고 영남대의 교주(校主)이자 설립자가 되었고, 박근혜 후보 역시 어떤 기여도 하지 않은 채 10년 간 영남대 최연소 이사장과 이사를 지낸 바 있다.

2005년 사학법 개정 반대 장외 투쟁 주도한 박근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했고,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주도하에 2005년 12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당시 몸싸움을 거쳐 직권상정된 사립학교법의 주요 내용은 개방이사 도입과 족벌 사학 규제 등을 통한 사학비리 척결과 사학 민주화였다.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강재섭 원내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촛불을 들고 나란히 서 있다.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강재섭 원내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촛불을 들고 나란히 서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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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이 통과되자 보수사학들은 학교 폐쇄와 신입생 거부 선언을 했으며, 한나라당은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를 주도한 것이 당시 당 대표였던 박근혜 의원이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은 전교조에 모든 것 주자는 법",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전교조에 못 맡긴다"며 색깔론과 전교조 음모론을 들고 나왔으며, 특히 박근혜 대표는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면서 개정 사학법 절대 수용 불가를 외치며 장외투쟁을 주도했다.

현 정부와 새누리당은 '촛불 히스테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촛불 시위를 싫어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학법 개정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 야간 촛불집회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결국 어렵게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도 못하고, 2007년 주요 조항들이 대폭 후퇴한 형태로 재개정되었다. 이것도 성에 차지 않은 한나라당은 늘 2005년 이전 수준으로 사학법을 되돌리겠다고 공약해 왔다.

그 한나라당과 박근혜 의원의 주장대로 해충 한 마리로 비유된 전교조 출신의 인사가 개방이사로 사립학교에 진출하여 사립학교를 접수하여 탈취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서 단 한 마디 해명도 하지 않았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외에도 정동영 의원이 박근혜 의원의 사학법 반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학등록금, 특히 사립대학의 높은 등록금과 사학비리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에 사학법 개정을 반대한 박근혜 의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사학법 방치...훈시규정 무시

22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 낙태 시술 처벌은 합헌 등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헌법소원을 신청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선고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 있다. 바로 사립학교법 위헌 심판 청구 사건이다.

2007년에 제기된 사학법 위헌 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가 아직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할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180일의 10배나 되는 1800일이 가깝도록 결정은커녕 공개변론도 하지 않고 있다. 헌재의 정치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2007년에 제기된 사학법 위헌 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가 아직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할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180일의 10배나 되는 1800일이 가깝도록 결정은커녕 공개변론도 하지 않고 있다. 헌재의 정치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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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자 사학법인들과 한나라당은 장외 투쟁에 나서는 한편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개방이사제 도입과 인사위위원회 권한 강화, 이사장 친인척 교장 등 족벌 사학 규제, 부패사학에 대한 임시이사 파견제도 등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기했다.

2007년 사립학교법이 대폭 후퇴한 형태로 재개정되자 이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다시 위헌 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소송 대리인이 법무법인 '바른'의 강훈 변호사와 법무법인 '서울'의 이석연· 이두아 변호사였다. 강훈은 이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고, 이석연은 법제처장, 이두아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규정한 헌법기관이며, 헌법재판소법 제38조(심판기간)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다만, 재판관의 궐위로 7명의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궐위된 기간은 심판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헌법재판소는 지금도 사학법 위헌 심판 청구에 대한 선고를 하지 않고 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180일의 10배의 기간인 1800일이 가까워 오고 있는 데도 말이다.

물론 180일이라는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규정이 아니라 훈시규정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법정 시한의 10배의 기간이 다가오는데도 선고는커녕 아직 서류 심사 중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180일이 법정시한인데 1800일 가까이 선고를 하지 않는 것은 심하지 않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헌법재판소 담당자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 아니겠느냐? 중요하고 복잡한 사건은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공개 변론 계획이나 재판, 선고 등 이후 정해진 일정이 있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정해진 것은 없다. 그리고 그 내용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국민들의 관심사인 사립학교법에 대해서 훈시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사학법 논란, 박근혜 대선 가도에 변수될까

사립학교법 위헌 심판 청구가 어떻게 결론 나는지에 따라 사학법 개정 반대 투쟁을 주도했던 박근혜 후보에게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처럼 헌재가 정치권의 눈치보기를 계속한다면 결정이 미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헌재 결정 여부와 상관없이 사학법 그 자체로도 이번 대선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수십년간 사학비리와 분규는 전 국민의 관심사였던 것이 사실이며, 최근 새롭게 화두로 떠오른 반값등록금 역시 사학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학법 개정이 노무현 정부에서 어느 정도 결실을 맺는듯했지만, 박근혜와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세력의 반대로 한참 후퇴됐다. 그러나 사학법 논쟁은 헌법재판소에서 그리고 정치권에서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사학법 개정을 주장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은 세상을 떠난 과거 권력이 되었지만, 이명박은 현재권력으로, 박근혜는 유력한 미래권력으로 남아있다. 1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사학법 논쟁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12월 국민들의 선택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사학법 논란이 이번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태그:#박근혜, #사학법,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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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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