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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터스 폭력 사태는 오랫동안 곪아왔던 용역 폭력 문제를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에서도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용역의 세계를 좀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연재기획 '나는 용역이다'는 그렇게 마련됐다. 세번째는 소속없이 움직이면서 원청 경비용역업체의 요청에 따라 인원을 모아 결합하는 하청팀인 '프리팀' 팀장을 만났다. [편집자말]
지난 2일 오후 직장폐쇄된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 배치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
 지난 2일 오후 직장폐쇄된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 배치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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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 서울 건대입구 부근 커피숍에서 만난 A(32)씨는 이력이 독특했다. 군대에서 경호 관련 일을 하게 됐고, 제대 후 계속 그 길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단 며칠간의 경비원 교육을 받고 이수증을 딴 다른 업계 사람들보다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G20, 핵안보정상회담 등 굵직한 국가 행사에도 투입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일명 '프리팀' 팀장이다. 프리팀은 따로 소속없이 원청경비용역업체의 요청에 따라 인원을 모아 결합하는 하청팀이다. 노사분규나 철거현장, 유치권, 일반행사 등 "이쪽 업계 일은 거의 다 해봤다"고 한다. 그는 "이쪽에서 먹고 살려면 그런 거 다 해야 한다"며 "안 그러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자기 밑에 7명을 두고 있다. 모두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안산 SJM과 원주 문막 만도공장에 투입됐다. A씨는 2009년 쌍용차 분규 때는 선발대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는 SJM과 같은 폭력 사태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무조건 용역이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키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닌가. 자신이 위험하니까 지켜달라고 하는 거고, 그러면 우리가 그 사람 편을 들어주는 거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시킨다고 해서, '야, 쟤네 밀어', 해서 미는 것은 아니다. 왜? 경호원이라고 한다면 자기 클라이언트를 법적 명예적으로 다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 사람도 법적으로 보호가 되는 것이고 나도 보호가 되는 것이다. 이거라고 보는데, 시키면 다 까는 것이다."

"부자들 사병 아니냐"... "그러면 안 되는데 그것도 맞다"

그는 유명무실한 현재 일반경비원 교육 이수증 제도에 대해 문제의식이 많았다. 교육 과정도 보다 현실화·체계화하고, 무엇보다 사설로 발급하는 현행 제도를 국가가 관리하는 자격증 제도로 바꿨으면 했다.

그의 진단대로라면 의뢰인(회사측)도 바뀌어야 하고, 용역회사나 용역 개인들도 바뀌어야 하고,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 분야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면서도, '돈 있는 사람들의 사병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그러면 안 되는데, 정말 그것도 맞다"고 말했다.

다음은 A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프리팀장이 말하는 7월 27일 새벽 SJM 상황

지난 2009년 6월 27일 오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쇠파이프, 각목, 죽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과 사측직원들이 바리케이드 해체를 위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6월 27일 오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쇠파이프, 각목, 죽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과 사측직원들이 바리케이드 해체를 위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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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
"군대 전역하고 나서부터 시작했다. 10년차다. 부대에서 경호 관련 일을 했다. 일종에 군 출신이다."

- 주로 무슨 일을 해왔나.
"특이하게 국가행사를 많이 했다. G20, 에어쇼, 핵안보정상회담 등. 그 외에도 이권이나 유치권, 일반행사, 신변보호, 재개발 총회 등 이쪽 업계 일은 거의 다 해봤다. 이쪽에서 먹고 살려면 그런거 다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먹고살기 힘들다."

- 데리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인가.
"7명이다. 대부분 군 후배들이다."

- 일명 '프리팀'은 무엇인가.
"특정 용역업체 소속이 아니고, 말 그대로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경비업을 실질적으로 하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없으면 경비업을 못할 거다. 회사와 계약을 맺는 원청이 있고, 원청이 일을 따내면 프리팀에 뿌린다. 팀장급 두 명만 섭외하면 백 명, 이백명은 그냥 모은다. 프리팀은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 이번에 논란이 된 SJM에도 들어갔나.
"데리고 있는 친구들이 들어갔다. SJM에 20명 들어갔고 만도에 15명 들어갔다. 나도 프리팀을 쓴다. 7월 27일 새벽에 나는 안산 SJM에서 건물 안으로는 안 들어가고 정문 쪽에서 지켜만 봤다."

- 본인이 직접 들어갔던 곳은 어디인가.
"2009년 쌍용차 때에는 선발대로 들어갔다."

- 27일 새벽 SJM 현장 상황을 이야기해달라.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 어쨌든 용역업체 잘못이 크다. 새벽 2시에 모였는데, 처음에는 회사(SJM)에서 말하길 노조가 있으니 몰아내야 한다, 회사 노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까지 들어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끌어내라, 이런식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원청(컨택터스)에서 장비를 다 내주고 이야기했다. 앞에 노조들 다 밀어내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긴장하시고, 옆에 있는 사람 잘 챙기라고. 그리고 나서 밀기 시작한 거다. 처음에는 노조원들이 절반 이상 순순히 나갔다. 안 나가고 버틴 사람들이 간부급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람들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잡아서 끄집어낸 거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폭행이 있었고."

- 어쨌든 용역업체 잘못이 크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경비업법으로 걸리는 문제다. 어쨌든 경비업법 상 경비용역으로 들어간 것이고, 투입된 사람들은 일반경비원 교육 이수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투입된 사람들은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 거의 다?
"거의. 명단을 넘겼지만 '가라' 명단이었다. 섭외 요청이 올 때부터 비이수 상관 없으니 일단 모집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비이수로 왔던 사람들이 지난번 <오마이뉴스>가 인터뷰했던 부산 대학생 같은 친구들이다. 아니면 학교에서 태권도 등 운동했던 선후배들이나. 그리고 중요한 점이 이미 처벌을 받아서 집행유예 내려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경비업을 할 수 없는데 다 오는 거다."

- 누가 선발대로 들어가나.
"초짜는 절대 안 보낸다. 선발대로 치고 빠지는 애들이 따로 있다. 대부분 방금 말한 폭행을 하다가 걸려서 집행유예 받은 비이수자들이다. 배치 신고가 안되니까 먼저 치고 빠지는 것이다. 작전을 짠다. 선발대로 팀장급 몇 명 붙이고 나머지 비이수 붙여라, 그리고 일반 붙여라, 그리고 감싼다. 왜냐하면 사진 찍히면 감싼 아이들만 찍힌다. 비이수는 안 찍히는 거지. 선발대는 최대한 빨리 치고 빠진다. 빠지면 찾을 수가 없다. 명단에 없으니까. 이게 이권 현장 시나리오다."

"집행유예 비이수자가 선발대로 치고 빠지기, 이게 이권 현장 시나리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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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컨택터스 폭력사태로 사회적으로 시끄럽다.
"일을 할 때 회사 노조만 있으면 말이 통한다. 하지만 금속노조나 민주노총 등 다른 노조가 끼어 버리면 그때는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 얼굴 보면 서로 다 안다."

- 이번처럼 노사분규 사업장의 경우 수익은?
"노조 대상 일은 보통 한 사람당 25만 원에 계약한다. (SJM처럼) 200명이면 하루에 5000만 원이다. 그런데 주야 2교대 하면 더블이다. 이것은 회사와 계약한 금액이고, 프리팀 팀장에게는 한 사람당 10만 원이 온다. 그러면 그 밑에 친구들에게 9만 원, 8만 원, 7만 원, 뭐 이렇게 돌아가는 거다. 인터뷰했던 대학생은 일당 10만 원이었다고 하는데, 사실 5만 원인 거다. 주야 더블해서 10만 원 받은 거다."

- 성공보수라는 것도 있나.
"있다. 노조를 완벽하게 밀어냈을 때."

- 계약서에 있나.
"없다. 이중계약이다. 보도를 보면 계약서가 유출된 경우도 있던데, 그것은 다 표면적인 것이다. 그걸 어떻게 다 계약서에 쓰겠나. 그러면 회사가 욕을 얼마나 먹을 텐데."

- 그럼 성공보수는 구두로만 계약 하는가.
"일단 구두로 하고, 나중에 이면계약서를 쓴다."

- 성공보수는 얼마나 되나.
"액수는 잘 모르겠다. 그런 건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지 않으니까."

- 컨택터스가 세 차례에 걸쳐 해명글을 발표했는데, 조롱과 비아냥이 가득하다. 봤는가.
"그거 보고 막 웃었다. 무조건 반박을 해야겠지."

- 그 글처럼 노조에서 먼저 폭력이 있었나?
"아니다."

- 노조측에서 못 달린 각목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있었던 것 같다."

- 정권 비호설도 있는데.
"나도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

-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 폭력 등 불상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분명히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만약 내 현장이라면 절대 강제 진압을 안한다. 원인은 강제진압이다. 그리고 투입되는 경비원들이 그런 것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다. 교육 안되어 있고, 현장 총괄팀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니까. 또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 때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 주로 이권만 뛰는데, 그런 경우 경비업 교육을 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는 그런 팀을 건팀이라고 부른다. '건달팀'."

- 결론적으로 클라이언트인 회사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서도 안 되고, 그런 무리한 요구를 했을 때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용역업체에 그냥 다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리고 또 노조에서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다."

"불상사 피할 수 있는 방법 있다, 원인은 강제진압"

지난 2009년 6월 27일 오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을 노조원들이 점거농성중인 가운데 쇠파이프, 대나무, 소화기 등으로 무장한 회사측 용역들이 노조원들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지난 2009년 6월 27일 오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을 노조원들이 점거농성중인 가운데 쇠파이프, 대나무, 소화기 등으로 무장한 회사측 용역들이 노조원들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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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건달팀'이라고 했는데, 실제 조폭 등 깡패도 있는가.
"있다. 비율로 따지면 30% 정도?"

- 경비이수교육을 받고 이수증을 받은 비율은?
"80%는 된다. 안 받은 비율이 20% 정도."

- 그런데 경비이수교육의 실효성은?
"실효성이 없다. 쓸데없는 것만 가르쳐준다. 우리가 일하는 것과 전혀 맞지 않다. 추상적인 비전만 이야기하고, 민간경비론이나 경비업법 등을 알려주는데 솔직히 책 읽어주는 수준이다. 또 경비지도사가 있는데, 경비업을 하려면 그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경비지도사도 현장에서 뛰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만 한 사람이 따니, 현장 컨트롤이 안된다. 그 사람들이 현장에서 용역들을 관리·감독하고 교육해야 하는데, 못한다. 필드를 안 뛰고 책만 본 사람들이니."

-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국가차원에서 관리를 해줬으면 한다. 공인중개사는 다 공적인 시험을 거치지 않나. 우리는 한국경비협회 등 몇몇 교육기관이 있는데 다 사단에서 발급을 한다. 3, 4일 교육 받으면 끝. 남발이다 남발. 그것을 국가에서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

- 노사분규 사업장과 철거 사업장에서 사고가 많이 터진다. 왜 그렇다고 보나.
"서로 자기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까. 경비업체는 제3자지만 시키면 할 수밖에 없다. 외국과 비교를 하자면, 외국은 무슨 행사를 하든 안전이 최우선이다. 한국은 안전이 아니라 돈이 우선이다."

- 어쨌든 돈을 쥐고 있는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행동대원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맞는 것 같다."

- 회사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공공연하게 진압을 요구하는가.
"그렇다. 어떻게 보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최대한 빨리 단기간에 끝내려다보니 정말 공격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좀더 적나라하게, 돈 있는 사람들의 '사병', 또는 공권력보다 무서운 '사권력'이라고 비판을 한다. 들어봤는가.
"그러면 안 되는데, 정말 그것도 맞는 것 같다. 맞는 게 아니라 그냥 맞다."

-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정말 이 업계에서 제대로 일하고 싶은 사람 중 한명으로서 좀더 알려서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일다운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무조건 용역이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키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닌가. 자신이 위험하니까 지켜달라고 하는 거고, 그러면 우리가 그 사람 편을 들어주는 거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시킨다고 해서, 야, 제네 밀어, 해서 미는 것은 아니다. 왜? 경호원이라고 한다면 자기 클라이언트를 법적 명예적으로 다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 사람도 법적으로 보호가 되는 것이고 나도 보호가 되는 것이다. 이거라고 보는데, 시키면 다 까는 것이다."

- 그렇게 하기에는 역사도 너무 짧고, 제도도 미미하고, 반면 걸려있는 돈이 너무 크고, 그래서 다 몰려들고, 그런 상황인가.
"서로 먹으려고. 어떻게든 이익을 취하려고. 어찌보면 단기간에 로또 맞는 거니까. 한건 터지면 그거 해서 노나는 사람이 많으니."

- 지난 2008년 쌍용차 사태 때 그것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았나. 쌍용차에도 들어갔다고 했는데, 당시 얼마 벌었나.
"두 달 반 만에 한 4천 넘게 벌었다. 그때는 (데리고 있는 팀원들) 두당 5천 원 떼기해서도 그렇게 번거다. 난 5천원만 이득을 취했는데도."


태그:#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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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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