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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예산읍사무소 회의실 벽면에 걸려 있는 일제 군복 차림의 역대읍장 사진.
 충남 예산군 예산읍사무소 회의실 벽면에 걸려 있는 일제 군복 차림의 역대읍장 사진.
ⓒ 김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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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내 일부 읍면사무소가 일제강점기 때 읍면장을 지낸 인물들의 사진을 청사에 내걸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예산읍사무소의 경우 일본 군복을 입은 초대읍장의 사진을 버젓이 회의실에 걸어놓았다.

예산군 내 12개 읍면사무소를 확인해본 결과, 10개 읍면 가운데 예산읍사무소와 덕산면사무소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읍면은 광복 이후에 재임한 읍면장만 역대 읍면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대흥·신양면사무소는 역대 면장을 소개하는 사진이 아예 없다.

그러나 이들 읍면사무소와 달리 예산읍사무소는 일제의 임명을 받고 1940년 1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초대읍장 홍아무개씨를 비롯해 역대 읍장의 사진을 회의실 한쪽 벽면에 쭉 걸어놓았다.

예산읍은 누리집에서, 신례원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일연 신현상 선생을 예산읍의 인물로 맨 먼저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청사 회의실에는 일제 군복과 모자를 착용한 일제강점기 당시 읍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예산읍사무소와 마찬가지로, 항일독립운동가 매헌 윤봉길 의사의 고향인 덕산면사무소에도 일제시대 면장을 지낸 김아무개씨 등 5명의 이름과 사진이 회의실 벽면을 채우고 있다.

누리집에는 독립운동가 자랑, 청사에는 일제 관리 사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친일행적이 뚜렷한 일제시대 읍면장을 제외하곤 <친일인명사전> 등재는 일단 보류됐지만 일제강점기 관리였던 읍면장은 모두 생계형 친일자로 분류된다"며 "역대 읍면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사)매헌윤봉길월진회 관계자는 "일제강점기도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일제 군복을 입은 읍장 사진을 버젓이 게시하고 있다는 것은 해방된 지 70년이 가까운 시점에서 그저 말로만 일제 청산을 외쳤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윤봉길 의사, 김한종 의사, 신현상 선생 등 조국독립을 위해 살신성인한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고향인 예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오는 8월 29일은 민족의 치욕인 경술국치가 이뤄진 날이다. 102년 전 모든 관직을 버리고 자결이나 민족의 독립운동에 뛰어든 우국지사들이 일제 군복을 입은 읍장의 사진이 게시된 예산읍사무소를 본다면 과연 무어라 할 것인가. 개탄할 일이다"라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해 덕산면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사진을 바로 떼어 내겠다"고 말했고, 예산읍사무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초대읍장 사진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광복절, #일제강점기, #읍면장, #예산읍사무소, #덕산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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