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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성공해서 기부 문화 확산에 힘쓰겠습니다."
▲ 화장품 업계 최고 경영자가 되겠다는 대한민국 고3 조선일 군 "꼭 성공해서 기부 문화 확산에 힘쓰겠습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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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일아! 샘 외부로 특강 가는데, 내 얼굴 좀 꾸며 줄 수 있겠니?"

화장품에 조예가 깊다고 소문이 난 선일이가 교무실에 놀러온 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얼굴 화장을 부탁했다.  

"샘! 잠시만요!"

선일이는 즉시 교실에 달려가더니 임시방편용이라며 선크림으로 내 거친 얼굴을 아주 부드럽게 고쳐 놨다. 빙글빙글 손놀림이 어찌나 정겹고 고운지 느낌이 참 좋았다. 

"근데 선일아~ 남자 고교생으로서 화장이나 화장품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뭐니? 샘이 특강 다녀와서 구체적인 이야기 좀 들어보자."
"하하~ 샘~~ 언제라도 좋아요!"

화장품에 빠진 이 남자, 대단하군

선일이와 나의 만남은 이렇게 깊어갔다. 고교 생활 3년 동안 선일이 생활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참 희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의 얼굴 화장은 기본이고,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화장품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화장품은 더 이상 여성 전유물이 아니라며 반드시 화장품 분야에 진출하여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곤 했기 때문이다.

조선일(18, 대전대신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군은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특별 전형에 합격한 상태다.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한 전국 청소년 발명가 프로그램에 당당히 통과하여 국내 최대 화장품 회사와 결연해 화장품 관련 발명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 청소년 발명가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총 2000여 팀이 참가하여 기업 당 다섯 팀씩 총 40팀이 통과하여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다음은 조선일군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남학생으로서 왜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됐나?
"저는 늦둥이 아들입니다. 누나와 열한 살 차이가 나다 보니 누나와 가까이 지내며 귀여움을 독차지했어요. 별 탈 없이 잘 지내다 사춘기 시절 문득 거울을 보았는데 보기 싫을 정도로 피부가 안 좋아졌더군요.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누나는 저에게 트러블 치료 화장품 세트와 팩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선물을 받고 누나에게 보답하기 위해 저도 화장품을 선물했습니다.

그러자 누나가 '이 화장품 성분이 얼마나 안 좋은데. 빨리 가서 환불해 와!'라고 하더군요. 저는 환불을 했지만, 누나가 한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선물 받은 화장품을 꾸준히 발랐죠. 그때 저는 바르기만 하면 다 좋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화장품을 거의 다 써갈 무렵 제 피부는 화장품에 익숙해져서인지 효과를 볼 수 없었습니다. 화장품 성분에 대해서 의문점을 갖고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누나한테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화장품 성분을 공부하다가 화장품 매력에 쏙 빠졌습니다."

- 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됐나?
"어느날 화장품을 공부하다가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다 보니까 천연 팩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안 좋은 성분은 빼고, 천연 재료로만 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천연 팩을 만드는 과정부터 사용 후기까지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 무관심한 사람들도 화장품에 대해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해서 블로그를 통해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http://blog.naver.com/josunil94)"

- 블로그를 운영할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고3이 무슨 블로그야?'라는 좋지 않은 시선이 많았죠. 남자가 천연 팩을 만들고 화장품을 바르고 리뷰를 한다고 친구들도 안 좋은 눈초리로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 블로그 방문자가 하루 500명 넘을 때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저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고3 남학생이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방문자가 하루 최대 900명에 달하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친구들도 제 블로그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어요. 가족들은 제 블로그 운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제 블로그가 유명세를 타니 친구들이 천연 팩을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화장품이 좋은지, 피부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며 찾아왔습니다.

저는 정말 한 번도 귀찮아 한 적이 없습니다.(웃음) 제가 좋아하는 것이고 저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조금이라도 싫어했다면 처음부터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운영하지도 않았겠지요. 현재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쪽지를 나누고 댓글을 달며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블로그 운영을 하다가 포기할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 너무 뿌듯합니다."    

- 그렇다면 피부 상태별로 천연 팩을 추천할 수 있나?
"물론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수분 공급, 안티 에이징, 탄력에 초점을 두고 팩을 합니다. 첫 번째로 수분 공급! 촉촉하고 살아 있는 결을 만들기 위해선 간편하고 효능이 좋은 천연 팩은 바로 사과팩입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죠. 두 번째로는 주름 개선에는 꿀과 유기농 미숫가루 팩이 필요합니다. 촉촉한 꿀과 영양 만점인 미숫가루가 피부를 되살려 주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피부 탄력에는 향긋한 딸기팩이 좋습니다."

"이윤보다는 사람 먼저 생각해야"

"화장품의 거품을 싹 없애고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화장품을 만들겠습니다."
▲ 화장품 업계 최고 경영자가 되겠다는 대한민국 고3 조선일 군 "화장품의 거품을 싹 없애고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화장품을 만들겠습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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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 팩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달라
"물론 이 모든 팩은 제 블로그에(http://blog.naver.com/josunil94 - 고3의 얼렁뚱땅 피부 이야기)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천연 팩이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재료이고 무엇보다 싱싱해야 합니다. 피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독성이 강하거나 신선하지 않으면 오히려 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화장품을 구입할 때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들은 매장의 점원들이 추천하는 화장품을 구입하거나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구매합니다. 소비자들도 공부해야 합니다. 가령 제가 읽은 책 중에 '(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구희연, 이은주 공저, 거름출판사)'이 있는데, 저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화장품 회사들이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이윤 창출에 목적을 두고 많은 방부제와 계면활성제 등을 첨가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소비자들도 화장품을 구입할 때 치밀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 화장품 업계 권위자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계획이 있나?
"저는 기존 화장품 회사와 다르게 운영하고 싶습니다. 이윤에 연연하기보다는 소비자를 먼저 위하는 화장품을 만들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이 무엇인지, 어떤 제품을 써야 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소극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장품 가게마다 피부 전문가 또는 의사를 배치해 소비자의 피부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한 후 제품을 추천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입니다.

그리고 화장품을 담는 용기 제작이나 브랜드 홍보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 보다 양질의 화장품 개발에 투자를 할 것입니다. 화장품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문제를 일으킨다면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반드시 성공한 사람이 되어 기부를 꾸준히 하겠습니다. 전 세계 화장품 회사의 본보기가 되는 경영자가 되겠습니다."


태그:#조선일, #화장품, #대전대신고등학교, #고3의 얼렁뚱땅 피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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