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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누리당 강원도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춘천호반체육관 입구. '함께' 현수막기 크게 걸려 있다.
 10일 새누리당 강원도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춘천호반체육관 입구. '함께' 현수막기 크게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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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는 사이. 건너편 김문수 후보 지지자들이 앉아 있던 파란색 좌석이 상당 부분 비어 있는 것이 보인다.
 박근혜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는 사이. 건너편 김문수 후보 지지자들이 앉아 있던 파란색 좌석이 상당 부분 비어 있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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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함께'라는 구호가 무색한 새누리당 강원도 합동연설회였다. 박근혜 후보 지지자와 김문수 후보 지지자는 같은 당에 소속돼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달랐다.

이전 연설회에서는 박 후보 연설이 끝나자마자 박 후보 지지자들이 연설회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것과는 달리, 이번 연설회에서는 김 후보 지지자들이 먼저 자리를 비웠다.

연설 순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오늘은 김 후보가 두 번째, 박 후보가 다섯 번째로 마지막이었다. 누가 누구를 욕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연설회장 곳곳에 붙어 있는 '함께'라는 단어는 그렇게, 오늘도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

강원도 합동연설회장 역시 '박근혜' 판이었다. 춘천호반체육관이 비좁은 정도로 꽉 들어찬 당원과 선거인단이 4천여 명은 족히 되는 것 같다. 그 중 박근혜 지지자들로 보이는 청중이 못 돼도 80%는 넘어 보인다.

그리고 나머지(이렇게 표현해서 정말 미안하다) 후보들이 20%도 안 되는 숫자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돋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그 숫자로 '박근혜'를 외치는 소리를 이길 수는 없었다. 이번 합동연설회 역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박근혜 후보를 '보기 위한', '만나기 위한' 연설회였다는 인상이 짙다.

강원도에서 아이돌 가수 못지 않은 인기 누린 박근혜
합동연설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당기를 들고 '함께' 연단에 올라선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들.
 합동연설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당기를 들고 '함께' 연단에 올라선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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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을 잊고 오늘 다시 씩씩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김문수 후보.
 어제 일을 잊고 오늘 다시 씩씩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김문수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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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는 이곳 강원도에서도 아이돌 가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사랑이 오로지 그를 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과거의 '이명박 후보'가 돌아온다고 해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양상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와 박 후보가 서로 호각지세를 이루던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번 경선에서는 박근혜에 대적할 '적수'를 찾아볼 수가 없다. 당시엔 연설회장에서 이명박 지지자와 박근혜 지지자 사이의 물리적인 충돌까지 걱정해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박근혜 후보로서는 이번 경선이 지난 대선 때와 달리 매우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반면에 박근혜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로서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외롭고 쓸쓸한 경선이 아닐 수 없다. 봐주는 사람 별로 없고, 들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할 말 다한 죄로 멱살이나 잡히는 봉변까지 당하고, 어떻게 보면 지금 비박 주자들은 합동연설회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박근혜와 대적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걸 '합동'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문수 후보를 비롯한 비박 후보들은 그래도 굳세게 연설을 이어나갔다. 그 표정이 자못 비장했다. 박근혜 후보가 좌석에 앉아 있을 때나 연단에 서 있을 때나 얼굴에 가끔씩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던 박근혜 후보.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던 박근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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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좀 봐주세요' 박근혜 후보를 찍기 위해 무릎 꿇는 걸 마다하지 않는 지지자들.
 '여기 좀 봐주세요' 박근혜 후보를 찍기 위해 무릎 꿇는 걸 마다하지 않는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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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다른 지역의 합동연설회에서 받은 '학습 효과'가 있어서인지 오늘 비박 주자들은 '박근혜'를 건드리는 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김문수 후보는 그렇지 않았다. 김 후보는 벌건 대낮에 멱살 한 번 잡힌 걸로 기가 꺾일 사람이 아니었다. 김문수 후보는 오늘도 지지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 후보는 오늘의 정견 발표 자리에서도 예의 그 '정수장학회'와 '돈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박근혜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박근혜를 비난하지 말라"며 야유가 쏟아졌다. 거기에 간간히 삿대질과 욕설이 끼어들었다. 합동연설회가 시작될 때부터 시종일관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앉아 있던 박근혜 후보도 그 순간만큼은 살짝 인상이 굳어졌다.

그래도 다른 비박 주자들은 그런 대로 '학습 효과' 덕을 본 것처럼 보인다. 연설을 하는 내내 거의 아무런 야유도 듣지 않았다. 게다가 비박 주자들은 오늘 정말 운이 좋게도 자신이 연설을 하는 도중에 청중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수모를 당하지도 않았다. 그것만 해도 참으로 다행이다.

그로 인해 그나마 오늘 강원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 또한 겨우 합동연설회다운 모양새를 갖출 수 있었다.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은 박 후보가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 덕분에 청중석은 이전과는 다르게 합동연설회가 모두 끝날 때까지 거의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박근혜 후보만을 해바라기하러 온 지지자들로선 그런 일정이 참 지루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랬던지 그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박 후보가 연단 위로 오르자, 오로지 이때만은 기다려 왔다는 듯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름만 '합동'이지, 사실상 박근혜 위한 연설회

'함께', '함께', 그리고 또 '함께'.  정견 발표를 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
 '함께', '함께', 그리고 또 '함께'. 정견 발표를 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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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가 얼굴 가득 웃음을 띤 얼굴로 마이크 앞에 서자, 청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다른 후보들의 존재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다른 후보의 지지자들 역시 숨을 죽였다. 오늘의 합동연설회 또한 이름만 '합동'이지, 사실상 박근혜 후보를 위한 연설회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진심으로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면, 중간에 집단적으로 자리를 뜨는 일도 없어야 하거니와, 적어도 다른 후보들이 내뱉는 말이 내 귀에 거슬린다고 해서 끝없이 야유를 보낼 일이 아니다. 다른 후보들의 말에 귀를 닫은 사람들에게 합동연설회가 무슨 소용인가?

경선 결과는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합동연설회가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연설회였다.

정견 발표가 모두 끝난 뒤, 마지막으로 '함께' 손을 들어올리고 있는 후보들.
 정견 발표가 모두 끝난 뒤, 마지막으로 '함께' 손을 들어올리고 있는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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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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