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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우리 집이 가난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잠 잘 집도 있고, 텔레비전도 있고, 컴퓨터도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풍성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집이 가난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잠 잘 집도 있고, 텔레비전도 있고, 컴퓨터도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풍성하다고 말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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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가난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가?
그렇다.(33.8%)

2011년 10월 16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세계빈곤퇴치의 날'(10월 17일)을 맞아 같은 달 11일 전국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학생 2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난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가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72명(30.76%)이 '돈이 없는 사람', '돈이 없어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것', '돈을 벌지 못하는 것' 따위 대답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 머릿속에 '가난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3일)이었습니다. 문득 이런 조사 결과가 생각나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니?"
"아뇨!"(아이들 셋 합창)

"아빠와 엄마는 우리 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예요. 잠잘 곳도 있잖아요."

"집이 너무 덥잖아?"
"집이 더운 것 하고, 가난한 것이 무슨 관계예요?"

조금 놀랐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전에도 우리 집은 가난하지 않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잠잘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난하지 않다는 말에 감동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집이 가난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잠잘 곳이 있다는 것은 인정해. 하지만 잠잘 곳이 있어도 가난한 사람들 많아. 신문과 텔레비전에 보면 혼자 사는 분들이 참 많잖아. 그리고 홀로 사시다가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어. 그런 분들이 가난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돌아가셨을까?"
"바로 그거예요. 우리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과 누나가 있잖아요."(막둥이)
"우리 가족은 서로 사랑하잖아요."(둘째 딸아이)
"우리는 아프면 서로 챙겨주잖아요."(큰아이)

맞습니다. 잠잘 곳만 있다고 부자는 아닙니다.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부자입니다. 돈 많고, 넓은 집에 산다고 부자가 아닙니다. 그런 분들 중에는 가족이 서로 원수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니까 가난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 가족을 사랑하니까요" 

우리 아이들은 온 가족이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가난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온 가족이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가난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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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조사 결과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가난의 원인을 '돈을 벌지 않고 게으름을 피워서'(31.5%), '직장을 잃어버려서(27.6%)', '잘 배우지 못해서(17.7%)' 따위로 답했습니다. 가난한 이유 첫 번째 이유를 '게으름'으로 지목했습니다. 뜨끔했습니다. 제가 굉장히 게으른 사람입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모르는 아내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는 직장도 없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하니까? 가난하잖아."
"아니예요. 아빠가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것은 목사님이기 때문이예요."
"목사님도 돈을 많이 버는데?
"우리 교회는 교인이 많이 없잖아요."
"그것은 아빠 게으름 때문이 아닐까?"
"아니예요. 아빠는 게으르지 않아요. 아빠는 우리를 사랑해요. 그리고 아빠가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 가족을 사랑하니까요."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다른 집 아버지 같았면 '왕따' 신세를 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빠를 사랑합니다. 막둥이는 아직도 아빠 옆에 자겠다고 어리광을 부릅니다. 그런 막둥이를 형과 누나는 질투합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만 사랑한다고 가난하지 않을까?"
"당연히 다른 사람도 사랑해야죠. 아빠는 입만 열면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 그리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시잖아요."

"그래 원수까지도 사랑해야지."

그렇습니다. 우리 가족은 가난하지 않습니다. 비록 다른 집보다 더운 집에 살고, 돈은 넉넉하지 않지만 가난하지 않습니다. 다른 가족처럼 국외 여행은 가지 못하지만 하루 시간을 잡아 물놀이도 갑니다. 영화도 1년에 4번 정도를 봅니다. 아빠가 엄마 생일상을 차려주고, 엄마는 아빠가 조금만 아파도, 잠을 설치면서 도웁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돈을 적게 벌어도, 돈을 적게 벌어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 자체가 좋다고 합니다.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오늘 자랑 좀 했습니다. 이쯤 되면 아이들 헛 키우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이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이렇게 키우겠습니다.


태그:#가난, #가족,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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