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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나영이, 도가니...

언제라도 공분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 성폭력피해를 연상시키는 이름이거나 단어입니다.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지만 성폭력으로 발생하는 피해에는 반드시 가해자가 존재합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치를 떨게 하는 성폭력사건의 가해자들은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이거나 평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큼 패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평범한 이웃, 마음씨 좋은 아저씨,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을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도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그들에게 공분의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그들이 했던 못된 짓을 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는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   

욕망의 사냥꾼들, 괴물 아닌 바로 우리 자신

"'그들은 괴물이 아닙니다. 그들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라고 조앤 티바크닉(Joan Tabachnick)은 말했다. 그녀는 아동 성폭행 반지를 위한 전국 조직인 '스톱 잇 나우!(Stop It Now!)의 대중 교육 책임자였다.

'가장 가학적이고 가장 위험한 소아성애자들만 생각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그건 매우 편한 일지요. 반면에 '내 아이를 성적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알고 있다. 내 아이를 만지고 싶은 것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죠.'"(<욕망의 유령들> 193쪽)

대니얼 버그너가 쓰고 최호영이 옮긴 <욕망의 유령들>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혹시 자신에게도 일그러진 욕망이 잠재해 있다면 <욕망의 유령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바로잡거나 걸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욕망의 유령들> 표지
 <욕망의 유령들> 표지
ⓒ 미래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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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유령들>에는 60달러나 준 매춘부와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발에 자신의 성기를 문지르며 무아지경에 이르는 제이콥, 동여매고 불태우고 때리고 자르고 틀어막고 낙인을 찍으며 상대방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패션디자이너 남작부인, 12살 먹은 의붓딸을 성폭력 한 로이, 손발이 잘린 여성을 통해 성적 매력을 만족시키고 있는 광고회사 책임자가 욕망의 유령에 포획되는 과정과 보호관찰을 받으며 치료를 받거나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마찬가지로 섹스를 하지 않으면 종으로서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어요. 이것은 생물학적으로 형성된 강력한 욕구예요. 그리고 경우에 따라 이 충동이 엉뚱한 곳을 향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이 충동은 만족돼야 하죠.

다들 아시다시피 수면은 또 다른 생물학적 충동입니다. 만약 당신이 수면의 욕구에 굴복하지 않으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칩시다. 그래도 장담컨대 결국 이 욕구에 굴복하고 말 겁니다. 몇몇 사람들이 성적으로 겪는 갈등도 이것과 똑같아요." (본문 43쪽)

"아마도 강력한 굶주림 때문에 음식을 먹는 것과 맛을 즐기려고 음식을 먹는 것의 차이 정도일 겁니다. 루프론을 맞는 남성들은 성에 굶주림에 반응하지 않아요. 그래도 성행위는 여전히 좋게 느껴질 수 있죠. 여전히 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본문 66쪽)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섹스는 공존할 수밖에 없는 욕구, 종족 보존을 위한 생물학적 필수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개의 섹스는 종족번식이라는 본능적 욕구와 사랑, 절제되고 제한된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이자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저지르는 성폭력이나 변태적 행위들은 '굶주림 때문에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열흘 굶어 담 안 넘을 사람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결국 이들에게 내재 된 변태성욕은 이성·절제·도덕·사회적 가치라는 담을 넘게 하는 굶주림 같은 존재인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들 변태성욕자들이 저지른 행위는 전적으로 선천적이거나 돌연변이 같은 돌출적 행동에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연구결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42% 이상이 소아성애자일 가능성 있어

UCLA의 명예교수인 리처드 그린이 진행한 연구 결과, 조사 대상의 42%가 아동들에게 성적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이미지는 장애아동 성폭행 문제를 다룬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UCLA의 명예교수인 리처드 그린이 진행한 연구 결과, 조사 대상의 42%가 아동들에게 성적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이미지는 장애아동 성폭행 문제를 다룬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 삼거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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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에 대한 세계적 학술지인 <성행동 기록>(Archives of sexual Behavior)에서는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의 정신과 의사이자 UCLA의 명예교수인 리처드 그린(Richard Green)의 글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약 200명의 남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썼다.

'21%는 어린 아동들에게 어느 정도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9%는 어린 아동들이 포함된 성적 환상에 대해 보고했다. 5%는 아동들에 대한 성적 환상 속에서 자위를 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7%는 체포되지만 않는다면 아동과 섹스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보고했다.'" (본문 192쪽)

거의 절반에 가까운 42%의 응답자가 아동들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42% 안에는 나와 내 친구, 이웃사촌이나 일가친척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린 의붓딸을 성폭행한 로이는 전혀 예기치 않은 일 때문에 변태성욕자로 변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어린 여자아이와 함께 살고 있거나 이웃으로 두고 있다면 얼마든지 생기거나 겪을 수 있을 법한 일에서 '욕망의 유령'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년 전 로이를 고용했던 이 회사의 사장은 그를 위해 법정에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저는 로이를 잘 압니다. 만약 제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그가 범한 죄의 10분의 1만 저질렀어도 상종을 안 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로이를 용서한 것은 사장만이 아니었다."(본문 170쪽)

이 책은 '성폭력가해자, 변태성욕자라고 해서 별종으로 분류될 만큼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평범한 이웃, 마음씨 좋은 아저씨,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 자상한 어른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무관하거나 순수하기만 한 것은 없는 게 성과 관련된 사슬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욕망의 실체를 밝히고, 백신이 돼 줄 책

저자가 <욕망의 유령들>을 통해 사회에 전하고 싶은 것은 이들의 가학적이거나 변태적인 성행위가 아닐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잠재적으로 내재할 수 있는 욕망의 실체를 직시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내재해 있는 욕망을 직시할 기회를 제공 받는다는 것은 위험한 요소들을 사전에 걸러 내거나 항체를 형성할 수 있는 백신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자 대니얼 버그너는 <욕망의 유령들>을 통해 국가와 사회, 성인 남녀를 향해 '당신의 욕망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물으며 스스로를 진단하고 예방할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덧붙이는 글 | <욕망의 유령들> (대니얼 버그너 씀 | 최호영 옮김 | 미래M&B | 2012.07 | 1만5000원)



욕망의 유령들 - 금지된 욕망의 봉인을 푸는 심리 르포르타주

대니얼 버그너 지음, 최호영 옮김,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2012)


태그:#욕망의 유령들, #미래인, #최호영, #소아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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