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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19일 오전 남북교육자통일대회에 손팻말을 들고 참석한 당시 북쪽 평양 창전중 5학년인 리설주 학생(오른쪽).
 2004년 7월 19일 오전 남북교육자통일대회에 손팻말을 들고 참석한 당시 북쪽 평양 창전중 5학년인 리설주 학생(오른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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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 이기라. 니 편 지라. 한 꼴 넣고 들어온..."

한복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북쪽 아이 두 명. 둘은 분단 59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남북교육자통일대회'에서 이렇게 색다른 응원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4년 7월 19일 오전 10시 30분, 금강산 일만 이천 봉 아래에 있는 '김정숙 휴양소' 앞 운동장에서 벌어진 '남북 선생님들의 운동회'에서다.

노란 저고리 입은 그 학생 손엔 '련합' 푯말이

남북 교사를 한 쌍에 놓고 응원하던 이 두 아이. 이 중에 한 명이 26일부터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리설주인 것이다.

이 당시 기자는 전교조에서 내는 월간 잡지 <우리아이들> 2004년 9월 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남쪽 교사 400명과 북쪽 교사 200명이 섞여 '연대팀'과 '연합팀'을 이뤄 체육 유희오락경기를 펼쳤다. 이때 양쪽 팀의 푯말을 들고 선수단 맨 앞줄에 선 리설주(평양 창전중 5학년)와 박은주(평양 해운중 4학년) 학생은 제각기 자기 편 선생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북쪽에서 중학교 5학년은 남쪽으로 보면 중학교 3학년과 나이가 같다. 만 15세인 것이다.

당시 남북 교사들은 서로 섞여 연대팀과 연합팀을 이뤄 경기를 펼쳤다. 노란색 저고리를 입은 리 학생은 '련합'이라고 적혀 있는 푯말을 들고 교사들을 응원했다. 이날 행사에는 남쪽에서는 전교조와 한국교총, 북쪽은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 소속 교원들이 참가했다.

기자는 밝은 얼굴로 푯말을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신나게 응원하던 두 학생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오늘 남쪽 선생님들 보니 기분이 어떠니"라고 물었다.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콩알 볶듯 말을 쏟아냈다. 지금은 두 학생 가운데 누가 말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당시 기사를 참고해 떠올려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남북이 하나 되어 달리는 선생님들 보니까니 아름답네."
"남쪽 선생님들이 활기 있어요. 잘 생겼어요."

그래서 두 아이의 이름과 학교를 물어봤다. 두 학생은 누구랄 것 없이 척척 자신을 소개했고 기자는 이를 취재수첩에 적었다. 이어 "왜 통일이 되면 좋아?"라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루 빨리 통일돼서 남쪽 선생님들한테 수업 받고 싶어요."
"남조선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싶어요."

이날 설주와 은주 학생은 묻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했다. 이 답변 가운데 일부가 같은 해 7월 22일 <오마이뉴스>에 실리기도 했다(관련기사 : 선생님들의 통일잔치 "남남도 남북도 화해").

2004년 남북교육자통일대회를 보도한 <오마이뉴스>(2004년 7월 22일 치). 이 기사에도 리설주 학생의 인터뷰 내용이 일부 들어 있다.
 2004년 남북교육자통일대회를 보도한 <오마이뉴스>(2004년 7월 22일 치). 이 기사에도 리설주 학생의 인터뷰 내용이 일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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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이 이 기사 내용 가운데 "남쪽 선생님들한테 수업 받고 싶다"는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은 '통일이 되면'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두 학생 가운데 누가 한 말인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직도 머리에 뚜렷한 것은 엷게 분을 바른 설주와 은주 학생이 웃음과 탄성을 잇달아 터뜨렸다는 것이다. 둘은 남쪽의 학생들처럼 밝고 명랑했다. 그리고 북쪽 특유의 수줍음도 있었다.

남북 교사들의 눈물방울을 코앞에서 본 그 학생

두 학생은 자신들은 평양소년학생궁전에서 소조활동을 함께 하는 친구며 축하공연을 하러 이곳에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26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1989년생으로 평양시 중구에 있는 금성 제2중학교 출신"이라고 밝혔다.

현재 나이는 만 23세. 당시 금강산에서 만난 그 리설주 학생과 나이도 이름도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찍은 사진 속 얼굴도 김 제1위원장 부인의 얼굴과 비슷하다.

하지만 중학교는 둘 다 같은 평양이긴 하지만 서로 다르다. 금강산에서 본 리 학생이 김정은의 부인과 동명이인이거나, 국정원의 보고가 사실과 다르거나, 아니면 리 학생이 금성 제2중학교로 전학을 갔을 수도 있다. 물론 내가 당시 취재수첩에 학교명을 잘못 적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당시 리 학생이 남북교육자대회에 참석해 남북 교사들의 땀방울과 눈물을 옆에서 지켜보며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을 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국통일이 되는 그날, '남쪽의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태그:#리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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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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