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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 나와있는 바위에 앉아 쉬고 있다.
▲ 유등천에 찾아온 민물가마우지 하천에 나와있는 바위에 앉아 쉬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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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새들은 사람과 매우 친근한 존재였다. 사람들은 제비가 높이 날면 날씨가 맑고, 낮게 날면 날씨가 흐리다고 일기를 점쳤고, 매로 사냥하기도 했다. '훨훨 나는 저 꾀꼬리'를 생각하며 시조를 쓰기도 하고, 소쩍새의 울음소리로 한해의 농사를 예견하기도 했다. 이런 생활과 함께해 온 새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제비나 매 등 사람이 잘 알고 있는 새도 있지만 과거에는 매우 친근하게 이용했던 새들이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 것도 있다. 가마우지가 그 대표적인 새다. 과거 우리나라는 가마우지를 이용해 낚시하였다고 한다. 가마우지 목에 실을 묶어서 풀어놓은 후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으면 그 물고기를 사람이 취하는 낚시다. 목에 맨 실 때문에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는 가마우지는 낚시로 이용하기 매우 쉬운 새였다. 지금도 중국지역 일부에서는 이런 가마우지 낚시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던 가마우지가 대전 시내 한복판인 유등천에 나타났다. 주로 강하구나 큰 강 유역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하천 폭이 좁은 유등천에 민물가마우지가 나타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0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가뭄 전 대전의 하천지형을 기록하기 위해 하천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할 만큼 대전의 유등천이 우수한 하천이라고 기뻐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하천에서 유영하는 민물가마우지
▲ 유영중인 민물가마우지 하천에서 유영하는 민물가마우지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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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에 가마우지와 함께 물솎으로 합께 뛰어들었다.
▲ 물고기를 잡으로 출동하는 가마우지 뒷편에 가마우지와 함께 물솎으로 합께 뛰어들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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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갈 곳을 잃은 가마우지가 유등천을 찾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민물가마우지는 대전과 인접한 금강 본류 합강리에 주로 찾아온다. 가끔 갑천 하류까지 올라오지만, 대전 시내 한복판인 유등천까지 올라온 적은 한 번도 없다. 합강리와 갑천 하류의 서식환경이 악화하였기 때문에 유등천까지 올라와서 휴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가마우지가 앉을 만한 모래톱과 하중도가 사라졌다.
▲ 민물가마우지가 찾아오던 합강리 올해는 가마우지가 앉을 만한 모래톱과 하중도가 사라졌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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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가마우지는 잠수성 조류로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는다. 잠수가 가능하여서 강폭이 넓은 곳을 좋아한다. 또한, 사람들을 매우 경계한다. 그래서 강폭이 넓은 곳에 형성된 하중도 (하천에 형성되어 있는 작은 섬 : 예) 밤섬)에서 휴식을 취하고 서식하는 경우가 많다.

또, 민물가마우지는 다른 새들과 달리 기름샘(허리주변에 기름이 분비되는 곳)이 발달하지 못해서 깃털이 물에 잘 젖는다. 기름샘에서 분비되는 기름을 온몸에 발라서 방수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민물가마우지는 사람의 경계를 피할 수 있는 하중도나 모래톱에서 날개를 말린다. 이에 사람에게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에 주로 하폭이 넓은 강에 서식하는 것이다.

유등천 중류에 찾아온 민물가마우지는 날개를 말리고 있다.
▲ 날개를 말리는 민물가마우지 유등천 중류에 찾아온 민물가마우지는 날개를 말리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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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가마우지 서식처였던 금강의 합강리와 갑천이 준설로 하중도가 사라지면서, 상류인 유등천까지 올라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합강리에 가마우지가 휴식하던 모래톱과 하중도가 사라진 현장에는 스산함 만이 감돌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모래톱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날개를 말리던 여유로운 가마우지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 갑천 하류도 금강 살리기 11공구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당 부분 준설이 진행되면서 이제는 가끔만 가마우지를 볼 수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하폭이 넓은 갑천하류에 여름이면 가끔 찾아온다.
▲ 지난해 갑천에 찾아온 민물가마우지 민물가마우지는 하폭이 넓은 갑천하류에 여름이면 가끔 찾아온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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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기에 새를 좋아하는 나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평소대로 살아가던 민물가마우지가 갑자기 서식처를 옮긴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새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납득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사업이다. 금강에서 가마우지처럼 사라져간 새들을 지속해서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계절에 날개를 말리는 가마우지를 유등천에서 만난 기쁨도 잠시, 4대강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가마우지의 눈빛이 더 서럽고 아리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4대강은 가뭄도 해결하지 못한 사업이었다. 강을 살리겠다던 목표도 상실되었다. 민물가마우지가 유등천을 방문한 사실이 '금강살리기' 생태계가 죽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물가마우의 서러운 눈 빛이 더 애절하게 느껴지는 하루다. 더이상 민물가마우지를 유등천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태그:#민물가마우지,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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