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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6월 23일 문경 영남요 가마터에서 40여일간 제작과정을 마친 통일항아리를 직접 꺼내는 공개행사를 가졌다.
▲ 통일항아리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6월 23일 문경 영남요 가마터에서 40여일간 제작과정을 마친 통일항아리를 직접 꺼내는 공개행사를 가졌다.
ⓒ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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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경북 문경 영남요에서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직접 만든 통일항아리 6점을 공개했다는 기사에 이어, 최근 들어 다음을 비롯한 각종 포털에 통일항아리 광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일부가 본격적인 통일항아리 홍보에 나설 모양입니다. 국회의 반대로 법제화가 안 돼 모금활동은 못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류 장관은 지난 5월 자신들의 월급을 통일항아리에 기부하는 열성까지 보여줬습니다. 2030년 통일이 될 경우를 대비해 20년간 55조 원의 통일기금을 모으겠다는 것입니다.

'평화의 댐'이 연상되는 통일항아리

'준비된 통일'. 좋은 얘깁니다. 뜻모아 마음모아 통일준비에 나서야죠. 하지만, 2012년의 통일환경을 돌아보자니 뭐하자는 것인가 싶어 허탈한 마음입니다. 더구나 통일항아리에서 언뜻, 북한의 수공(水攻)을 핑계로 어린 학생들의 코묻은 돈까지 총 661억 원을 모금, 1년만에 초피스드로 건설된 '평화의 댐'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요. 주제는 다르지만 그 색깔과 방식은 1986년 그 때와 똑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남북협력기금은 남북의 협력을 촉진시키는 비용입니다. 통일 이전에 미리, 남북의 충분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이해를 넓히고 격차를 줄여나간다면 통일 비용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남북협력기금 집행이 점차 줄어들더니 급기야 지난해 남북협력기금의 집행률은 고작 3.01%에 머물러 있습니다.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가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인도적 의미의 지원까지도 말입니다.

통일항아리, 화합 아닌 흡수통일 하겠다는 발상

통일부의 홈페이지가 온통 '통일항아리' 홍보로 도배되어있다.
▲ 통일부 홈페이지 통일부의 홈페이지가 온통 '통일항아리' 홍보로 도배되어있다.
ⓒ 통일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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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남북협력기금 불용액을 이른바 '통일항아리'라는 특별 계정에 적립하고, 여기에 민간출연금까지 모아 통일기금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통일' 문제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결과'로서의 통일입니다. 남북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 것에 기초해 만들어가는 화합의 과정이 아니라 일방이 일방을 먹고 먹히는 흡수통일을 염두해 둔 정책이 바로 통일항아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용 걱정을 합니다. 통일비용이요.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느 날 갑자기 오는 통일이 아니라 그야말로 준비돼 익숙하게 오는 통일이라면 비용도 줄어들게 됩니다. 2010년 8월 발표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통일비용 추산에 따르면 '북한의 순조로운 경제발전을 거쳐 통일에 이르는 경우가 급격히 붕괴할 때보다, 남한 정부가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이 7배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부도 모르지 않는다는 얘기죠.

오로지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이 통일이라는 생각이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남북화해를 해치고, 심지어 MB의 캐치프레이즈인 실용과 경제까지 해치고 있는 꼴입니다.

낡았습니다. 평화의 댐을 짓겠다고 국민들을 위협해서 쌈짓돈을 빼 가던 그때 방식으로 지난 5년의 허물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요. 어림없는 일입니다. 이제 그 같은 선동에 넘어갈 국민들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대선까지 6개월이 채 안 남았습니다. 낡아빠진 통일항아리 대신 남은 6개월 동안 '통일'부가 통일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재검토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연희 기자는 겨레하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통일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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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 전문단체,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단체 겨레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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